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일기2013. 8. 22. 17:12

10월말 일본 도쿄에서 레드마리아를 개봉한다.

근데 개봉하기 몇달전부터 일본 배급사에서 여러차례 레드마리아 시사회를 하고 반응을 보고

그리고 다시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한달전인 다음달에 신문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잡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봉전에 여러가지 준비를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웬지 더 촘촘하고

여유있게 하다보니 이후에 발생할만한 여러가지 일을 미리 수정하고 준비하게 되는거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따지고 챙기고 의견을 수렴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 모습들이 이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 영화를 위해 애쓰는분들의 노고가 새삼 고맙기 그지 없다.


우자지간 그덕에 다음달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일본에 가는데

가는김에 그동안 제작비문제로 미뤄왔던 레드마리아2 일본촬영을 위한 사전조사를 이참에 하기로 했다.

도쿄에서 기자인터뷰를 응한후 오사카로 넘어가 그동안 자료로만 봐왔던 이야기를

직접 글을 썼던 분들을 통해 확인하고 좀 더 추가로 취재해야 할 분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섭외를 하자니 어디서부터 줄을 대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의외로 쉽게 레드마리아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로 부터 연락처를 받기도 하고

직접 오사카에 사는 친구로 부터 소개를 받기도 하면서 목록이 촘촘히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사카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3박4일로 좀 빡빡한 일정이라 걱정도 된다.

미리 연락을 한다고 해서 다들 만날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 만난다고해도 여러사람을 만나다보면

일정이 겹칠 수도 있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거의 매일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다시 메일을 보내고 하는일이 일과가 되었고

중간중간 촬영할 일도 점점 많아지고 보면 볼수록 봐야 할 자료들도 점점 산더미라

몸도 마음도 분주하고 산만하고 정신이 없다.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자꾸 흥분되는 이 마음은 뭔지...ㅎ


우자지간 일본취재전에 해야 할 것들을 다시한번 정리해보자.

일단 항공권은 에약을 끝냈고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오사카로 가는 신칸센 예약을 부탁하고

오사카에서 3명이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알아보고

만나야 할 분들의 목록을 다시한번 체크하고

가기전에 서울에서 촬영해야 할 일정을 조율하고

중간중간 촬영분 로깅을 체크하고

가기전에 꼭 봐야할 자료들을 읽고 정리하고

가장중요한 몸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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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5. 9. 11:17

몇일전 아는 선배와 술자리를 했다.

평소 영화를 즐겨하지 않던 그 선배는 우연히 나를 만나 레드마리아를 보았었다.

보고나서 감상평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 정말 오랜만에 그 선배와 술자리를 했던 것인데

우연히 레드마리아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선배의 말은 사실 영화를 본 후 후유증이 좀 오래갔다고 한다.

뭔지 모르겠는데 계속 머리에 맴돌아 결국은 와이프에게 상상마당에서 상영을 하니

동네 아주머님들과 가서 한번 보라고 했단다.

그리고 영화가 어땠냐고 물었더니만 아주머님들이 영화를 보며 펑평 울었다고 했다며

자기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그것이 여성에게는 보였던 모양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여성에게 다 보이는 건 아니야.여성들이 보고싶지 않은 이야기가 의외로 많고

그래서 레드마리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했다.

선배가 다시 말했다.

오히려 우리가 아는게 많아서 보지 못하는거 같다고. 그랬던거 갔다고...

나는 남자사람인 선배가 그런 고민을 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것이 너무나 좋았다.


가끔 아주 가끔.... 듣고 싶은 이야기는 그렇게 우연히 아주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나오고

그 작은 이야기가 조용히 나에게 힘을 준다.

그래서 선배에게 말했다.

나 말이야 레드마리아 2 준비하고 있어.

그 영화는 머리아프지 않고 명쾌할거야.

그 말을 하고나니 언젠가 기획안의 초안을 쓰며 보여주었던 한 친구가 생각났다.


난 잘 모르겠어.그냥 몇일간 머리가 아퍼 죽는줄 알았다니까... 

하긴 그친구는 쇼킹패밀리 때도 레드마리아 때도 늘 그런말을 하긴했다.

근데 왜 자꾸 그 친구에게 보여주는건지...ㅎ

친구란 참 묘한 것이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늘 지지해 준다는걸 알기때문인지도.

