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
1.
에블린 아줌마와 함께 수빅베이 가보다. 항공모함 보다가 에블린의 가족사를 듣는다.
에블린은 참 재밌는 사람같다. 자기딸더라 계속 멍청하다고 한다. 그녀는 첫째 아들을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 그의 아들은 똑똑하고 동생을 호되게 올바르게 가르치고, 게이 남친과 여자친구가 둘이 있다고 한다.- 내용상은 모두 연애처럼 만나고 있는 듯하다. 에블린이 우리를 신경써주는게 고맙다.

2.
예정에 없던 쟌리의 올드부끌로드 방문.
나의 생일파티를 위해 모든 부끌로드 멤버가 화이트 하우스에 입성. 호오...그림 나오겠다...
아나의 생일파티에서 못다한 위스키를 마시기 위해 100페소 더 투자한다. ㅎㅎ

파티 즐겁게 마치다.
다들 좀더 특별하고 재밌게 먹기 위해 파티를? 보라카이 스타일(?) 칵테일 맛있다. 언니들 케잌 감사해요^^ 근데, 난 한 조각도 못 먹어봤다.
한국에선 전혀 해본 기억이 없는 야외 테라스 파뤼라.. 비록 2시간도 채 안되어 끝났지만. 엄마가 준 500페소로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끼를 배부르게 해치울 수 있다는게 행복했다.
PM 6:30
마지막 지프니를 타기 위해 부끌로드 언니들과 헐레벌떡 화이트하우스에서 하산.
미쉘, 쟌리, 쟈넷, 질린과 작별 키스. 수줍어하며 왼쪽 볼에 키스해준 쟌리에게 고맙고 미안함.
나는 왜 촬영을 하면서 늘 그 사람에게 미안함이 생길까. 찍히기 싫어한는 듯함을 느낄때마다 나도 모르게 주저주저하게 된다. 이것이 없어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친 않지만, 끊임없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어 힘들다.
올드부끌로드 도착.
예전에 아람이 있을때완 다르게, 어느샌가 적극적인 코디의 모습까지 갖춰버린 나.
알마에게도 고마움과 인사를 표하고 포옹. 크리스마스 파티에 놀러오라는 알마의 말에 매우 혹하다. 나는 노는 것 좋아하나보다.ㅎ

2009. 9. 2
촬영 테입 온종일 프리뷰.
PM  5시.
수림과 미팅.
생일 얘기 듣고 자신이 저녁 사겠다고 바쁜 시간 쪼개서 아시안 브릿지까지 오다.
'얘가 언제 어른이 된거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왠지 슬픈데..그러기에 너무 이른건 아닌가?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른이 된 척'이거나  '매우 작은 부분' 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이 가져가고 싶은 것이 있음이 느껴진다. '힘들땐 같이 있어도 돼. 수림씨'
그녀가 데려간 한식당에서 보양식과 같은 메기찜과 매운탕 먹다. 소주 한 병 수림과 나눠먹고, 그녀는 팀과제를 하기 위해 가볍게 떠난다. 난 어지럽다..취했다.
그녀의 접대비는 한사코 거절하고, 마음만 받다.

2009. 9. 3
로즈비의 동생이란 분에게 번역을 맡기다.
아이비의 번역노트 보고 깜짝 놀라다. 난 한국말로도 그렇게 자세히 쓰지 못할거 같은데...허걱
정말 힘들었겠다. 그리고, 다시 안할 확률이 높겠군...음.
이전 촬영테입들 받고, 이번에 찍은 촬영 테입 넘기다.
아이비 내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어 깜짝 놀라다. 왜? 프리뷰 번역하면서 애들이 내 이름 부르는 소리가 계속 나왔다고...그랬겠구나.
이제부터 '버생쇼' 업무를 좀 하려다 포기하고 잠들다.  약간의 감기 기운.

2009. 9. 4
까부야오에 가는 봉고차 얻어타고 돌아오는 길에 마닐라 스케치 돌입.
C5 근처의 공사중인 높은 건물로 들어가 허가 요청.
생각보다 허가 절차는 간단했고, 우리는 무대뽀처럼 카메라를 들고 이 건물 저 건물 휘젓기 시작.
거의 네비게이터 수준의 펭이 지정한 건물은 우리가 찍으려던 풍경과 흡사했다. 다만 복도에선 건물 기둥에 가려져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다. 창문을 넘어 10층 난간에서 찍으려고 버둥거리고 올라서며 발발거리던 나와 펭.
이건 너무 무모해...무작정 입주한 사람들 문을 두들겨본다. 운좋게 혼자 사는 30대 추정 여성이 약간의 고민 끝에 촬영을 허락해주다. 그 언니 완전 럭셔리한 느낌.. 언니 너무 고마워요. 우리는 'only 5minutes'를 외치고 들어가 15분간 그 집 베란다를 점유하다.

거의 3분에 한 대 꼴로 다니는 비행기 소음과 날씨 탓인지 탁한 마을 공기와, 고층빌딩과 빈민촌의 풍경이 뒤엉켜진 이 곳에서 사는 건 무슨 의미일까. 아마 서울과 비슷하겠지. 풍경은 도시 삶에 큰 조건이 되지 못한다. 도시의 삶은 접근성, 용도성, 가격이 전부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이것에 맞추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대로 끌려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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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필리핀 촬영일지였습니다.

오늘은, 2010년 1월 4일이고, 함박눈이 엄청나게 쌓였네요.
이 글을 쓰는 동안은 그 곳의 여름날씨에 빠져있어, 잠시 겨울을 잊었네요. 재밌군요.

