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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05 골목길
빨간경순의 노트2013. 5. 5. 00:25

나는 우리집 골목길이 참 좋다.

느즈막히 집으로 돌아올때면 제일먼저 눈에 띄는 저 전봇대와 이발소 간판.

오늘도 수정탕에서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김없이 전봇대와 간판이 나를 반긴다.

간판이 보이면 이제 집이고 

집에 다다랐다는 안도감에 몸이 저절로 편안해 진다.

어릴적엔 이런 골목의 전봇대에 모여 술래잡기도 하고

말타기도 하고 고무줄 놀이도 했는데 요즘 골목에는 노인들이 논다.

마늘을 까고 재활용품을 쌓아놓기도 하고 그냥 두런두런 골목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이동네에 이사와서 몇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이 골목에 나와 노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다.

가끔 엄마한테 매맞고 밖으로 뛰쳐나와 우는 아이는 보았지만

그리고 가끔 몰래 나와 담배피우고 들어가는 학생들을 보기는 했지만

전봇대를 벗삼아 놀이를 하는 친구들은 이제 없다.

돈없이도 하루종일 놀 수 있었던 마을과 골목이 있었는데

이제는 놀기위해서도 돈을 주고 어딘가를 가야하는 세상이다.

아니면 그저 전봇대의 전기선을 타고 날아오는 소식과 게임에 열중하고 있을터.

전봇대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하고있기는 하네.

놀이가 없어진 동네에 그래도 시장바구니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그들의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

시장에서 가장 싼 야채와 가장 싼 찬거리를 가득 골라 담았겠지만

그 돈도 다들 넉넉치 않은 주머니 돈일 것이다.

아침 일찍 산에 갈 요량으로 먼저 왔는데 

이래저래 골목길이 잠잘 시간을 붙잡고 놓치를 않는다.

맥주라도 한 병 사올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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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