우자지간 그렇게 슬금 슬금 레드마리아 두번째 이야기가 꿈틀거린다.


Posted by 빨간경순
기사와 리뷰2013. 4. 3. 10:25

레드마리아 (경순, 2011)[2012.08.14]

레드마리아 (경순, 2011)

동시대를 사는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하나의 범주 안에서 기록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다만 가장 구체적인 삶의 조건으로 내려가서, 이 여성들이 공유하는 어떤 지점들, 즉, 전지구적 자본주의를 사는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그리고 그 노동과 분리될 수 없는 몸에 대해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때 그 몸의 상처, 고통, 활동, 그러니까 그 몸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우리는 아마도 그간 남성들의 시선, 언어에서 누락된 아시아 여성들 각각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완결적이지 않고 통합적이지 않으며 파편적이고 희미하지만, 오직 정서적이고 경험적인 연대로 가지를 뻗어가는 아시아 여성들의 지도. 아마도 경순 감독의 <레드마리아>는 그 지도의 첫 장이 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일본, 그리고 필리핀을 오가며 감독은 많은 여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일상과 그 일상을 꾸려가기 위한 그들의 노동과 그 일상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시작한 그들의 저항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는 엄마이기도 하고, 성노동자이기도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하고, 위안부 여성이기도 하고, 이주민 여성이기도 한 이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공통된 지점들로 엮어내면서도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이들 사이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차이들을 발견한다. 이를테면 한국과 일본의 파견 노동자들이 기업들의 해고에 맞서 어떤 투쟁을 하고 있는지, 한국과 필리핀의 성노동자들이 사회의 편견에 맞서 어떤 식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생존을 꾸려 가는지 이어서 보여주는 식이다. 여기에 영화는 특별한 설명을 덧붙여 각 국가의 여성들이 당면한 현실을 분석하고 비교하는 대신, 그저 그들의 세계 각각을 오갈 뿐인데, 그 과정에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쟁점을 만들어낸다. 요컨대, 오래 전 일본 군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강간을 당했던, 지금은 노인이 된 필리핀 여성들 중 한 명이 현실의 성노동자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그들을 ‘여성의 권리’ 안에서 망설임 없이 받아들일 때, 두 집단은 시스템의 폭력 안에서 자신들의 몸-경험, 혹은 몸-역사로 교집합을 발견하고 끌어안는 법을 터득한다. 그것은 그 어떤 지식인 페미니스트들의 주장보다 급진적이다. 혹은 영화가 유사한 상황에 처한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을 오갈 때, 우리는 그 유사한 상황 속에서도 계급, 섹슈얼리티, 민족 등의 차이가 빚어내는 다른 삶의 조건들을 보게 되고, 단순히 여성이라는 범주로 포괄할 수 없는, 그 안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착취와 피착취의 무수한 권력관계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도입부와 끝에서 감독은 자신이 만난 수많은 여성들의 배를 얼굴 없이 찍었다. 늘어지고, 터지고, 불룩한, 각양각색의 형상을 한 신체의 기관, 아니, 여성의 개별 과거를 고스란히 담은 흔적이자, 지금도 살아 숨쉬는 활동으로서 어쩌면 가장 숭고하고 가장 추한, 그리하여 어쩌면 가장 논쟁적인 여성 몸의 일부, 아니 전체. 거기, 얼굴이 잘린 이 배들은 이상하게도 대상으로서의 신체 일부가 아닌, 그 자체로 충만한 세계로 느껴진다. <레드마리아>는 무언가 메시지를 역설하거나 어떤 답의 뿌리를 찾기 위해 각국의 여성들의 삶을 모아 깊게 들어가는 대신, 서로를 서로의 질문으로 만들어 즐겁게 펼쳐가며 스스로 네트워크가 되려는 영화다. 무엇보다 이 여성들이 붙잡은 삶의 의지를 기꺼이 끌어안고, 그들의 친구로서,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그 삶들이 마주한 세계들을 바라보려는 영화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아직, 시작이다.