2009년 7월~9월까지 제 인생계획에 필리핀은 없었었지만, 갑자기 그 곳이 내 현실이 된 이후부턴 삶이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즐겁기도, 신나기도, 머리 아프기도, 슬프기도, 황당하기도, 지루하기도 등등 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있었고, 한국에 있었다면 평생을 가도 만나지 않았을 사람과 장소들을 만났으며. 그 사람과 공간과 시간 속에 많은 것들이 제 몸에 고스란히 체화되어 다음으로 나가는데 분명히 큰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촬영을 하는 사이 사이, 촬영을 마친 후 여행을 다니며 내 안을 들여다 볼 기회가 된 것. 그러면서 끄적인것들도 계속 여기에 있었으면 하지 못했겠지요ㅎㅎ 물론, 같은 시기 맞물린 베트남가족여행을 갔었어도 새로운 경험과 기회가 됐겠지만, 필리핀 다녀온 일이 좋았기 때문에 후회같은건 없답니다 ㅋㅋ 생각해보면, 뭔가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겁내는 적은 있지만, 막상 하는 동안, 하고 나서 후회 하지 않는 특기는 있는 것 같네요. 가끔 투정은 부리지요. 하하핫

아무튼 모두들 고생많으셨고요,
앞으로 계속 고생들 하셔야 하니 힘냅시다.
말로만 듣던 2010년이군요. '블레이드 러너'라도 다시 봐야 할지... 왜 텔레포트는 안되는 거지요?
자 자, 올해도 속지 말고, 각자 방식대로 잘들 달려봅시다!




 

Posted by 빨간경순






AM 2:00 기상
비오는 줄 알고 깜짝 놀라서 깨다. 선풍기 소리 한 번 거창하네.
오늘은 비오지 않는 올드부끌로드 앞 일출을 찍으리라 맘을 먹고 있던 터라. 씨겁했네..
주섬 주섬 챙겨서 펭과 함께 트라이앵글 공원으로 가다.
이런. 두 번째 깜짝 놀라다.
왜 아무도 없는거니? 니들 여기서 자고 있어야 되는거 아냐? 놀고 있든지.
허탈한 마음에 편의점에서 라면과 커피를 사다가, 애들대신 공원 벤치에 박스 깔고 앉아서 먹고 눕고.
니나노....
앗. 누군가 부시시 왔다갔다 한다. 그녀들은 클롯과 로즈. 부시시 나타나서 체육관 스탠드에 가서 꼭 끌어안고 자고 있다.
아까는 클롯과 헤어졌다고 나랑 결혼하자더니...ㅜ.ㅜ 그래, 마음가는대로 할 수 있을때 하렴.

AM 4:00
쟌리, 크리스티나, 마일린 어디선가 박스들고 등장.
얘들은 또 어디있다가 동시다발로 튀어들어오는거야. 동시다발로 벤치마다 박스깔고 잠자기 시작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까 잠깐 비가와서 다른 건물에 들어가 있었다고.. 그럼 열려있는 건물이 있긴 있나본데...
 
AM 5:00
얘네들 늘 그렇듯이 왔다 갔다 장난치고.
그러다 어느순간 애들이 눈앞에서 다 사라졌다. 아씨..어디간거야 또.
아무래도, 찾아나서야지. 목도 마르고.
졸리비를 지나 두리번 거리며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누군가 저 뒤에서 부른다.
'세영~!'
'누구지??'
뒤를 돌아보니, 내가 찾아헤매던 애들이 길모퉁이에 쪼르르 앉아서 손흔들며 이리 오라고 한다.
애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어디가?' '으음....물 사러..' '물사려면 저~쪽으로 가서 사오면 돼'
'니들 찾고 있었어'라고 말하기가...그냥 나도 옆에 쪼르륵 대열에 합류한다.
담배를 피려고 하니, 자기들도 달라고 한다.
뉴페이스의 언니도 하나 있고. 우린 한국어도 필리핀어도 영어도 아닌 옹알이로 매우 의사소통을 한다.
크리스티나 언니 매우 용썼다. 고마워^^
오늘은 쟌리가 기분이 좋아보이네. 그녀의 텅빈 앞니가 오늘따라 사랑스러워 보인다.
애들이 갑자기 내 사진 찍겠다고 지들 핸드폰 들이댄다. 마침 나에게 있던 디카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어쨌건, 공원에서 손님 없을때 아침 무렵에 건물앞에서 남자들 낚기도 한다고 한다.
내가 있어선지, 여기 있어봐야 실효가 없어선지 다시 공원에 돌아가자고 한다.
 
AM 7:00
이미 해는 다 떳고, 쳐 자던 애들 경찰 오니 부시시 일어난다.
여기서 박스깔고 자는게 불법이라며 짜증내는 경찰. 얘네들이 골칫거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크리스티나 언니 커플을 공원을 쓸고닦고 청결유지 1등공신이다. 크리스티나 언니는 부끌로드에서도 청소하고 여기서도 청소한다. 정말 저커플과 그녀의 아들 둘을 보면 마치 한국에 있는 소위 정상가족을 보는 듯하다. ㅎ
이런 사이, 쟌리는 손님 만나러 공원을 빠져나가고. 최대한 카메라 피해서 나간 그녀의 뒷모습만 보인다.

