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2.11 말과 글의 전쟁 1
  2. 2009.10.28 소통
  3. 2009.07.13 레드마리아 14 - 소통에 대한 해석
빨간경순의 노트2013. 2. 11. 14:26

오늘 두통의 메일을 받았고

역시 두통의 답장을 보냈다.

재밌는건 한통은 참 편하게 웃으면서 속내를 이야기 했고

나머지 한통도 역시 편하게 쓰기는 햇으나 몇개의 단어를 신경써서 보냈다.

메일을 보내고 나서 잠시 생각해 본다.


말과 글이라는 것이 본디 다른 기질을 갖고 있음에도

요즘은 말보다 글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입이 할일을 손으로 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둘다 마음이 담기는 것이기는 하겠으나 

입으로 말을 할때는 눈과 몸이 같이 움직이지만

손으로 할때는 그저 글로만 표현을 해야하니 당연히 애초의 마음과 간극이 생긴다.


웹의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더욱 가중되어

급기야 어떤이는 글이 더 편하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어

말이 편한 사람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물론 나같은 사람은 글이나 말이나 대충 비슷한지라

글이라고 해서 더 다르지도 않지만

글로 무엇인가를 많이 줄줄이 설명해야 할때는 좀 곤혼스럽다.


게다가 우리가 하는 일도 늘 글을 써야 하는 일이니

입이 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이제는 입으로 말을 해야 할때 또 불편해 지기도 한다.

하지만 말이든 글이든 익숙하게 할 수 있어야 편한데

때로는 그 말과 글이 참 독이 될때가 많다.

이해관계가 점점 더 얽혀 있어 더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상대와 나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서로가 기대하는 바도 다르니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말이 독이되고 글이 독이된다.

한마디로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받아들이는 이의 마음이 독성을 지니고 있으면

어떤 말이라도 독이 된다는 야그.


근데 참 신기하게도 그  똑같은 말이 어떤이에게는 참 힘이 되기도 한다.

가끔 그런 힘은 상대에 대한 믿음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고

나의 마음에서 오는 것이기도 한데

가끔 친구에게 쓰는 메일조차 그런저런 것을 의식해야 할때

참 안타깝고 답답하다.

단어 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재단하다보면

정말 의미는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콩심었는데 팥이 나오는 형국이니 참.

그래서인지 내가 아는 한친구는 블러그를 쓰고 있는데

글이 제법 재밌는데도 공개를 하고싶지 않다고 한다.

누가 읽고 무슨말을 할지 미리 걱정을 하기때문일텐데

그런 마음도 백분 이해가 된다.

글이 공개되면 반응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니

감수하기 싫다면 너무도 당연한 일.


우자지간 말이 좋아 소통이지

어쩌다 말과 글이 이리도 전쟁을 치루는 사회가 됐는지 모르겠다.



'빨간경순의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 며칠  (0) 2013.02.24
왕재산 조작사건 2심 선고 참관기  (0) 2013.02.11
공포영화 멜로영화  (0) 2013.02.07
돈되는 일거리 구함  (0) 2013.02.06
눈오는날 사우나를 하고  (0) 2013.02.04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9. 10. 28. 11:18



























소통하십니까







'제작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죽  (0) 2009.11.02
조순자선생님과 함께  (0) 2009.10.29
2009. 8 필리핀 우기  (0) 2009.10.21
부산에서 한컷  (0) 2009.10.14
영화계는 괴로워  (0) 2009.10.14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9. 7. 13. 16:56

레드마리아 첫 촬영 이후 벌써 일년이 지났다. 지나간 시간과 일들을 증면해 주는건 책상위에 쌓여있는 400여개의 테잎들이다. 크게 한국과 일본,필리핀으로 색깔을 나누어 라벨을 정리해 놨지만 한국어 일본어 따갈로그,비사어,팜팡가어,영어,스페인어 등의 갖가지 말들이 담겨져 아직도 그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 투성이다. 어쩌다 작업이 말과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요즘, 한참 달라붙어 그림을 붙여도 모자랄판인 나의 욕망은 거미줄에 휩싸여 움직이질 못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해외촬영을 떠난다. 필리핀의 늘어지는 섭외도 섭외지만 늘 그렇듯이 가봐야 알 수 있는 그림의 정체를 고스란히 부담으로 껴안고 있지만 정작 더 걱정은 다시 불어날 말과의 전쟁이다. 근데 재밌는건 정작 현장에서는 말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게 또 신기한 일중 하나이다. 누구하나 완벽한 통역을 해주지는 못하고 그럴 형편도 못되지만 우리는 잇몸과 바디를 섞어가며 그들과 이야기하는데 그다지 큰 불편함을 못느끼고 있다.

