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일기'에 해당되는 글 82건

  1. 2013.10.28 레드마리아2의 빨간군단
  2. 2013.10.18 피칭준비
  3. 2013.10.13 벼락치기하는 날
  4. 2013.10.07 간만에 편집
  5. 2013.10.06 모기가 그랬어
  6. 2013.09.29 카드를 쓰기 힘든 일본
  7. 2013.09.22 그냥 육감
  8. 2013.09.20 피로감
  9. 2013.09.19 복숭아를 먹었다
  10. 2013.08.28 젠더포럼에서 레드마리아를 이야기하다
제작일기2013. 10. 28. 21:26

영화를 만들때 늘 스텝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쉽게 눈에띄지 않아 혼자서 하라는 하늘의뜻? 인가고 사뭇 긴장했었다.

이것저것 자꾸 체력핑계 나오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카메라 선택하고 그냥 천천히 가자고 생각햇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었던 것이다.

갑자기 그들이 내앞에 나타났다.

사람좋은 노경태 감독이 촬감이 없다고 하니 그자리에서 두사람을 추천햇고

나는 또 바로 한사람에게 연락을 했고 바로 다음날 미팅을 가졌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자 다시 아는친구가 친구를 한명 소개햇다.

오래전에 단편하나 찍어봤고 지금은 프리랜서 기자도 하고 음악도 한다는 

그친구는 자기의 옛애인이었던 친구라고. 근데 일하나는 똑부러지게 잘한다고.

우자지간 나는 또 바로 연락을 해서 만나봤겠지.

마음이 통했는지 아니면 이것이 하늘의 뜻인지 나는 바로 이들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셋이 만나 작업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

촬영에 대한 토론을 하고 계약서까지 일사천리로....쭉!

촬영감독 태만호와 조연출 윤진근.

레드마리아2는 올 여자스텝이었는데 레드마리아2는 올 남자스텝이다.

이것도 어쩌면 하늘의뜻?

우자지간 그들과 시작한다 레드마리아2.

대충 계약서를 끝내고 내가 한마디 덧붙였다.

도망가면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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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10. 18. 02:08

피칭하는걸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거 같다.

지난번 피칭파일을 보내고 룰루랄라 했더니만 다시보니

PPT구성이 맘에 안든다.

이리저리 하나씩 빼고 붙이니 온통 뒤섞여 버렸다.

동영상은 쉽게 만들어 놓고 정작 PT편집이 더 힘들다.

마치 영화편집을 하는 것처럼 몇개의 가편을 이리저리 만들고 있다.

근데 죄다 맘에 안든다.

지난번처럼 오늘 하루 새면 되겠다 싶었는데 큰일이다.


내일도 모레도 약속이 몇개씩이고 보고싶은 영화도 많은데...

일단 내일 약속은 다 엎어야겠다.

세영이 영화도 영심선배 출판기념회도....못가못가.

시간이 필요해.

머리에 산소도 필요해.

일단 상속자들 보면서 마음을 진정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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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10. 13. 12:48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제작지원 관련 피칭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부산갔다오고 어제는 친구들과 소풍하고

정작 이제사 준비하고 있는 나는 내일까지 피칭파일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제일 싫어하는 벼락치기를 해야한다는 거다.

근데 막상 시작하자니 할 이야기는 많고 발표할 시간은 짧고 

그니까 짧고 굵게 해야 한다는 말인데 시간이 너무 없는 것이다.


원래 시간이 없다는건 누구나에게 다 해당이 되는 말이니

그걸 변명이라고 하면 정말 쪽팔린 일인것이지.

그래서 오늘은 하루종일 맘묵고 해볼란다.

창밖에 나무가 많이 노랗게 변했다.

공기도 제법 차가워진다.

환경온도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최적의 시간이다.


벼락치기란게 워낙 그렇다.

다 섭렵하려고 하면 다 놓치게 된다.

그니까 급할수록 여유있게 핵심체크를 잘해야 한다.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거지.

원래 내가 벼락치기 졸라 싫어해서

시험이 다가오는데 공부를 안했다 싶으면

그냥 마지막까지 놀았었다.


그렇게 벼락치기를 포기하고나면 오히려 시험지에 답이 몇개 보인다.