AM 8:00
트라이앵글. 크리스티나 커플, 마일린, 조슬린, 쟌리 등과 함께 아침을 먹다.
여기서 같이 노닥거리는 언니 하나가 밥도 판다. 비닐봉지에 따끈한 밥과 따끈한 반찬을 1인분씩 들고 와서 니들도 먹자고 내민다.
펭과 나도 돈을 지불하고, 같이 테이블에 밥 펼쳐놓고 미친듯 먹는다. 아...맛있고 배부르다.
'이거 아주 편리한 시스템인데..ㅎㅎ'
처음 이 곳에 왔을땐 30분의 시간이 어색하고 길었는데, 이제 우린 아무렇지 않게 6시간을 흘러 보낼수 있다.
점점 나 역시 이 공간에 적응되버린다.
여기 있으면 하루가 스~윽 흘러간다.
모든게 가능하다. 밥도, 친구도, 이벤트도, 일도, 사랑도.
또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
이렇게 하루 하루 가다보면 12시간, 24시간...어느새 그들과 같아지겠지.
그건 또 반대로, 내가 서울에서 하루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 못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AM 9:00
아나(알마딸) 트라이앵글 도착.
쟌리, 아나와 짧게 대화 후 혼자 장보러 감.
나는 쟌리의 시장보기를 팔로우한다.
아침 먹거리 혹은 반찬 사서 화이트하우스로 터덜터덜 가는 그녀.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까를로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다.
까를로. 지엄만줄 알고 미친듯이 네발짐승처럼 기어온다. 둘은 만 하루만에 또다시 극적 상봉을 한다.
쟌리와 까를로를 보고 있자니,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내가 알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쟌리는 엄마다. 엄마의 모습이 있다....엄마라...




 

Posted by 빨간경순






2009. 8. 30 울릉가포
뉴부끌로드. 일명 화이트 하우스.
새로운 집에 이사온 사람들. 대체로 들떠있는 모습이다. 아침부터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이들의 기상은 오전 6시전에 거의 이뤄지니, 이들의 음악소리과 대화소리와 청소시스템에선 아무리 버텨도 8시를 넘기긴 어렵다.
이제 올드부끌로드는 사무실, 뉴부끌로드는 말그대로 집이다. 아..물론 가끔씩 이곳에서 컨퍼런스나 포럼을 한다고도 한다.
이 곳의 거실과 정원은 20명은 거뜬히 소화할 넓이이다.

대개 이 곳에서 거주하는 애들의 시스템을 보자면,
밤에 트라이앵글서 업을 하는 쟌리, 크리스티나, 마일린, 조슬린 etc(나머지 애들은 자주 바껴서 잘 모르겠다)은 아침 8~9시사이에 집에 들어와서 잠시 노닥거리다가 잠을 잔다. 쟈넷, 미쉘, 크리스 (모두 알마의 양녀라고 한다) 등 트라이앵글에서 알바뛰지 않는 애들은 하루종일 집에서 왔다갔다 하며, 설거지, 빨래와 같은 집안 일을 하고 아기들을 돌본다. 아...학교도 다니는구나.
그러다가 오후 2~3시경엔 모두들 낮잠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게된다.
그러다 오후 4시가 넘어가면 하나 둘씩 일어나서 저녁을 준비하거나 왔다갔다 하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저녁시간즈음이 되면 다시 일하러 나가는 이들과 밥먹고 노닥거리다 자려는 애들.
완벽하게 같은 하루는 아니지만, 뭔가 비슷하게, 타이트하지 않은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1) AM 10:00
조날린 집 방문. 700페소 가까이 기저귀, 분유, 통조림 등 사가다.
집엔 조날린의 언니들 2명과 언니들의 애인들과 언니들의 자식들 모두 모여있다.
역시 아무렇지 않게 물건 놔두고, '내가 이걸 가져간게 맞는건가? 그렇게 사오라더니 아무말이 없네..'
그녀의 아기(새로 태어난 베이비- 저스틴 조말) 빨리 찍고 나가자함.
'와..애기 진짜 쪼꼬맣다.' 부서질까봐 잘 못안겠다.
조날린은 애 낳은지 2주도 안됐는데, 잘 돌아다닌다.
져스틴 조말은 구석에서 바둥거리고... 우리는 또다시 추적거리는 빗물을 뚫고 트라이앵글로 이동.
공원 거의 도착했을때, 조날린, 모모의 전부인 있다고 도망다니다. 흐음...

2) PM 3:00
아나 (알마 딸) 생일잔치.
트라이앵글서 케잌 사들고 집에 가니 대략 20명의 사람들이 왔다간 흔적. 생일파티는 배불리 먹는 것.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위스키와 음식 덕분에 몇몇 퍼져 있는 인간들 속에 꿋꿋하게 잠자고 있는 쟌리.
그러다 갑자기 일어나서 까를로 데리고 싸리싸리 조용히 다녀온다. 기분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데..
한 손엔 까를로를 안고, 다른 한 손엔 까를로 과자를 들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오는 모습이 한 장의 사진 같다.

 

 

Posted by 빨간경순





2009. 8, 26
한국 출발.
2009. 8. 27
AM 1:00 마닐라, 아시안 브릿지 도착.
필리핀에 맡겨둔 번역 상황 체크. 알마와 조안에게 전화 연락.
- 모든 것이 그대로이다.

2009. 8. 28 울롱가포 도착.
부끌로드 도착.
알마, 알비, 엘사 언니 유창한 영어로 부끌로드 상황 얘기해주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듯.
알비 언니, 친히 뉴부끌로드(일명 화이트 하우스)에 데려가주다.
건물 입구에 섰을때 '앗, 마치 호화리조트를 보는 듯해'
저녁, 펭(필리핀 현지 스탭)은 마닐라에 볼 일이 있어서 올라가고, 알마와 그녀의 남친과 함께 화이트하우스에서 일박.
내가 혼자 있는게 안쓰러운지, 드넓은 거실 아이들 이부자리 옆에 자리를 마련해주다.

