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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25 낡은 보일러
빨간경순의 노트2014. 2. 25. 03:15

며칠 계속 온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목욕탕은 좋아해도 집에서는 잘 씻지 않는지라 온수에 문제가 있는걸 몰랐었다. 

어렷을때 씻지도 않던 수림이가 요즘은 어찌나 잘 씻어대는지 지가 원래 그랬던 사람인줄 안다.ㅋ

우자지간 오늘도 느즈막히 일어나 커피한잔 마시려는데 그녀가 들어온다.

너 나갔었니? 

왜케 빨리 들어온거?

목욕탕에 갔었어.다시 나갈거야.

너 목욕탕에도 가니?

오늘 온수 좀 어떻게 해봐 엄마.추워죽겠어.


결국 보일러 수리점에 연락을 했고 기사님이 두시간뒤 출동하셨다.

역시 기술자답게 금새 문제점을 파악하신다.

너무 오래됐어요.숨쉬기 힘드니 아무데나 펌부질을 해서 온수가 잘 안돌아가는거예요.

이 보일러 십년된건데 그래도 잘 버텼네요.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교체해야 합니다.

아..네...수리해 주셔요.

8만원입니다.

아...네...


순식간에 뚝딱거리더니만 금새 교체를 해주었고

온수가 잘 나오기 시작한다.

계산을 하려다 혹시나 하고 기사에게 물어봤다.

근데 세입자가 보일러를 수리하나요 주인이하나요?

당연히 주인이 해야지.

아..그래요...


근데 전화기에 손을 대려니 민망하다.

8만원인데 그냥 내가 할까...하다가 전화를 걸었다.

말도 조심조심 꺼내는데 대뜸 주인이 그런다.

그러셨어요.당연히 저희가 내야지요.영수증이랑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아...네...이런 전화 드리기 참 민망한데 시원하게 이야기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니예요 제가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흐믓했다.

당연한 일이었던거 같은데 전화를 걸었던 내가 왜케 대견하던지.ㅎ

보일러가 잘 돌아간다.

간만에 한번 씻어볼까 하다가 내일 친구랑 목욕탕 가기로 해서 관뒀다.

내일 아침 수림이가 즐겁게 샤워를 하겠지 싶으니 그것도 새삼 흐믓.

느즈막히 우울했었는데 낡은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 정신이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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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