근데 마지막까지 외운답시고 머리에 쳐 넣으면

오히려 당황해서 하나도 외운게 생각나지 않더라는...

내일은 일단 피칭파일을 제출하는 일이니 외울일도 아니도

그저 내용을 정리하는 일이니 차근차근 해보자.

하루도 나름 긴시간이다....라고 생각하자니 

해가 벌써 중천이네.

렛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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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10. 7. 04:19

일년반만에 편집기랑 노는거 같다.

그사이 한번도 맥프로 업그레이드를 안했더니 한때는 쌩쌩하던 녀석이

이제는 메모리도 딸리고 OS도 너무 구리다.

하지만 피칭용으로 쓸 2분정도 영상인데 뭐 그렇게 투덜거리기까지...

파이널컷을 열어 텅빈 타임라인을 보니 긴장되고 짜릿하다.

오랜만에 옛연인을 만나 서먹한것 처럼 잠시 쭈빗거렷으나

역시 살아있네 살아있어.

레드마리아2 사전취재 촬영본을 쭉 훑고 필요한 내용들만 골라놓으니

편집이 너무 빨리 끝난다.

아쉽다.

웬지 더 붙이고 싶은 충동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앞으로 이 빈 타임라인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올라오게 될른지.

이제 고작 사전취재영상으로 이리 들떠 있으니

병은 병이다.ㅎ

그래 어서 부지런히 가보자.

새로운 사람도 새로운 이야기도 새로운 생각도 상상도 맘껏 맘껏...

이제 정말 진짜 시작인거 같다.

이런 마음만큼 몸도 펄펄 날랐으면 증말 좋겠구만...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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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10. 6. 15:47

참 이상하다.

어떤 기운이 작용하는 것일까.

하루전날에는 그렇게도 생각이 정리가 안되더니만.

그래서 마음만 조급하고 일이 내내 손에 잡히지를 안되더니만.

쓸데없이 올드해진 맥의 시스템만 이리저리 살펴보다 시간이 빨리도 흘러가더니만.

그래서 결국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자니 너무 복잡해서 질렸고

생전 해보지도 않던 피칭을 준비하자니 머리만 지끈거리더니만.


피칭이 뭔가.

만들어지지도 않은 영화를 미리 머릿속에 그리고 

생각을 세일하는거 아닌가.

아니 내가 지금 안그래도 영화 제작때문에 일정이 복잡한데 

고작 세일 잘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시간을 축내야 한단 말인가?

부산에 <산다> 상영회도 가야하고

찍고 있는 내용도 더 정리해야 하고

어제 찍은 내용도 프리뷰해야 하고

일본 촬영도 준비해야...

앗 그렇구나.

내가 일본촬영을 위해 이걸 해야하는구나.


잠시 멍때리던 생각을 고쳐먹고 생각을 세일 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근데 지끈거리는 머리가 진정이 안된다.

결국 사무실에서 후덥지근한 기운에 엄하게 시간만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근데 웬지 스트레스가 가시지 않는다.

뭔가 생각을 버릴것이 필요하다고 찾다가  쓸데없이 재미없는 드라마를 켜놓고

낮에 먹다남은 홍합에 소주한잔을 들이킨다.

먹다보니 배는 부른데 포만감은 없고 가슴은 답답하다.

대체 입과 배가 무슨 수작을 벌이는 것인지

먹는 일이 중단이 안된다.

이럴때는 후다닥 자면 된다.

근데 구지 잠을 물리치고 피곤한 몸이 의자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그렇게 게기다 잠을 잤다.


근데 그 몇시간 사이에 뭔일이 있었던 것일까.

머리가 너무 상쾌하다.

얼른 컴을 켠다.

잽싸게 커피도 내린다.

그리고 어제 쓰다만 잡다한 낙서를 다시 시작한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머리는 분명 잘 돌아간다.

가슴도 답답하지 않은데다 그 많은 음식은 어디로 갔는지 배마저 고프다.

게다가 조급함도 없어졌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 있고 안좋은 날이 있는데

웬지 오늘은 자꾸 모기가 생각난다.


자면서 윙윙거리는 모기와의 싸움을 잠시 한게 전부인데

원하지는 않았지만 몇방울의 피를 적선한게 전부인데

그리고 이내 참다못한 나는 살충가스를 대량 살포해서 그를 전사시켰는데...