2009. 8. 29 울롱가포
화이트 하우스에서 아침을 맞다.
알마의 새로운 양녀 질린(13세_ 이웃으로부터 임신매매 될뻔하다가 도망쳤고, 알마의 양녀가 됐다함) 옆에 낑겨서 자느라 힘들었음.
역시 이 곳의 아침은 빠르다. 밍기적밍기적 거리다 7시쯤 일어남.

1) 아침- 쟌리 팔로우
쟌리가 아침부터 엄마한테 돈 얻으러 간다고 한다.
내가 따라가도 되냐고 묻는다. 촬영 원치 않는다고 한다. 그래, 나같아도 싫겠다.
대신 트라이앵글에 잠시 들를거니까 거기까지 오케이. 세수도 못하고 허겁지겁 팔로우.
트라이앵글까지 까를로(그녀의 아들) 데리고 와서 어슬렁거림.
간만에 까를로도 공원에 나와서 놀고, 쟌리도 친구들테 애 던져놓고 놀고있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
3시간쯤 있다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다시 화이트하우스로 돌아간다 함.

2) 점심-조날린 일당과 조우.
내가 마닐라에 도착하자마자 조날린과 조안에게 미친듯이 문자 오고. '기저귀..배고파..' 알았다, 이것들아..
어제 부끌로드에 맡겨둔 조날린 형제의 미니어쳐들을 위한 장난감 선물 주다.
일당들, 선물만 심드렁하게 챙겨서 인사도 없이 사라지다. 이런 황당할 데가.

3) 저녁-쟌리, 마일린, 조슬린과 트라이앵글
저녁즈음 되자 애들 샤워하고 나간다. 조명켜고 애들 팔로우 시작.
무선마이크에, 조명기를 달고 처음 접하는 밤길은 무지 힘들더라. 삼각대 조수를 해준 쟈넷(알마 양녀)양이 있었지만..
'얘야..삼각대 메고 애들이랑 그렇게 붙어서 다니면..내가 어떻게 찍어야할지 모르겠어ㅜ.ㅜ'
화이트하우스에서 트라이앵글까진 지프니로 한 10~15분쯤 간다.
어두운 지프니안에서 애들은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쉴새없이 웃는다. 특히 마일린.
생각해보니, 나도 그 당시엔 뭐든지 웃겨던거 같다. 낙엽이 굴러도 웃기다고 했던가...?
트라이앵글서 펭과 조우.
스케치 좀 하다가...데리러 나온 쟈넷과 미쉘따라 화이트하우스로 컴백.

4) 화이트 하우스 내외부 스케치. 날씨 흐림

 

Posted by 빨간경순







민다나오 폴로몰록으로 촬영을 다녀온지 벌써 한달이 지났네요. 계속 늑장을 부리고 있다가 오늘에야 촬영일지를 올립니다. 사실 이것을 올리는 지금 이순간...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하네요.
오늘 아델라이다 촬영분을 쓰게 되지 못할 수도 있다(회사가 아델라이다를 징계를 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는 이야기를 전해들었고,
폴로몰록에 있는 아델라이다 막내딸로부터 경은이 보낸 사진을 잘 받았고 고맙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8일 간의 만남이었지만 평생 있지 못할 기억이라는 그녀의 말에 감동과 미안한 맘이 교차합니다.
아직 회사측의 조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아델라이다가 우리로 인해 불행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맘과 함께 짧은 촬영일지를 올립니다.

폴로몰록 일자별 촬영일지

 
7/26(일)
- 오후 3시 30분 경 제너널 산토스 공항 도착
- AK 노동조합에서 마중나온 사람들과 밴으로 폴로몰록에 있는 아델라이다 집으로 이동
- 오후 6시경에 아델라이다 집에서 KMU 코디네이터 토페(Tope)와 미팅: 돌필 회사와 노동조합에 관련해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향후 일정에 대해서 논의함.

7/27(월)
- 오전 8시 경, 이웃 주민들을 방문하여 anti SONA rally 참여를 권유하는 아델라이드 팔로잉
- 오후 1시 경, AK 노동조합 밴을 이용하여 다른 노조간부들과 함께 Anti SONA rally(제너럴 산토스) 참여, 아델라이다 발언.
- 저녁 5-6시 경, 선셋 촬영
- 저녁 8-9시 경. 농장에서 야간 harvest 작업하는 아델라이다 방문하여 촬영

7/28(화)
- 아델라이다 집 스케치
- 폴로몰록 퍼블릭 시장에 장보러 간 아델라이다 동행하여 촬영.

7/29(수)
- 오전 노조사무실 방문
- 오전 가브리엘라 활동가로서 ‘여성에 대한 폭력’ 희생자 Cherry 방문: 아델라이다는 필리핀 최대 여성운동 조직 가브리엘라의 활동가이기도 하다. cherry는 인력소개소를 통해서 마닐라에 일자리를 구했었는데, 가보니 성매매 일이었다. 일을 하지 않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agency 측에서 cherry를 계약 위반으로 고소를 했다. 이에 cherry는 가브리엘라에 도움을 요청했고. 아델라이다는 cherry를 도와서 소송건 진행을 돕기로 했다.
- 저녁에는 파인애플 필드를 방문하여 야간 수확작업을 하는 아델라이다와 동료들 촬영. 다른 노동자들과 필요없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간식을 준비하여 일하는 아델라이다를 방문한 것으로 가장함. 우리 일정을 도와주는 바네사를 아델라이다의 딸이라고 하고 우리는 바네사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에서 온 친구들인데 아델라이다도 기념촬영을 하고 싶어서 방문했다고 설명함.
- 늦은 밤, 아델라이다 야간 농장 작업으로 돌아 온 후 사측에 제출할 진술서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

7/30(목)
- 여성단체 회의가 취소되어. 아델라이다 특별한 일정 없음. 집안 풍경 스케치

7/31(금)
- 트럭을 빌려서 하루종일 파인애플 농장, 바나나 농장 등을 트랙킹.
-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촬영을 원활히 진행하기는 어려웠음.

