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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25 낡은 보일러
  2. 2012.10.16 운좋은 날 2
빨간경순의 노트2014. 2. 25. 03:15

며칠 계속 온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목욕탕은 좋아해도 집에서는 잘 씻지 않는지라 온수에 문제가 있는걸 몰랐었다. 

어렷을때 씻지도 않던 수림이가 요즘은 어찌나 잘 씻어대는지 지가 원래 그랬던 사람인줄 안다.ㅋ

우자지간 오늘도 느즈막히 일어나 커피한잔 마시려는데 그녀가 들어온다.

너 나갔었니? 

왜케 빨리 들어온거?

목욕탕에 갔었어.다시 나갈거야.

너 목욕탕에도 가니?

오늘 온수 좀 어떻게 해봐 엄마.추워죽겠어.


결국 보일러 수리점에 연락을 했고 기사님이 두시간뒤 출동하셨다.

역시 기술자답게 금새 문제점을 파악하신다.

너무 오래됐어요.숨쉬기 힘드니 아무데나 펌부질을 해서 온수가 잘 안돌아가는거예요.

이 보일러 십년된건데 그래도 잘 버텼네요.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교체해야 합니다.

아..네...수리해 주셔요.

8만원입니다.

아...네...


순식간에 뚝딱거리더니만 금새 교체를 해주었고

온수가 잘 나오기 시작한다.

계산을 하려다 혹시나 하고 기사에게 물어봤다.

근데 세입자가 보일러를 수리하나요 주인이하나요?

당연히 주인이 해야지.

아..그래요...


근데 전화기에 손을 대려니 민망하다.

8만원인데 그냥 내가 할까...하다가 전화를 걸었다.

말도 조심조심 꺼내는데 대뜸 주인이 그런다.

그러셨어요.당연히 저희가 내야지요.영수증이랑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아...네...이런 전화 드리기 참 민망한데 시원하게 이야기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니예요 제가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흐믓했다.

당연한 일이었던거 같은데 전화를 걸었던 내가 왜케 대견하던지.ㅎ

보일러가 잘 돌아간다.

간만에 한번 씻어볼까 하다가 내일 친구랑 목욕탕 가기로 해서 관뒀다.

내일 아침 수림이가 즐겁게 샤워를 하겠지 싶으니 그것도 새삼 흐믓.

느즈막히 우울했었는데 낡은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 정신이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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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2. 10. 16. 17:28

몇달전 잃어버렸던 자전거를 찾았다.

그렇게 찾아도 안보이더니만 오늘 우연히 동네 뒷골목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를 발견한거다.

자전거 주인을 찾았더니 앞에 한 할아버지가 자신의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몇달전에 잃어버린 자전거고 여기저기 소품들을 내가 직접 달았다고 말했더니

그럼 가져가란다. 자기도 앞집 할머니가 타라고 해서 탄거 뿐이라고.

근데 바퀴바람이 나가서 자기가 빵구를 떼우고 했으니 빵구떼운 값은 달라신다.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 꼬치꼬치 따질까 하다가 그냥 5천원 드렸다.

그리고 열쇠도 자기가 돈주고 산거라고해서 열쇠값도 5천원 드렸다.

근데 나중에 아쉬운지 할아버지가 뭔가를 더 요구할 기세가 보여서 그랬다.

할아버지 제가 이자전거 신고할 수도 있는데 찾은걸로 만족하는거니까 그리아셔요.

그리고 그동안 잘 보관해주셨다고 생각할게요.


동네의 중고물품을 수거하는 할아버지인듯 싶은데 좀 어이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도 자전거를 찾아서 반갑기도 하다.

사실 이 자전거는 수림이가 첫월급을 타서 선물로 사준 자전거라 웬지 오래타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수많은 자전거를 잃어버리고도 쉽게 잊어버렸는데   내내 이자전거는 머리에서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중고로 다시 산 자전거가 덜컹거려서 이래저래 수리를 했건만

기아가 잘 먹지 않아 오르막길에서 많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원래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거늘 

사람의 기분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다르다.

그날은 참 운도 없네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운좋은 날이 됐다.



수림이가 자전거를 사준뒤 해준 싸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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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