맞다.그 모기는 그냥 죽지 않았다.

살충가스를 대량 흡입했지만 

마지막까지 발악을 하면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내 머리맡에서 비행을 계속했다.

그 순간 또 다시 가스 살포를 생각 했지만

그 혹은 그녀는 결국 죽을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기다려주었다.

확실히 윙윙거리는 소리가 작아졌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덕에 나는 그 짧은 시간 내내 모기만을 생각했던거 같다.

어쩌면 그것은 인연의 순간이었을까.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모기도 마다 않고 내곁에 와준 짧은 인연.

그는 나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했던 것일까.


하지만 나는 잤고 눈을 뜨자 그를 잊었다.

그가 어디에서 전사했는지도 찾지 않았다.

근데 분명한건 어제와 오늘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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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9. 29. 00:29

일본 사전취재에 들어간 비용을 정리하다가 보니 벌써 자정이 넘었다.

사무실에 간식을 싸들고 온 친구가 아니었다면 배고파 돌아가실뻔...

제작지지원 받은걸 하나씩 영수증 처리며 보조사업비 등록이며 일일이 해야하는데

이게 해외촬영일 경우는 너무나 빡센작업인 것이다.

국내에서 사용할 경우도 교통비며 식비며 영수증을 종류별로 잘 챙겨야 하고

인건비를 지급할때도 서류를 구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어쩔때는 그냥 개인카드를 쓸때도 있고

인건비도 그냥 개인비용으로 지불하고 말때도 있다.

근데 일본취재는 돈이 왕창 나가야 하는지라

인건비며 제반경비를 모두 지원금에서 지불하려다보니

영수증이 산더미다.

 

게다가 일본에서 경비를 쓸때는 더 까다로운 것이 지원비를 쓸때 가능하면 카드로 쓰라는 요구가 있어서

카드로 경비를 써야하는데 일본에서는 그게 힘든 것이다.

편의점과 호텔이 아니면 번듯한 식당도 카드가 안되는 곳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나마 카드가 가능한 곳에서 사용을 해도 쓴 날 바로 통장에 기입이 되는게 아니라

달러로 환전을 해서 다시 원화로 한국통장에 기입에 되는데 일주일 이상의 차이가 생긴다.

쓰는 날짜대로 카드내역과 함께 통장에 기입이 되야하는데 날짜가 뒤죽박죽이 되버리고

심지어 일본에서 현금으로 쓴 엔화는 환율이 매번 다르니 다시 원화로 정리하는 일이

퍼즐조각을 맞추듯이 장난이 아닌것이다.

고작 일주일 다녀와서 이렇게 복잡한 정산을 해야하니

앞으로의 일본촬영을 생각하면 가기도 전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카드하나로 영수증 정산까지 자동기입되는 기계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마는 사실 일본에서 카드를 많이 안쓴다는건 참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나 심지어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를 얼마나 남발해서 쓰는가.

이래저래 카드로 생기는 부도며 빚이며 돈의 감각을 잃어버릴 정도로 부작용이 많은데도

여전히 카드발급은 얼마나 종류별로 많은지.

그래서인지 제작비정산을 생각하면 불편하기는 했지만

카드를 쓰지 않는 것에 익숙한 모습들이 오히려 신선해 보이기까지 했다.

요즘 가능하면 나도 카드를 적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너무 익숙해졌다.

예전에는 돈이 없을때는 카드 사용을 안했는데 요즘은 돈이 없어서 더쓰게 되는 상황이니.

우자지간 예전 레드마리아 촬영때는 주로 현금을 써서 못 느꼈는데

이번에는 카드를 써야하는 상황이라 새롭게 일본의 현금문화를 알게된 것이다.

 

우자지간 다음 촬영때는 가능하면 카드사용은 자제하고 현금으로 쓸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겠다는 야그.

내일 촬영준비 한다고 사무실에 와서는 내내 영수증만 정리하다 시간이 가버렸다.

빨랑 카메라 챙겨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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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9. 22. 22:28

오늘 하루 중요한 촬영이 있겠다 싶었으나 결국 촬영을 접고 이야기만 나누다 돌아왔다.

특별히 꼭 찍어야 하는건 아니었지만 옆에서 소개해 주신 분의 마음이 느꼈졌고

찍어놓으면 다음을 위해 좋겠다 싶기도 했으나 만난분들이 불편해 하는거 같아서 접었던 것이다.