8/1(토)
- 오전 6시 AK 노조의 board of director 중의 한명(Joselito Mariquit)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성당으로 향함.
- 오전 8시 성당에서 웨딩 미사 촬영
- 오전 11시경 신부 집에서 웨딩 리셉션 촬영. 아델라이다는 결혼 ‘증인’ 같은 사람으로 참석함
- 오후 assembly area 에서 농장으로 이동하는 아델라이다 동행하여 촬영(버스로 이동)
- 햇볕이 좋아서 파인애플 농장 잠깐 스케치.
- 약간의 간식을 준비하여 야간작업 브레이크 타임에 재방문 함. 야간 수확 작업 촬영.

8/2(일)
- 일요일은 일이 없고 쉬는 날임.
- 오전 7시 교회 미사 참석하는 아델라이다 동행 촬영.
- 오전 10-11시 경, KMU 교육 참석한 아델라이다 동행 촬영, 강사는 Tope
- 오후 2시 경, 돌필 회사와 station 1 입구, 입간판 등 촬영
- 오후 4-5시경 아델라이다 집에서 노조 간부, KMU 활동가, 이웃 주민 등을 초대하여 연대 모임 가짐.

8/3(월)
- 마닐라로 돌아옴.

 

 

Posted by 빨간경순






<필리핀 추가 촬영> 

경순의 말에 의하면 이번 촬영의 가장 큰 목표는 두 가지. 필리핀에서의 새로운 촬영인물 한 명과 출산 장면을 찍어 오는 것! 빠듯한 일정과 예산 탓에 결국 경순은 새로운 촬영인물을 찍기 위해 민다나오로 향했고 나는 이전 촬영지들을 순회하며 추가촬영을 하기로 했다.

새롭게 찍게 될 인물인 아델라이다는 민다나오에 오래 전부터 있었던 파인애플 농장인 돌Doll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이다. 경순이 민다나오에 가서 이 인물을 찍는 있는 동안 경은과 세영, 그리고 나는 올롱가포부터 찾아갔다. 오래간만에 찾아간 올롱가포에는 그동안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클롯도 멀비도 아나, 그리고 마리마도 그곳에 머물렀던 아이들은 이제 다들 나가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임신 중이었던 잔리는 아이를 낳았고 조날린은 임신을 했다. 임신과 출산의 연속이다. 잔리의 출산을 둘러싸고 부클로드 사람들이 많이들 고민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들 조날린의 임신이이야기다. (물론 우리가 계속 쫓아다니며 촬영한 탓도 있겠다). 전에 안타깝게도 잔리의 출산장면을 직접 찍지 못한 것 때문에 이번에 조날린의 경우가 두 번째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됐다. 이 전에는 상황을 계속 쫓아다녔다면 이번에는 하염없이 애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동안 다시금 바레토의 클럽 근처와 트라이앵글을 배회하며 여러 번 스케치 촬영을 했다.

일주일 째 넘어가고 올롱가포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중간에 그레이스의 동네를 방문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미리 전화를 통해 들었지만 여전히 집이 안 지어 졌단다. 직접 보니 1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더라. 막내 지엠까지 학교 보내고 나니 살림이 더 빠듯해졌다고 했다. 여전히 그레이스는 새 집 앞 잡초들을 열심히 뽑았다. 그런데 그 동안 임시 거처라고 말했던 집은 너무나도 근사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앞뒤로 지붕을 빼고 살림살이가 더욱 빼곡하게 차 있었다. 내가 그레이스보고 욕심이 너무 많다고, 집이 두 개나 된다고 말했더니 그레이스는 새 집을 지어 사는 게 자신이 가장 바라는 소원이라며 우수에 젖은 얼굴로 말을 한다. 1박 2일, 프롤로그, 에필로그, 일출 장명 등 스케치 촬영을 위주로 한 그레이스네서의 촬영도 마무리 지어 졌다.

마지막으로 마파니크에 계시는 말라야 로라스 할머니들을 방문했다. 할머니들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고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설레지만, 내가 떠난 뒤로 벌써 3명의 할머니들 돌아가셨다고 했다. 늘 그렇지만 리타 할머니가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말라야 로라스 할머니들과 아픈 할머니집을 방문하고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스케치 촬영들을 하고 1박을 보냈다. 리타 할머니는 나한테 ‘내년에 또 언제 올거냐’고 물어보셨다. 이번에도 울컥하는 마음에 ‘조만간 또 한 번 올 수 있도록 할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왔다. 누구보다도 할머니와 헤어질 생각을 하면 다른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생각나서 더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다시 올롱가포. 여전히 애는 나오지 않고 출국 비행기 날짜는 다가오고. 이런 불안한 마음들이 조날린도 부클로드 사람들도 불안하게 만들었나 보다. 지금 조날린은 40대 남자와 동거를 하는데 딱히 직업도, 수입도 없고 술마시면 조날린을 힘들게 하고 첫 번째 부인과 헤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트라이앵글에서 조날린은 그 부인을 만나는 것을 무서워했다. 어쨌든 조날린도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다. 그랬으니 오죽했겠는가. 우리는 출국 날자가 다가오고 조날린도 (잘못 계산된) 출산일이 훨씬 지나자 걱정이 돼서 클리닉과 병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검사 결과 아이는 건강하고 남자아이란다. 딸을 바랐던 조날린도 아이가 건강하다는 말에 훨씬 좋은 표정을 짓는다. 9월 2일, 예정일도 새로 나왔다.

