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2014. 9. 10. 01:18

돈을 쫒으면 시간은 금이 되고

성과를 쫒으면 시간은 스트레스가 된다.

관계에 집착하면 시간은 고통이 되고

분노를 쌓아두면 시간은 한을 준다.

그리고 의심이 깊어지면 시간은 또 다른 의심을 배로 주고

시간은...


시간은 사람들에게 그저 애물단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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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4. 2. 23. 03:47

일본에서 돌아온지 일주일.

오자마자 수림이 방 만들어 주겠다고 집안을 발칵 뒤집었고

친구들 덕에 수림이도 나도 각각의 공간을 마련했지만

정돈되지 않은채 이리저리 공간을 점령한 물건들과 쓰레기에 파묻혀 다시 공황상태로 몇일.

덩달아 두달간의 일본 촬영에서 쌓였던 피로가 급기야 몸을 파죽지세로 공격.

청소고 뭐고 몸이 먼저다 싶어서 일단 손을 놓고 며칠을 보냈다.


하긴 언제부터 내가 그리 깨끗한 동물이었다고...ㅎ

며칠을 죽은듯이 뻗었고 간신히 몸을 움직여 몇군데 병원을 왔다갔다 했다.

하루 이틀에 회복될거 같지는 않고 바닥에 물건도 사라질 기미가 없다.

결국 집안에 쳐박혀 꼼지락 꼼지락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치우기로 한다.

먼저 쓰레기더미속에 내가 숨을 돌릴 작은 책상과 컴퓨터를 먼저 정리하고

다음날 오래된 촬영본 테잎들을 정리하고

그 다음날 일년간 입지도 신지도 않았던 온갖 의류들을 버리고

오늘은 자잘한 문구류며 그릇들을 정리하고나니

이제 그럴듯하게 공간이 번쩍거린다.


그렇게 하나씩 치우다보니 머리속에 두달간 쌓였던 피로도 스트레스도

덩달아 하나씩 치워진다.

문득 집을 옮겨주러 왔었던 재훈이가 한말이 생각난다.

지난번 이집으로 이사를 할때도 도와주었던 그는 청소와 정리에 약한 나를 진즉에 파악했는지 

감독님 청소의 힘이란 책을 한번 보세요 했다.

아니 무슨 청소에 힘까지 붙냐.


물론 책을 사보지는 않았지만

몸소 느낀다.

청소란 단지 공간을 깨끗히 하는 문제만이 아니란걸.

청소를 하는 동안 내 머리에 쌓였던 많은 먼지와 찌거기들도 조금씩 덜어내는 과정이었다는 걸.

우자지간 이 상태가 오래 가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쫌....좋다는 말씀.

오늘은 뭘 청소 할까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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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7. 3. 15:04

지난주 카메라를 빌려서 레드마리아2 첫 촬영을 했다.

재미있게도 레드마리아의 첫 촬영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성노동자들이 시작.

물론 그때와 상황은 많이 다르다. 집창촌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노동자를 내세우는 집회도 아니고.

이번에는 그냥 성노동자를 지지하는 모임 지지에서 주최한 '안전한 섹스,즐거운 섹스.

대중들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행사를 생각하다가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사실 나는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단 테스트 촬영을 해보자고 나갔는데

의외로 쓸만한 이야기가 있어 그냥 첫 촬영으로 기록을 하기로 했다.


레드마리아2를 기획하면서 이번 촬영은 오래전부터 나름 빵빵하게 제작 워크플로어를 구상했었다.

체력적인 조건과 카메라 기기의 다양화 등을 고려해서 촬영 감독을 기본으로 나름 괜찮은 카메라를 

눈여겨 두었었고 나를 대신해서 무거운 짐들을 같이 보조해줄 카메라보나 조연출을 생각하고 잇었다.

하지만 정작 프로젝트가 시작이 되고 지원을 받기 시작했지만 전체 예산을 고려해서

그런 인건비와 장비를 쓸만한 계산이 안나온다.

가장 난감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보기에는 그래도 많아보이고

당사자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 지점의 예산이 눈앞에 있을때다.

심지어 쓸 수 있는 항목과 쓸수없는 항목이 내가 필요한 지점과 전혀 교집합이 안나오는 상태.


그래서 몇주일 머리가 꽤나 아팠다.