촬영이라는게 서로 마음이 열려야 이쪽도 저쪽도 편한 것이지 

억지로 찍어서 득이 되는 경우는 경험상 별로 없었다.

흔쾌히 찍어도 나중에 변심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처음부터 불편해 하면 그건 내쪽에서도 반갑지 않다.

근데 참 이상한 것이 그냥 사람을 만나면서 느끼게 되는 육감이라는게 있는데

나는 현장에서 대체로 그 육감을 따르는 편이다.

그래서 찍어도 못찍어도 그날 육감이 좀 좋지 않다 싶을때는 미련이 없다.

근데 오늘도 그 육감이 조금 작용했다고나 할까.


육감이라는게 작용할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몇가지지가 있는데

문득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적인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그 일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의미들이 많이 커지기도 하고

훼손되기도 하겠구나 하는 것.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그속에서 많은 우여곡절과 사연이 쌓이고 그것이 기록으로 남아

입장이 되기도 하겠구나 하는 것.

어디서든 정직한 사람들은 정직한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도 어디에서든 잔머리를 굴린다는 것.

그리고 경험상 정직한 사람은 답답하지만 속이지 않는다는 진심이 있기에 마음이 가지만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은 속이지 않아도 수가 보여 피곤해 진다것.


우자지간 결론은 난 잔머리 굴리는 사람을 참 싫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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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9. 20. 15:45

그래 일이 시작이 됐다.

새로운 영화를 시작했고 일도 그만큼 늘어났다.

안쓰던 머리를 팍팍 돌리고 안쓰던 몸도 풀가동하게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예전의 내가 아니란걸 느낀다.

머리는 그만그만 한데 몸이 그만그만 하지가 않다.

그래서 몸에 투자하는 돈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몸은 제값을 못하고 있으니

물건이라면 당장 버리고 새것을 사겠으나

이 놈의 몸은 그러지를 못하니 이게 웬수인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에게 화두는 어떻게 몸을 잘 쓰느냐에 있다.


하루를 일하면 하루는 쉬자.

근데 하루가 멀다하고 일정이 잡히면 그것도 허사.

다시 생각해본다.

나만큼 일을 할 사람을 구해보자.

근데 막상 사람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일을 해보면 그 몸이 내 몸이 아니고 그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는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

별의 별 사소한 것들이 다 걸리기 시작하고

막상 일을 시작하면 애초에 내가 몸이 안좋다는 걸 말한것도 다까묵게 된다.

왜냐면 그들도 피곤하니까.


그래서 요즘 입에 달고 다닌는게 어디 변강쇠없나 하는 것.

친구들은 내가 그말을 하면 자기도 변강쇠가 필요하다고...ㅋㅋ

우자지간 이번 일본 취재를 다녀와서도 내내 머리속을 도는 고민은 

이 놈의 몸의 피로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다.

생각같아서는 터미네이터의 팔과 다리를 구해서 쓰고싶은 심정.

어제 내내 망원동에서 의정부로 의정부에서 송추를 거쳐 파주에 들렀다가 다시 능곡을 거쳐 망원동에 오면서도

머리속엔 피로감에 대한 공포가 가득 했었다.

오늘 촬영이 취소된것이 어찌나 감사한지.에휴...

우자지간 일을 중단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휴식을 사수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머리속에 맴도는 이놈의 피로감에 대한 공포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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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2013. 9. 19. 00:38

내가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먹지 않은 과일이 복숭아다.

아주 어렷을때 크게 알러지가 나고서는 내주변에 복숭아라는 존재는 

그냥 싫고 가까이 할 수 없는 과일이었다.

그래서 나 이외의 가족들도 친구도 모두가 복숭아를 집안에 들이지 않았었다.

한번은 동생이 모르고 복숭아를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내가 어찌나 지랄을 떨었던지

동생은 미안하다는 말을 며칠간 해야했다.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나에게 복숭아는 참말로 요상하게 

싫다는 감정을 깨우쳐주는 상징처럼 되버렸다.

심지어 그 싫다는 감정은 자가증식까지 해대서 냄새부터 모양까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싫었으니...


근데 그 복숭아를 최근에 아주 우연히 먹게되었다.