출국 전날 마닐라 시내 스케치 촬영을 하기 위해 전철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고 다시금 예전 그레이스네 동네인 톤도를 찾았다. 이날은 다행히도 날씨가 좋았다. 마지막까지 하루 일정을 채우며 필리핀 추가 촬영을 마쳤다.


<필리핀 추가 촬영, 그리고 그 이후.>

조날린 출산 예정일에 맞춰 일주일 전에 티켓을 예약했다. 두 번째 필리핀 추가촬영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레드마리아를 도와주고 있는 객원스텝 세영이 혼자 가기로 했다. 귀국하고 근 2주일 후이다. 가기 전에 알마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오늘 출국 당일 알마와 연락이 닿았다. 그런데 들리는 안 좋은 뉴스. 조날린이 우리가 떠나고 4일 뒤에 애를 낳았단다. (나는 또 한 번 쓰러졌다)

어쨌거나 오늘 세영은 필리핀으로 떠난다. 조날린도 조날린이지만 이전에 찍었던 잔리의 이야기를 다시금 계속해서 찍을 계획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옛날에 애 낳으면 어디서 키울건지 어떻게 키울건지 열심히 이야기했던 그 예전 논의의 연속이다. 가서 알게 된 새로운 소식이었는데 알마가 잔리의 아들 카를로를 새로 입양했다고 했다. 그러나 잔리는 여전히 트라이앵글로 나가 있고 그곳에서 잠을 자며 종종 부클로드에서 아이를 만나는 듯 보인다.

아쉽지만 아쉬운 대로 혹은 괜찮은 이야기가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두 번째 필리핀 추가촬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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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2차촬영 가서  날짜별로 찍은 그림들 대략적 정리해서 올림.
좀 여유가 있으면 자세하게 이러 저러하게 쓰고 사진도 첨부하고 싶었는데..음... 찍힌 그림 인덱스 수준이랄까..
그래도 가기전에 혹시..필요하거나 도움이 될까 올려놓을게요
_ 객원스탭 세영 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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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2 필리핀 마닐라. 아시안 브릿지 도착

7.23 (마닐라->울롱가포) 
       1) 울롱가포 가는길 차량트래킹
       2) 트라이앵글 저녁 풍경 스케치- 누가 누군지 헷갈려 정말 수박 겉핣는 스케치
       3) 트라이앵글에서 부끌로드까지 애들 팔로우- 초저녁, 초점, 노출 많이 나가 있을거라 예상됨

7. 24 (울롱가포)
       1) 아침부터 쌀가게 가는 아나와 쟌린 팔로우. 아나와 그녀의 딸 프린세스 동행. 쟌린과 그녀의 아들 까를로 동행.
           중간에 놀이터에서 꽤 오래놀다. 쌀가게  배급받는 긴 줄, 중간 중간 쏟아지는 소나기.
           -쌀 받는데 잠깐인줄 알고 따라갔다가 ..어택당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니자.
       2) 트라이시클타고 울롱가포시 트래킹
       3) 부끌로드에서 배사진 찍히는 그녀들
       4) 배사진 찍고 알마와 에블린에게 공부에 대해 상담하는 언니 둘.
       5) 바레토. 늙스구레 백인아저씨들 들락이는 클럽 입구 스케치
           -필리핀 파병 게릴라부대의 슈팅 느낌이랄까....방식은 정하기 나름이다.
       6) 클럽근처 고양이들의 투쟁
           -분명한 위계서열과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누군가를 불안에 떨게 만들고 물어뜯는 모습은 인간과 너무 흡사함.

7. 25 (울롱가포)
       1) 일출풍경_ 부끌로드와 그 주변 스케치
       2)아침. 부끌로드. 요리하는 알마와 청소하는 크리스티나 언니 스케치
       3) 조날린 집, 집주변 골목 스케치- 동네 애들 따돌리지 못해 스케치 실패
       4) 낮. 트라이앵글. 클롯 언니, 조안, 넥넥 등 짤막한 스케치- 커플스런 자태들. 이런거 원하거야 경순?

7.27 (울롱가포)
       1) 조안의 집. 클롯과 그녀의 새로운 애인과 조날린 함께 자리함. 스케치 위주 촬영
       2)집주변 스케치 - 비는 계속 주룩주룩. 그림이 잘 나왔어야 할텐데...

7. 28 (울롱가포) 
       1) 조날린 집. 비오는 집, 내부 외부 스케치
       2) 산파 다녀감.

7.29 (울롱가포->마닐라->몬탈반)
       1) 몬탈반 가는길 택시 트래킹
       2)그레이스 새집, 짓고 있는 집 스케치
       3) 새집에서 짓고 있는 집까지 왔다 갔다 하는 그레이스 팔로우
       4) 저녁 식사 전후 집 내부 풍경- 하루종일 나오는 마이클잭슨 뮤직비디오. 마이클잭슨은 만국공통어구나.. 

7. 30 (몬탈반->마닐라)
       1)일출_그레이스 마을풍경(맑음)- 좋아좋아

7. 31 (마닐라->마파니크) 
       1) 트라이씨클타고 마파니크 동네 트래킹
       2) 할머니들 동네 워킹 팔로우. 한 명, 두 명 늘어나는 할머니들- 뒤에서 보면 무슨 조직같다. 
       3) 리타 할머니,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아파서 누워있는 할머니 방문

8. 1  (마파니크->마닐라) 
       1) 일출_ 리타할머니집

8. 4 (톤도)
       1)기찻길 및 그 주변 스케치- 날씨 오락가락
       2) MRT 트래킹 및 내부 스케치. 수많은 인파. 날씨 매우 흐림, 초저녁 즈음 - 역사와 열차내부 촬영금지
       3) 비오는 저녁, 전광판들과 큰 도로들 

8. 5 (마닐라->울롱가포) 
       1) 일출 풍경_ 부끌로드 다시- 비는 계속 오락가락...
       2) 조날린 집. 산파 와서 상태 체크. 두 시간뒤에 애 나올거라 함 - 하지만, 애는 뱃속이 좋은가 보다..