/ 글: 남다은(영화평론가)

원문출처 http://www.kmdb.or.kr/docu/board/choice_list.asp?seq=1133&GotoPage=1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3. 11. 15:26

3.11이라는 날짜가 이제는 역사에 고유명사로 등재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의 3.11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를

사실 잘 알지 못한다. 세가지의 재앙중에 하나만 일어났어도 큰일인데

3.11은 세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났고 그것은 천재임과 동시에 문명의 이기가 가져온

대재앙이었다.

하루아침에 재난영화속에나 있을법한 일들이 현실이 된

사람들에게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재앙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생각보다 깊고 넓으며 치명적이다.


지난달 레드마리아 상영차 일본을 방문했을때

영화 이야기를 뺀다면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후쿠시마 원전과 쓰나미고 붕괴된

동북부지역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변에 암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토상의 말은

삼성반도체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생각나게 했고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시즈오카의 원자력 발전소가

걱정된다던 조순자선생님의 말은 한국의 무수한 원자력 발전소를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아직도 전국에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진계의 움직임을 보여주던 

일하는 여성들의 전국센터 대표 미도리상의 암울한 표정은

열심히 일해도 제자리를 돌거나 더더욱 추락하고 있는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겹쳐졌고,

반핵운동과 함께 붕괴된 도시를 찾아가 고통받는 사람들 중에서도

다시 밀려나 있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는 노숙인 이치무라의 행보를 통해

우리의 여성운동을 돌아보게도 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나를 통역해 주었던 가토상은

신사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해주며 일본이 제국주의 길로 들어서며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신을 어떻게 천황과 신사를 중심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는지를 설명해 주었는데

그 이야기는 묘하게도 다시, 일본의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이영채교수로 부터

들은 최근 일본을 들쑤시는 우익들의 반한기류와 독도문제로 이어졌다.


이명박이 독도를 방문해 깜짝쇼를 벌인후

준비했다는듯이 들끓는 독도문제는 일본의 우익과 한국의 보수적인 지사들의

전쟁터가 되었고 그 사이 종북을 이야기하는 한국의 반공우익들은

북한의 핵문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참 연결하면 연결할수록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

심지어는 동아시아에 대한 연구까지 이에 훈수를 두고있지만

정작 아이러니한건 그곳에서 가장 치열하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연대에 대한 모색 그리고 문제의식의 공유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오늘이 3.11 대재앙이 일어난 2년 후의 3.11.

수많은 싸움의 현장이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연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어떤 현실과 싸우고 있는 것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찾아보면 여기저기 흩어져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터

그들의 이야기와 고민들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3. 1. 19:28

일본 출국전 미리 이야기 한 것처럼 ACW2의 총회는 바로 레드마리아의 첫촬영이 있었던 곳이다.

미리 ACW2의 대표인 이토 미도리를 만나기 위해 전 날 출발한 나는 공항에서 그녀와 조우를 했다.

예전보다 헬쓱해지고 인상도 좀 부드러워진 듯한 미도리에게 '귀여줘졌다'고 말하니 웃는다.

만나자마자 우리는 반가운 포옹이 끝나기도 전에 일본의 최근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미도리의 말에 의하면 쓰나미와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무엇이었든지 간에 삶에 있어서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건

참으로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말이었다.

그것이 돈을 버는 것이든 집을 사는 것이든 교육을 향한 열정이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욕망의 순위가 바뀌었다는 건 혁명이거나 재앙을 격은 후의 선택지이다.

쓰나미와 원전사고의 여파는 바로 일본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문제의식을 심어 준 거였다.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2. 12. 12:07

ACW2는 일본의 대표적인 일하는 여성들의 네트워크로 여성일반노동조합이다.

2009년 레드마리아 일본 촬영을 앞두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이조직의 대표인 이토 미도리씨를 주인공중 한명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일본의 첫 촬영도 ACW2의 총회 장면이었다.

일이 풀리려고 했는지 그날 총회에는 역시 주인공 중 한명인 이치무라가 초대가 됐고

결국 그녀의 발언은 이 영화를 이끄는 중요한 줄기가 됐다.

영화를 찍으면서 느끼는 쾌감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인데 두마리의 토끼를

첫 촬영에서 건질 수 있었던 기쁨이 바로 그런 것.