대체 어떻게 워크플로어를 다시 짜야 정답에 가까운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국내 촬영도 아니고 다시 한국과 일본을 왔다갔다하며 찍어야 하는 이 국제프로젝트를 말이다.

사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혼자서 하면 된다.

가장 저렴한 카메라와 가장 가벼운 장비를 구비해서 가장 손쉬운 자신의 몸을 활용하는 것.

물론 몸이 예전처럼 최고의 상품에 도달할 만큼 질이 좋지는 않다는게 좀 걸리긴 한다.

그래서 요즘 몸 만들기에 정신이 없다.

몸만드는 비용이 장난 아니게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건비를 쓰는 것보다는 적다는게 참 슬픈일.


꼬질꼬질하게 생각하면 이것저것 더 머리 아프고 답답해서 마인드를 바꿨다.

너 처음 영화찍을 때를 생각해봐.가장 싼 카메라와 가장 싼 마이크로 뛰어다녔지만

니가 원하는 이야기를 잘 담아냈잖니.그러니 이번에도 처음의 마음으로 시작해 보렴...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니 웬지 흥분까지 된다.

그래 나에게 맞게 시작하자.

부풀리지도 말고 오바하지도 말고 그냥 지금 딱 할 수 있는 만큼의 방법을 찾자.

가장 작고 가장 효율적으로 작업 할 수 있는 워크플로어를 고민해 보자.

물론 그 비용도 만만치는 않겠지만 적어도 원래의 비용과 스트레스는 대폭 줄일 수 있을듯 싶다.

며칠전 그에 걸맞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봐두었다.

빨랑 그것들을 손에 쥐고 세상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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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2. 11. 19. 23:15

나는 겨울이 오기 전 바로 이 순간에만 맡을 수 있는 이 냄새를 좋아한다.

낙엽이 거의 떨어질 무렵이어야 하고

비가 한번 때려주어야 하고

기온이 확 떨어져야 하고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불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맡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 차갑고 스산한 냄새를 요즘 맘껏 맡는다.

지금을 놓치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맡을 수 있기에

부러 냄새를 맡기위해 밖을 한번 돌다 들어오고

부러 자전거를 타고 커피를 사러가고

부러 망원시장에 나가 뭔가 살것이 없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차갑고 스산한 냄새가 강하게 날수록

신기하게 사람냄새도 좋다.

뭔가 들떠 있는 사람들.

뭔가 긴장된 사람들.

뭔가 기대하는 사람들.

뭔가 불편한 사람들.

뭔가 아쉬운 사람들.

뭔가 안쓰러운 사람들까지...


근데 그 분위기에 가끔 싸움을 거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냄새를 즐기지 말라고 구지 싸움을 건다.

뒷골목에서 일대일로 싸운다면 실컷 싸워주련만

가끔 싸움도 눈치를 봐야한다.

눈치를 보는 싸움은 참 스트레스다.

그래서 다시 한번 스산한 냄새를 맡으러 밖에 나간다.

코를 벌렁거리면서 냄새를 들이 맡다보니 목이 탄다.

그래 막걸리 딱 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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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여행일기2012. 8. 20. 00:14

스위스는 나와 그리 가까운 나라가 아니었는데 이곳이 익숙해진건 순전히 친구 때문이다. 

잘나가는 방송피디였던 그녀가 호주에 촬영갔다가 스위스남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만해도 

지금의 그녀를 상상하지는 못했다. 

한국에서처럼 결혼해서도 방송일이나 하면서 늘 연애같은 결혼생활을 주구장창 하거나 

애가 하나쯤 있을 수는 있겠지만 육아문제로 이리저리 골머리를 썪이다가 그 일은 놀이방이나 유모한테 맡기고 

본인은 좀 더 스위스에서의 활동에 전념하지 않을까 하는. 

한마디로 집안일 따위(?)로 절대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을거라는 뭐 그런종류의 시나리오가 늘 그녀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었는데 웬걸 결혼 10년차에 접어든 그녀의 현재모습은 애 둘에 셋째를 임신한 전업주부9단의 모습이라는 거다.


그런데 한술 더 뜨는 이야기는 그녀가 행복하다고 말하는거.

리얼리?