8. 6 (울롱가포)
       1) 일출풍경_ 조날린 집 근처- 태풍으로 뒤덮인 조날린 동네. 폐허찍으러 온거 같다.
       2) 조날린 일상, 아들과 함께 방바닥서 개미잡기, 누워있기, 담배피기, 조안과 수다떨기
       2) 낮. 트라이앵글 스케치

8. 8 (울롱가포) 
       1) 조날린 부끌로드 가는 길. 팔로우
       2) 부끌로드에서 쟌린과 놀고있는 조날린. 

8. 9 (울롱가포) 
       1) 일출_ 트라이앵글 근처 체육관서 자는 사람들- 비올땐 여기서 자는구나...

8. 10 (울롱가포->마닐라) 
       1) 조날린 팔로우. 병원 가는 길. 병원 앞. 끝없이 늘어선 줄. 문진으로 끝내는 의사. 초음파 검사 추천
           -실제 촬영한 것은 많지 않았지만 체감량 최다. 수많은 사람들, 오고가는 대화들, 신경전, 왔다갔다....
             훌쩍거리던 조날린검사 후 바로 화색이 돌던 그녀. 짜식..

8.11 (톤도) 
       1) 기차길 주변 스케치 다시.
       2) MRT 트래킹 및 내부 스케치 다시.
       3) SM North 스케치, 전광판, 도로, 육교 지나다니는 사람들 - 마지막 촬영, 불에 타죽을뻔~ 펑

8. 12 한국 무사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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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있는 와중 다시 필리핀에 와있는 걸로 순간 순간 착각이 오네요. 슬슬 마음의 준비가 되기도..
자..저는 내일 3차촬영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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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나린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따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방과 후 교실'의 선생님이 되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도시 아이들과 달리 그것이 쉽지 않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방과 후 교실을 하고 있는 학교가 꽤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민자들이 '영어' 선생님을 하는 경우를 방송에서 보여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어쨌든 제나린이 영어 선생님이 되었다. 특히 우리가 촬영했던 이 날은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오고 학생들의 학부모가 참관하는 공개수업 형식으로 진행된 수업이었다. 그 때문에 며칠 전부터 잔뜩 긴장했었다는 수업 당일, 너무나도 큰 목소리(!)로 매끄럽게 수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덕분에 모두가 재밌게 수업을 들었다. 장학사도 학교 선생님들도 칭찬 일색인 것은 물론이었다.

그런데 늘 상 한국에서 다문화라는 단어가 불편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것이 정말로 다문화에 대한 논의인가 하는 문제인데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선생님들은 칭찬하는 가운데 제나린이 좀 더 ‘완벽한’ 한국어를 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결국 한국의 자녀들을 잘 키워내는 것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는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민자들이 영어 교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을 소개하는 어느 방송을 보는 것만큼 나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결국 지금 한국 사회에서, 교육에서 다문화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 부분은 ‘영어’처럼 ‘우월한 문화’이거나 혹은 ‘다문화 페스티벌’처럼 보여주기 위한 상품 같은 것이었나 싶어서였나 싶었다. 재미있게 수업 듣다가 생각에 잠기게 되는 대목이었다.

어쨌거나 6월 29일 햇수로 한 해가 지나고 거의 반 년 만에 평택의 민성노련을 찾았다. 레드마리아 첫 촬영이 바로 민성노련에서였다. 이것의 의미가 특별한 것은 레드마리아 시작한지도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는 의미이기도 해서다.

올 해 민성노련에서 치르는 성노동자의 날은 작년처럼 사람들이 모여서 잔치 국수를 만들어 먹고 성노동자들끼리 집회를 갖는 대신 민성노련과 네트워크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간담회를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희영 위원장이 늘 말하는 거지만 임원진들의 활동이 부진하고 노동자들이 절반 이상 바뀌는 바람에 민성노련의 운영이 힘들어졌단다. 그래서 오히려 간담회에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희영 위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중에는 대만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도 와서 이희영 위원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번 성노동자의 날은 작년보다는 조촐하게 끝났지만 여러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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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목요일: 오전, 5년간 기륭조합원들의 투쟁을 촬영했던 故 김천석의 49제 참석
                      오후, 기륭 전자 신사옥 앞에서 1박 2일 노숙농성

6월 5일 금요일: 아침 출근 투쟁

6월 6일 토요일: 기륭회의, 기륭조합원 김소연 분회장 집 방문

6월 7일 일요일: 기륭조합원 인권영화제 참석, 
                      故김천석 유작인 기륭조합원 투쟁을 촬영한 영화 '우리는 쓰다버리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 관람

6월 8일: 김소연 분회장 ILO 총회 참여위해 프랑스, 스위스로 출국, 그 전에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

 
첫 날, 마석에 있는 납골당에 5년간 계속 기륭 조합원들의 투쟁을 촬영해 왔던 故김천석의 49제에 기륭 조합원들이 찼아 갔다. 돌아가신 분의 어머니가 오열을 하셨고 그 옆으로는 어린 아들이 2명 있었는데 김소연 분회장이 요즘 부쩍 자기들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죽어간다는 소리가 가슴이 아팠다. 최근에 같이 투쟁했던 조합원 한 명도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오전동안 49제를 지내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기륭 전자 신사옥 앞에서 1박 2일 노숙농성을 준비했다. 이날 노숙농성이 있기 전 집회동안 기륭전자 신사옥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나와 시끄럽다며 잠깐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찰이 들고 있어야 할 소음측정기를 주민이 들고 있고 술먹은 취객은 시끄럽다고 고함을 지른다.  약 6개월 전만 해도 음료수를 건네며 수고한다고 말붙이던 주민이 있었다고 했는데 같이 촬영나온 은형은 씁쓸하단다.  