그래서 의도치 않게 일본의 분량이 늘어났고

70일간의 일본 촬영중 그 첫날의 장면이 영화 전체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재밌는건 이토 미도리를 며칠간을 쫓아다니다가 

후쿠시마에 사는 사토상을 만나게 되었고 결국 나는 미도리상을 버리고 사토상을 낙점했다는 야그.

하지만 누가뭐래도 이모든 성과에는 이토 미도리상의 공로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자지간 그런 연유로 이래저래 ACW2총회와의 인연은 나에게 아주 의미가 있는 만남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홈리스인 이치무라가 '일하는 여성들의 총회'에 참여해서 일하는 것에 대한 절망을 이야기 한후

오랜시간 노동운동을 해온 일본의 선배노동자들의 쇼크를 먹은 표정과 발언은 영화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과연 한국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교차를 하면서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던 그시간이 떠오른다.

사실 그때 일본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워낙 표정들이 생생해서

나는 그 표정만을 따라가며 촬영을 했고 알 수없는 팽팽한 기운속에 의미가 얼핏 전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의 팽팽한 토론 이후 4년.

그 총회에서 다시 레드마리아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영화를 초청했고

내가 거꾸로 그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현재 일본은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이후 그 충격과 여파가 아직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천재지변의 대 격동을 겪으면서 일본사회에는 그동안 회자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고

노동운동 역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는 점에 공통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듯 했다.

미도리상의 전언에 의하면 이런 상황에서 노동의 의미를 다시 재고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레드마리아를 통해 그이야기를 토론해 보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반갑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역시 만만치 않게 보수적인 그들의 생각에

얼마나 진전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저 준비하는 사람들의 앞선 문제의식에 지지를 보낼뿐이고 

그들의 고민과 반응이 궁금할 따름이다.


나는 그 토론회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하지만

사실 가장 궁금한건 이 영화속 주인공들을 만나는 것이다.

영화의 가편본을 보여주긴 했지만 완성된 영화를 그것도 일본에서 보는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들을 만날 생각에 나의 2월은 온통 마음이 이곳에 달려가고 있다.

결국 말도 안통하는 이들에게 소식을 전하겠다고 구글 번역기로 열심히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서바이벌 영어로 열심히 설명을 하기도 했다.

모니카와는 전화를 걸면서 영어와 서투른 일본어 단어 몇개로 의사소통을 했고

이치무라는 영어를 하기에 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았다.


오랜만에 그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듯이 기쁘다.

물론 영화를 보고 나올 수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그냥 그들을 만난다는 사실에 들떠 있다.

2월16-17일까지 1박2일로 진행되는 총회의 상영회가 끝나면 일정이 더 바쁠거 같다.

시즈오카에 사시는 조순자선생님과 메부키의 사람들을 비롯해

영화에 도움을 주시거나 출연했다 짤린 많은 분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리고 가와사키로 가서 시티유니온의 무라야마상과 모니카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보고싶은 얼굴들을 만날 예정이다.


특히나 모니카는 나랑 동갑이기도 하고 영화를 찍고난후 남편 단테가 세상을 떠나서

서로 하고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아직도 영화속의 그집에서 살고있다고 하는데

그 집에서 일박을 하며 우린 어떤 이야기들을 나무게 될까.

너는 비자도 필요없잖아라고 말하던 그 고양이도 잘있는지...

우자지간 이렇게 들떠있는 나를 위해 내일은 경은이와 남대문에서 그들에게 선물할 것들을 장을 볼 예정이다.

특히 멋진 사진으로 영화에 기여를 한 경은이는 이번에도 그들을 위해

현장스틸을 선물로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쓰다남은 엔화를 가지고 있다는 영재를 찾아가

그 나머지 엔화를 강탈해 올 예정.

누구말대로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더니 나에게 아직 뻔뻔함이 남아 참 다행이다 싶다.

쪽팔리는 민망함이 좀 있기는 해도 오래도록 지켜야 할 덕목임을 새삼 느낀다.ㅎ 

 


Posted by 빨간경순
상영정보2013. 1. 15. 20:54

요즘 이상하게 대안공간에서 레드마리아 상영이 종종 있다.

공간은 작고 돈은 안되지만 이야기는 아주 풍성하다는게 매력.

지난번 이상한나라의 헌책방에서 연말 마지막 상영을 하고

별맛식당에서 년초 첫상영을 한다.