그것도 촬영하는 도중에 말이다.

예전같으면 어떤 상황이었어도 그것을 피하거나 치워달라고 말을 했을텐데

호기심이랄까 나의 그 싫어하는 감정에 대한 도전이라고나 할까.

너무 당연시 되버린 그 상황의 처음이 언제였나 기억도 안나는 마당에

나에게 유일한 터부가 된 그 과일과 싸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 아는 친구들이었다면 놀라면서 봤겠지만

처음 본 분들의 대화를 촬영하고 있던지라 그냥 자연스럽게 집어먹어 보았다.

어머...근데 웬일이니.알러지가 없는것이다.

그렇다고 맛이 아주 좋았던건 아니지만 웬지 신기해서

몇개를 더 집어 먹어 보았다.

그리고 하두 신기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복숭아를 사들고 왔더니

수림이가 놀란다.

아니 엄마 이거 복숭아네?

맞어 복숭아야.이제 부터 먹어보려고.

수림이는 얼씨구나 하면서 복숭아 몇개를 후다닥 해치운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게 한번 먹어보면 될것을 왜 그렇게도 싫어했던 것일까.

사실 나는 복숭아 냄새도 굉장히 싫어해서 과자든 사탕이든 음료수든

복숭아 냄새가 나는 것들은 담배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만큼이나 

그 냄새를 싫어했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하두 어린시절의 기억이라 끔찍했다는 잔상만이 남아있어서

복숭아를 먹었다는 기억조차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그렇게 나는 그 복숭아를 먹어 볼 생각을 안했던 것일까.

멀리서 보기만 해도 몸이 근질거리던 그건 또 뭐였고

복숭아 냄새만 나면 구역질까지 난건 무슨 생리현상이었는지.


우자지간 처음 맛 본 그 복숭아가 그리 맛있지도 않고

그 냄새가 여전히 좋지는 않지만 하두 신기해서 자꾸 먹어본다.

그리고 이제는 적어도 복숭아를 보고 피하거나 성질부릴 일은 없어졌다 생각하니

조금은 허무하기도 하고 그 숫한 복숭아와 얽힌 일들에 웃음이 난다.

근데 갑자기 왜케 몸이 간지러운지.ㅎ

내가 시작하는 영화가 복숭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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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2013. 8. 28. 15:21

어제 이대 리더십개발원 주최로 여는 젠더포럼에서 레드마리아를 보고 

여성의 노동에 대한 많은 부분 중 성노동에 대한 이슈를 특화시켜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메인 발제를 하고 두명의 토론자들(조중헌,김엘리)과 함께 이야기를 해보는 자리였다.

포럼이나 토론에 익속하지는 않지만 어제의 자리가 기억에 남는건

주제가 성노동이기는 했으나 참여한 분들의 토론문(토론문은 블러그 리뷰 코너에 올려놓았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노동만 떼어서 이야기할 수 없는 맥락이 있는 것을 다들 공감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늘 레드마리아를 보고 관객과의 대화를 하거나 혹자의 리뷰를 보아도

정작 레드마리아가 이야기하는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빠진듯 하여 영화를 총체적으로 보는 느낌이 없었다.

아마도 그래서 어제의 자리가 조금은 뿌듯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야 비로서 레드마리아가 보여주고자 하는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편견을 조금 덜어내고 이야기되는구나 싶었다.

영화를 어떤 맥락에서 보느냐에 따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고

하나의 이야기로 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가 묻어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수많은 과정... 그것이 역사고 사건이고 관계고 윤리고 가족이고 노동인 모든 것들이 해명되지 않고서 

어떻게 가부장사회에서 만들어진 현재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틀로만 말 할 수 있겠는가.

문득 이런 이야기들을 다시 하는 과정도 결국은 레드마리아2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연장이 아닌가 싶어

매번 곰곰히 되씹게 된다.


오늘 성노동자 연희와 그의 동무를 만난다.

간만에 밥도 먹고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자리기는 하지만

그녀와 다시한번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얼만큼의 너의  자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 자리는 누가 만들어 주었으며 그 자리가 편하고 좋은지.

그리고 사실 그런 이야기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수많은 할머니들과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쩌면 돌아가신 분들이 많으니 유령과의 만남을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살아오는 동안 당신들의 공간은 어느만큼 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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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