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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06 모기가 그랬어
제작일기2013. 10. 6. 15:47

참 이상하다.

어떤 기운이 작용하는 것일까.

하루전날에는 그렇게도 생각이 정리가 안되더니만.

그래서 마음만 조급하고 일이 내내 손에 잡히지를 안되더니만.

쓸데없이 올드해진 맥의 시스템만 이리저리 살펴보다 시간이 빨리도 흘러가더니만.

그래서 결국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자니 너무 복잡해서 질렸고

생전 해보지도 않던 피칭을 준비하자니 머리만 지끈거리더니만.


피칭이 뭔가.

만들어지지도 않은 영화를 미리 머릿속에 그리고 

생각을 세일하는거 아닌가.

아니 내가 지금 안그래도 영화 제작때문에 일정이 복잡한데 

고작 세일 잘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시간을 축내야 한단 말인가?

부산에 <산다> 상영회도 가야하고

찍고 있는 내용도 더 정리해야 하고

어제 찍은 내용도 프리뷰해야 하고

일본 촬영도 준비해야...

앗 그렇구나.

내가 일본촬영을 위해 이걸 해야하는구나.


잠시 멍때리던 생각을 고쳐먹고 생각을 세일 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근데 지끈거리는 머리가 진정이 안된다.

결국 사무실에서 후덥지근한 기운에 엄하게 시간만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근데 웬지 스트레스가 가시지 않는다.

뭔가 생각을 버릴것이 필요하다고 찾다가  쓸데없이 재미없는 드라마를 켜놓고

낮에 먹다남은 홍합에 소주한잔을 들이킨다.

먹다보니 배는 부른데 포만감은 없고 가슴은 답답하다.

대체 입과 배가 무슨 수작을 벌이는 것인지

먹는 일이 중단이 안된다.

이럴때는 후다닥 자면 된다.

근데 구지 잠을 물리치고 피곤한 몸이 의자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그렇게 게기다 잠을 잤다.


근데 그 몇시간 사이에 뭔일이 있었던 것일까.

머리가 너무 상쾌하다.

얼른 컴을 켠다.

잽싸게 커피도 내린다.

그리고 어제 쓰다만 잡다한 낙서를 다시 시작한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머리는 분명 잘 돌아간다.

가슴도 답답하지 않은데다 그 많은 음식은 어디로 갔는지 배마저 고프다.

게다가 조급함도 없어졌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 있고 안좋은 날이 있는데

웬지 오늘은 자꾸 모기가 생각난다.


자면서 윙윙거리는 모기와의 싸움을 잠시 한게 전부인데

원하지는 않았지만 몇방울의 피를 적선한게 전부인데

그리고 이내 참다못한 나는 살충가스를 대량 살포해서 그를 전사시켰는데...

맞다.그 모기는 그냥 죽지 않았다.

살충가스를 대량 흡입했지만 

마지막까지 발악을 하면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내 머리맡에서 비행을 계속했다.

그 순간 또 다시 가스 살포를 생각 했지만

그 혹은 그녀는 결국 죽을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기다려주었다.

확실히 윙윙거리는 소리가 작아졌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덕에 나는 그 짧은 시간 내내 모기만을 생각했던거 같다.

어쩌면 그것은 인연의 순간이었을까.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모기도 마다 않고 내곁에 와준 짧은 인연.

그는 나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했던 것일까.


하지만 나는 잤고 눈을 뜨자 그를 잊었다.

그가 어디에서 전사했는지도 찾지 않았다.

근데 분명한건 어제와 오늘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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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