북적북적 거리겠지만 이야기에 굶주린 분들 함께 퍼마시며 이야기를 나눠보자.ㅎ



Posted by 빨간경순



이상한나라의 헌책방에 모인 이상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과 

이상하고 재미난 수다를 맘껏 풀었더니 올해 묵은 체증이 쑥 가라앉는듯.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이상한나라의 헌책방 주인의 후기

http://www.2sangbook.com/bbs/view.php?id=2S_04&no=742



Posted by 빨간경순
기사와 리뷰2012. 12. 27. 15:22

이번달 초에 여성국제연대행동네트워크에서 레드마리아 상영이 있었다.

그 모임에 주도적인 참여자 중 하나인 쥬드가 영화가 참 좋았다고 하길래

리뷰로 보답하라고 했더니만 글을 보내왔다.

리뷰에 대한 피드백을 해달라고 하기에 그랬다.

나는 내영화를 보고 쓴 어떤종류의 글이든 비평이든 다시 비평하지 않는다가 원칙이라고.^^

 

어디 블러그에 올려진 글도 아니기에 하두 고마워서

내 블러그에 올리겠다고 허락을 받았다.

  

영화 시작 , 붉은 흘림체로 씌어진 제목, 레드 마리아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일반적으로 마리아는 항상 결혼식장에 순수하오라고 광고하며 들어가야 하는 신부들의 하얀 드레스와 같이 백색의 뽀얀 이미지다. 정상적인 성교도 없이 아이를 잉태했으니, 오죽이나 하얗고 순수 하실까. 앞에 피처럼 흘러내리는 글씨체로 레드를 붙여 놓았으니, 감독의 익살스러움에 웃음이 난다. 크리스테바의(Julia Kristeva) 책에 자주 등장하는 비체(abstract), 주체를 비체로 구성하기 위해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고름, , 토사물, 배변 등이다. 감독은 피의 색을 통해, 백색인 마리아를 비체의 영역으로 끌어들이진 않았더라도, 신화적 순수함을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렸음은 분명하다.