Posted by 빨간경순
여행일기2012. 8. 10. 08:51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스위스의 단 하나의 흠이라면 바다가 없다는 것. 

하지만 알프스를 비롯한 수많은 산과 빙하로부터 흘러내려오는 물이 육지에 고여 전국에 호수가 천개가 넘는다. 

그래서인지 스위스는 어딜가나 물이 풍부하다. 거리를 걷다가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식수가 분수처럼 나오고 

대부분의 동네들은 가까운 거리에 늘 호수나 강이 흘러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피크닉을 즐긴다. 

이런 물풍년 덕에 나는 스위스에서 물을 한번도 사먹어보지를 않았다. 

그런 물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는지 친구집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취리히호수는 보기만해도 눈이 정화되는 느낌. 

게다가 동네 어디를 둘러봐도 높은 건물이 없어서 호수든 강이든 숲이든 걸쳐있어 집집마다 창밖이 한폭의 그림이다. 

이런동네에 살면 집앞을 가리며 올라오는 건물에 짜증이 날 이유도 없고 

앞집 옆집 창문을 마주보며 사생활이 쉽게 침해받는 일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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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9. 8. 22. 17:04

영화를 기획 할 때의 그림이 있다. 아주 느슨하게 그려지는 이미지들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늘 주제로부터 확산되는데 명확하지는 않다. 왜냐면 늘 그렇듯이 나의 작업이란 퍼즐처럼 주제를 완성해 가는 그림들을 찾아다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중 레드마리아는 제일 복잡한 숙제가 되고 있는 듯하다.

가끔 다큐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묻곤 하는데 12명의 주인공을 어떻게 구성할거냐는 것. 그거에 대한 좋은 생각이 있음 나에게 주저말고 이야기 해달라고 대답 하는데 나도 그게 궁금하다. 그 12명을 어떻게 조합해서 레드마리아 속에 녹아낼 것인지. 하나씩 보면 그 하나의 인물로도 족히 한시간은 게길만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으니 이걸 그냥 열두편으로 만드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동하가 그랬다. 애국자게임을 만들고 난후 그리고 다시 택시블루스를 만들고 난 후 사람많이 나오는 작업 이젠 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 죽을맛이지. 근데 나는 자꾸 그렇게 작업을 하는거 같다. 이것도 습관이되면 취향이라고 말해야 할까? 하하하 우자지간 그 덕에 지금 졸라 머리가 복잡하다. 게다가 계획에도 없던 두번의 장례식까지 치르고 계획된 두번의 출산장면을 실패하고 보니 아무리 계획이 명확했다 한들 레드마리아의 마지막도 계획된대로 나올지 의문이니까.

하지만 일단 찍어진 그림들을 보기 시작했다. 어느 것 하나 완성된 번역이 없어 시도때도 없이 중단되는 통에 툭툭 걸리는 짜증이 벌써 스트레스가 되고 있고, 시작때부터 말썽이던 다리의 고관절염은 자리에 앉아 두시간을 버티기 힘들게 만든다. 정말 지랄이다. 이렇게 예상치 않던 일들이 줄줄이 나와의 데이트를 기다리고 있으니 모른척하고 넘어가기도 민망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이젠 쌓이는 빚은 눈에도 안들어 온다. 물론 안들어오는 건 아니고 지칠까봐 지레 모른척 흐흐 레드마리아를 시작하고 4번째 도전해보는 영진위 기금신청에 다시 기대를 해보는 수밖에. 그리고 뭐 죽기야 하겠어..오마이갓 이런 이야기는 없던걸로 하자.

영화를 만들때 묘미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일단 기획 할 때의 돈 안드는 상상이 첫번째 묘미. 내 머리속에 그려지는 일들을 누가 탓하랴. 그때는 스텝들에 대한 부담도 돈에 부담도 시간과 공간에 대한 구애도 없다. 그저 머리에서 돌아다니는 컷들을 하나씩 잡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두번째는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인데 이때부터 점점 스릴과 서스펜스가 추가되는 재미가 있다. 나만의 생각으로는 안되는 대상들이 하나씩 추가되고 예상치 않던 문제들이 생겨나고 그 문제를 풀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그 어떤 놀이가 부럽지 않을 만큼 신난다. 물론 항상 신나는 일은 감수할 것들이 많아지는법 하지만 일단 생략하고...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