여하튼, 문화제 시간동안은 간혹 주민들도 나와 구경을 하곤 했는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분위기가 사뭇 좋았다. 문화제가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 술자리를 갖고 하나 둘 잘 준비를 했다. 기륭 신사옥이 있는 건물 앞에 말그대로 맨 바닥에 침낭을 깔고 천정없이 별이 보이는(?) 곳에서 노숙을 할 준비하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해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출근투쟁까지 마치고 이날 일정을 마쳤으며 경은과 경순은 제나린 촬영을 위해 정읍으로 내려갔다.

다음 날, 김소연 분회장이 ILO 총회에 참여하기 전 기륭 조합원들과 일정 정리 회의를 했다. 회의를 마치고 배고프다고 아웅성인 조합원들과 함께 오리고기를 먹으러 멀리까지 나갔는데 이렇게 함께 먹는 것이 오랜만이란다. 밥을 먹고 근처에 있는 석순언니의 공동텃밭(?)에 들렀다 치커리니 상추니 하나 둘씩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이날 김소연 분회장 집에 갔다. 김소연 분회장의 일상생활을 찍기 위함이었는데 알고보니 흥희언니랑 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마트에 들러서 장도 보고, 일주일이 넘도록 밀렸던 빨래를 하고 노래를 듣고 저녁에는 종희언니와 다른 금속지부 지회장 언니를 불러 술자리를 갖고 새벽에 잠이 들었다.

일에는 인권영화제에 참석해 자신들이 찍힌 영화 '우리는 쓰다버리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를 봤다. 故김천석이 찍은 영화였다. 출국전날이라 이것저것 선전물을 챙기고 업무를 봤다.

당일, 정말 어김없이(대단한 소연언니!) 출근투쟁을 하고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오전 내내 정신없는 일정이었다. 김소연 분회장은 27일 돌아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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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상암동의 사무실을 대학로로 옮기고 나서 거의 매일 같이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 그러고 있노라면 일본이나 필리핀에서는 거의 매일 같이 촬영을 나가는지라 하루쯤 쉬었으면 했었는데 한국에서는 중간 중간 잡히는 촬영 일정이 오히려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이 얼마나 간사한 마음인지!) 어쨌든 최근에 촬영하고 있는 인물들은 제나린과 기륭 조합원들이다.

일본 촬영을 마치고 국내 촬영을 시작하게 되면 어쨌든 ‘기륭 조합원이 머물고 있는 컨테이너에서 하룻밤 보내기’가 아주 분명하게 정해진 촬영이었는데, 드디어 이날 하게 되었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주였다. 마침 비 내리는 날 빗물로 설거지를 했는지 컨테이너 밖에 그릇이 쌓여 있었다. 이날은 아기를 낳고 최근에 오랜만에 다시 컨테이너를 찾은 화숙 언니도 보였다. 종희 언니가 아기랑 놀고 있었고  김소연 분회장은 바빠서 저녁 늦게 온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늦게 김소연 분회장이 왔고 간단한 술자리를 갖고 뜨뜻한 컨테이너에서 그날 다섯 여자가 줄지어 빽빽이 잠을 잤다. 다음날 여전히 그렇듯 기륭신사옥 앞에 가서 플랜카드를 걸고,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김소연 분회장은 출근 길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 앞에서 피켓을 들고 출근투쟁을 했다. 마찬가지로 이날도 비가 내렸다. 오늘같이 일인시위를 하거나 선전을 하거나 번갈아 가면서 출근투쟁을 한다고 했다.

늦은 아침이었지만 출근투쟁이 끝나고 모든 조합원들이 컨테이너로 돌아가 아침 밥을 먹었다. 컨테이너에 남아 있었던 윤종희 언니가 만든 맛있는 멸치볶음과 엊그제 만들어 놓은 밀가루 반죽으로 전도 부쳐 먹었다. 우리까지 열사람이 빼곡하게 앉아 밥을 먹었다. 그 어찌 맛있는 밥이 아닐 수 있겠는가. 소견이지만 난 어쨌든 그런 분위기가 몸서리쳐지도록 좋다. 이날은 기륭 조합원들의 회의와 김소연 분회장의 회의참석 모습을 간단히 촬영하고 마쳤다. 앞으로는 컨테이너에서의 기륭조합원들의 모습을 많이 담게 될 것이다.

그 주 토요일, 오랜만에 제나린의 집을 찾았다. 제나린이 신태인에 있는 아파트에서 예전에 시어머니가 살았던 정읍에 있는 시골집으로 이사를 한 뒤였다. 이번에 모내기철이었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모종을 키우고 앞마당에 있는 작은 텃밭에는 토마토며 가지, 고추가 심어져 있었다. 맑은 날씨도 내리 이어졌고, 오랜만에 온 제나린 집에서는 촬영이 아닌 휴가 온 기분마냥 3일을 편하게 지냈다. 경은은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또 경순은 액션영화들을 오랜만에 보는 TV 앞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냈다. (맨날 TV만 본 것은 아니니, 부디 오해 없으시길)

원래는 제나린을 필리핀 촬영인물 중에 한 사람으로 섭외를 했지만 이후에 한국 촬영인물 중 한 인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때문에 한국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이 더 필요했다. 어쨌든 계속해서 이번에 모내기를 시작으로 농사일을 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담을 예정이다.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