레드 마리아는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살고 있는 적지 않은 여성들의 삶을 98 안에 숨차게 보여준다. 그러나 들쭉날쭉 끼워 맞춰진 그녀들의 삶은 놀랍게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영화는 한국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현장을 화면에 담는다. 이들은 가정에서 어머니, 부인, 며느리의 역할 외에 사회에서 정규직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다. 가부장적인 냄새가 물씬 배어있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이들은 누군가가제대로살기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존재이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여성 노동자의 부당한 현실은 일본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예고 없이 해고당한 사토의 투쟁과 일본사회 내에서 이루 말할 없는 부당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재일 조선인 순자, 사회복지사 직업의 고단함을 보여준다. 화면 그녀의 노동이 매우 고달프게 조명되고 있진 않지만, 그녀의 월급이 자막으로 제공될 , 우리는 급작스럽게 그녀가 하는 노동의 고단함을 체험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사회에서 그래도 여성의 노동으로 인정해 주는 부류를 보여준 , 영화는 굳건한 가부장이 종교 또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여성에게 이중 잣대를 드리우고 있는 노동자 삶을 보여준다. 카톨릭의 막대한 영향력이 곳곳에 미치고 있는 필리핀에서 마리아는 여성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사회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주점에 나가 노동을 해야 하는 여성들의 죄책감은 고단한 그녀들의 육체적 고통 위에 남성중심적인 종교가선사하는 다른 정신적 노동이다. 이들은 그들 사회에서 모든 이들에게 존경 받는 마리아가 되기는 틀린 것이다. 1970년대 한국의 외화벌이를 위해 군사 독재자 박정희가 적극적으로 나서 설립한 홍등가가 당시 100군데가 넘었다. 이들은 외화벌이의역군으로 칭해지며, 때론 미군으로부터현모양처들을 지키기 위한 보호막이 되고, 일본인들의 유흥을 돋구기 위한 노리갯감이 되었다. 사회 필요악이라는 명분으로 전체 GDP 1~2% 차지하는 성산업에 여성들을 대거 유입시키더니, 이제는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여 그들을 사회 구석에서조차 몰아내고 있다. 한국의 젊은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런 맥락에서 필리핀 여성들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영화는 이러한 사회에서 조차 인정하지 않는 여성의 노동, 가정 내에서의 노동을 비춘다. 소위 배운 한국 여성들이 기피하는 농촌, 곳엔 동남아시아 부인들이 있다. 하이힐을 신고 비료를 나르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녀도 농촌 일이 익숙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있다. 이상 한국여성들이 하지 않아 비워진 자리를 그녀들의 노동이 채워주고 있다. 무임금으로그녀의 노동은 그녀의 남편이 농사를 짓게 하고, 한국인들이 농산품을 소비하게 하는데, 무임금 보조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사회가 정해놓은 노동이라는 개념을 주체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노숙자 이치무라를 보여준다. 그녀는 일본사회가 그녀에게여성의로서 요구하고 있는 노동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요구하고 있는 노동도 모두 거부하며, 여성의 몸이 생산하는 노동 생리를 위한 노동만 참여한다. 그것은 바로 생리대 만들기이다. 그녀의 이러한 행위는 사회에서여성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다른 여성들에게 위협적이다. 이러한 위협은 일하는 여성들의 모임에서 발언한 여성들의 속에서 읽을 있다. 그러나 사회 속에서, 여성으로 느끼는 그녀의 절망감이 무노동으로 발현되고 있음을 느낀 참가자들은, 그녀의 행동을 용감한 행위로 칭하며 남편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희생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영화는 가부장적인 사회가 여성에게 내어 주긴 했지만, 온전히 주지 않은노동자의 자리 비정규직 투쟁으로, 사회가 남성을 위해 허가한 성산업을 사회 뒷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의 비가시적노동으로, 가정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의 노동을 무임금 노동으로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사회가 부당하게 여성에게 지우고 있는 가시적, 비가지석 노동을 모두 거부하는 삶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이렇듯, 여성에게 사회가 부가하고 있는 다층의 노동 개념을 현장에서, 그녀들의 목소리와 행위, 투쟁을 통해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사회 여성의 역할에안주하며살고 계시는 그리고 나라의 여성지위가 세계 108 것에 분노 없이, 그저 비둘기처럼 구구 거리며 사회에 순응해 살고 계시는 많은 여성들에게 힘들고 불편한 영화 것이다. ? 고민해야 하니까? 그래, 감독의 말처럼, 영환 친절하지는 않다. 그러나 말은 해야겠다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Posted by 빨간경순
기사와 리뷰2012. 12. 20. 18:27

아직도 난 이글을 읽지 못했다.ㅎ

그니까 사실 뭔말이 써있는지 모른다는 야그.
하지만 관심있는 분들이 읽고 좋은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이글은 한국영화를 관심있게 보는 Simon McEnteggart의 블러그에서 옮겨온 것이다.

Red Maria (레드 마리아) – 6/10

Red Maria (레드 마리아)

Red Maria (레드 마리아)

The dilemmas facing women in South-East Asian countries are multitudinous. Despite the great variety of countries within the region, and regardless of the diverse cultures and heritage, each nation has one thing in common – the dominance of patriarchy. As such the role of women as wives, mothers and homemakers has been, and continues to be, difficult to shift even though increasing numbers of women have entered the workplace. Interestingly this in itself is problematic in defining the term ‘labor’ in regards to females. Traditionally the word refers to employment in exchange for money and/or trade goods, but as females occupy such diverse roles the definition is difficult to clarify.

Director Kyung Soon (경순) attempts to address the quandary through her documentary Red Maria (레드 마리아). During the course of the film, the director explores the concept of women’s labor within South Korea, Japan, and The Philippines documenting the lives of a number of females each with her own struggles. From unfairly dismissed employees and care workers, to women working in the sex trade and the homeless, director Kyung Soon seeks to convey that while each of the females within are not connected physically, the trials they endure and their strength of character unite them spiritually in the struggle against oppressive patriarchy. Such an objective is incredibly ambitious, and while this does allow for a highly interesting documentary the sheer number of participants makes the film overstretched and lacking an emotional core, while the editing and other post-production techniques also detract from the experience.

