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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경순의 노트2013. 5. 17. 14:28

영화를 만들고 나면 가끔 인터뷰 요청이 오고 웬만하면 응하는 편이다.

결국 영화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인터뷰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이야기들과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작년부터 있었던 몇개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는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지 않는데 불쑥 떠돌아다니던 기사를 보게되는 경우가 있어서

잊었던 불편함이 새로새록 나를 자극하는 것이다.


어떤 기자는 기획물로 다루는데 내가 무슨영화를 만들었고 심지어 최근에 만든 영화조차 보지않고

취재를 하겠다고 해서 영화를 보고 오라며 다시 날짜를 잡기도 했고

어떤 기자는 자기가 다큐멘터리영화를 처음 취재해 보는거니 서툴러도 양해를 해달라고 했는데

기사는 양해는 고사하고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글들이 가감없이 실려서 난감했었다.

대체로 이런 기자들은 녹음을 기초로 기사를 다시 쓰는데 문제는

녹음된 내용을 제대로 풀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단어는 엉뚱한 말로 둔갑이 되었고 문장은 말뜻도 못알아먹게 틀리고 어떤거는 내용이 이상하게 붙어서

이게 정말 내가 한말인지 도당체 알아먹을 수가 없다.


똑같은 내용의 기사일지라도 기자의 자세와 취재방식 그리고 고민에 따라

기사는 괴장히 달라진다.

다큐멘터리영화를 찍을때도 마찬가지 인데

취재대상에게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에 대한 준비와 반응에 대한 순발력에 따라

그리고 그것을 재구성하는 자신만의 고민과 철학에 따라 결과물은 확연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해도 중요한것은 무엇을 어떻게 제대로 담아냈는가이다.

쓰는 방식은 달라도 내용이 달라져서는 안되고

내용의 선택이 달라진다해도 맥락이 흐트러져서는 안된다.

그런데 하물며 짧은 선택도 아니고 긴 인터뷰를 녹음기에만 의존해서

풀어내는 인터뷰 기사는 정말이지 끔찍하기 짝이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묻고 싶다.

그 기사를 쓴 당사자는 얼마나 이해하고 쓴것인지.

상대방이 한말의 맥락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받아적기식으로만

인터뷰기사를 떡칠해 놓으면 그만이라는 그 나태한 자세에 정말 화가나고

인터뷰를 왜 했는데 스스로가 미워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안그래도 그런류의 기사들이 보기싫어서 신문을 한동안 안보기 시작했는데

인터넷에 잡다한 언론들이 많아지면서 취재전문성은 고사하고 글쓰기가 철학이 없어진거 같다. 

그저 머리를 굴리는 대신 녹음기만 돌리면 대신 뇌가 돌아가는 걸로 착각하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말로도 아까울 지경이다.


그렇다고 뭐 크게 달라지겠나 싶어 혼자서만 투덜거리고 있다만

정말이지 한대 주어패 주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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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