만일 방송아르바이트로 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리. 꽉 짜여진 스케줄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만 가능한 스케줄,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요구되는 정확하고 짧은 인터뷰를 제시간에 따려면 현지에서의 모든 스케줄과 일정을 관리해줄 코디네이터가 반드시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다들 일류라고 자부하는 이들과 일을 해도 늘 걸리는게 소통의 문제이다. 그나라의 말을 잘 하는것과 의사를 잘 전달하는 건 근본적으로 다른세계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딱 거기까지만 잘하는....그래서 우리는 정작 말을 잘해도 소통을 하는데는 재주가 없다. 어쩌면 소통이 막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거 아닐까. 말을 너무 잘해서 말이다. 해야 될 말과 들어야 될 말에 대한 기준이 명확한 사람들에게는 그 외에 존재하는 이야기는 틀린 것이 되버린다. 길게 돌아가 보면 결국 같은 말이고 같은 생각인 경유가 꽤 되지만, 비교적 교양있고 똑똑한 사람들은 아쉽게도 시간이 없다. 그들에게 시간은 노동이고 돈이고 생산이고 미래기 때문에 답은 언제나 정해진 시간안에 나와야 정답인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 가진것이 없는 사람들, 사람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기준을 갖고있지 않다. 못알아 들으면 더 이야기 하면 되고 그래도 못알아 들으면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그들에게 남아도는 건 시간이고 노동은 시간만큼 돈이 많아지지도 않는 것들 뿐이니, 말이 안되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말이 안통해서 열받을 일도 없다. 그저 닥친 상황을 즐기면 그만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좋은 대화가 어딨을까.

‘한국 사람들은 에뽈이 싸다면서...’
‘에뽈?’
‘응 에뽈’
‘그거 많이 먹어서 피부가 다들 좋은거 같아.여기는 에뽈이 비싸거든’
‘야..에뽈이 뭐야?’
‘에뽈?...혹시 애플?
‘응...그래 에뽈’
‘아...애플.....’

우린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촬영을 한다. 아마 똑같은 대화를 유럽에 가서 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그리고 한국에서는 또 얼마나 비웃으며 놀림감이 됐을지...많은 사람들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이 땅에서 소통을 부르짖지만 정작 그들은 소통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말 잘하는 입을 갖고 싶을 뿐이다.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본도 소통에 대한 상황은 막상막하다. 한국에서의 상황이 과다교육에 대한 부작용이라면 일본의 경우는 어려서부터 민폐를 최고의 잘못으로 교육받은 탓인지 남에게 속을 드러내지 않아 역시 소통에 많은 장애를 안고 있다. 정확하게 해야 할말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대단한 민폐를 서로에게 끼치게 되니 어설픈 일어로 혹은 어설픈 영어로 그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기는 여간 어렵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해보다는 오해가 더 많이 쌓여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큰 상황을 맞이하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역시 교육이 문제네...우자지간...게다가 말이라는 것이 오프라인을 벗어나면 그건 또 다른 세계가 된다. 그래서 온라인이 늘 뜨겁게 논쟁을 벌이는 공간이 되는 이유이기도 한데 읽고 해석을 하는 방식이 자기의 생각만큼에서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온라인에서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고 늘 꼼꼼하게 답글을 쓰고 또 반박하고 또 쓰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존경스러운지 모른다. 그래서 소통을 하고 싶은 사람은 정확하게 자신의 말을 제대로 쓸 줄 알고 전달 할 줄 알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 그렇게 훈련이 되고 적응이 되는 사람들이 말이 안되게 소통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찌 읽을 수 있겠는가. 사회가 발전할 수록, 문화가 다양해져 갈수록, 다양한 소통의 방식이 생겨나고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게 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걱정스러운건 그런방식에 익숙하면 할수록 오프라인에서나 가능한 그런 달콤 쌉싸름한 소통의 매력은 맛보기 힘들거라는 것.

소통은 외로움과 직결된다. 전세계의 주민들이 갈수록 외로워지고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만들어내는 각종 프로그램과 힐링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제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정작 소통에 대한 타고난 능력은 갈수록 인간의 몸에서 퇴화되어 간다는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는거.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