A care worker in Japan allows insight into her daily life

A care worker in Japan allows insight into her daily life

In attempting to convey the daily struggles of South-East Asian women, director Kyung Soon deserves praise indeed as it is rarely touched upon in mainstream cinema. The concept of women’s labor and it’s definition is certainly intriguing given the variety of cultures and statuses within the region. However, her desire to capture so much information is also her undoing as the documentary is, while very interesting, lacking in focus. The multitude of characters that inhabit the film also suffer the same fate as while each person is intriguing, they are given only brief segments of time before the audience is whisked off to another location and situation.

This particularly applies to the women from The Philippines. The Filipino women are far and away the greatest assets of Red Maria (레드 마리아). Their stories are poignant and tender, and the sincerity of their emotions and their drive to continue on despite obstacles are the heart and soul of the film. The women profiled are those who have fallen outside the margins, those living in slums, working in the sex trade, and the elderly. Their stories are heart-breaking yet inspiring as they refuse to let the severity of their respective situations dampen their spirits. Scenes in which senior Filipino women describe the rape of an entire village decades before by Japanese soldiers cannot fail to shock, while the generations of women – within the same family – working in the sex trade is incredibly saddening. Likewise, the families living within the slums being forcefully evicted are compelling to say the least. Yet with each struggle there is hope due to the incredible resilience of the women involved, whether fighting for the truth and an apology, studying to change career, or even refusing to move, the Filipino women are inspiring in their strength and tenacity. These scenes also provide Red Maria (레드 마리아) with the greatest visuals throughout the film. Within the slums for example, a train passes mere inches from the abodes of those that reside there in comically stunning fashion. The senior women show the location of the mass rapes, a large red mansion in the country which is incredibly sinister and reminiscent of horror films. Their stories are the most compelling feature of Red Maria (레드 마리아), and had director Kyung Soon continued to follow their development the documentary would be much stronger for it.

Senior Filippino women discuss past atrocities comitted by Japanese soldiers

Senior Filippino women discuss past atrocities comitted by Japanese soldiers

However, as South Korean and Japanese women are also profiled the tone of the documentary consistently changes and is quite jarring. Alternating between these locations also unfairly lessons the impact and seriousness of those in Korea and Japan. While women in The Philippines struggle to survive, the women from other countries are protesting against unfair dismissal, working as care workers or travel agents, or living in a tent in the woods. Their situations are interesting and important in emphasizing alternative forms of patriarchal oppression, but it is impossible not to compare and contrast with the more uncompromising situations faced by their counterparts.  It also doesn’t help that so little screen time is dedicated to them, nor that their innermost thoughts are not really revealed, making it difficult to empathize with the struggles they endure. There are also instances which beg for more insight that never appear, such as workers rights and governmental and police hostility towards demonstrators, the difficulties of living homeless, and being an immigrant bride. Such areas are never explored fully, to the detriment of empathizing with the plights the women face. Additionally some claims – such as South Korea not being ready to accept sex workers – are downright odd, considering the sheer number of Korean prostitutes that operate within the country.

Post-production is also an issue with Red Maria (레드 마리아). Generally the editing is competent, yet there are several instances in which the documentary appears to be winding towards a finale only to pick up again and continue on. Scenes such as young Filipino women playing on the beach are inserted yet serve no purpose. The use of text highly detracts from the film as well, as the variety of different fonts, the occasional appearance of the director’s thoughts, and some flashy graphic work often serve to pull the audience out of the film. One of the interesting highlights of the film is the frequent recurrence of women’s stomachs which are symbolic of numerous attributes of the term ‘labor’, but oddly the text is never used to explain the director’s thoughts on this issue.

A recurring motif, a woman's stomach symbolises the diversity of the term 'labor'

A recurring motif, a woman’s stomach symbolises the diversity of the term ‘labor’

Red Maria (레드 마리아) is a highly interesting documentary, and director Kyung Soon deserves praise indeed for attempting to profile the subjugation of women under oppressive patriarchy in South-East Asia. Yet her desire to explore the concept of women’s labor proves to be far too broad in scope, resulting in a lack of character and debate development, as well as audience empathy. Yet it is the Filipino women who are the genuine highlight of the film, bringing incredible poignancy and inspiration to the discussion, and make Red Maria (레드 마리아) worth watching.


원문출처 http://hangukyeonghwa.com/2012/12/14/red-maria-레드-마리아-610-2/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