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마리아>2012/News2012. 2. 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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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여성의 '하루' - 영화<레드마리아>




4월 8-15일 8일간 신촌 아트레온에서는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렸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영화제인 만큼,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예술영화, 대중영화, 실험영화, 코미디영화 등 약 100여 편의 다양한 영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나는 12일 열린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수상작 <레드마리아> 국제워크숍에 참석한 후 영화를 관람했다. 특별히 수많은 영화들 중 <레드마리아>란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이 영화가 여성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여성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뒤엎는 작품, <레드마리아>
<레드마리아>는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12명의 다양한 여성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는 가사 노동자, 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위안부 출신 할머니로 이루어진 출연진들의 ‘하루’를 조명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런데 왜 영화 제목이 ‘레드마리아’인 걸까? 감독은 기존의 마리아가 가지고 있는 순결한 이미지를 뒤집는 색깔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레드마리아란 제목 자체가 기존에 쓰이지 않았던 여성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붙인 제목이라고.

이날 오후 2시, 토즈에서는 <레드마리아> 국제워크숍이 열렸다. 워크숍에서는 <레드마리아>감독 경순을 비롯, 김소연 (전국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이치무라 미사코 (요요기 공원 노숙인), 사토 쇼코 (前파나소닉 해고자), 이사벨리타 델라 크루즈 비누야 (말라야 롤라스 대표), 코라존 델라 크루즈 리퀴조 (카이사 카 활동가), 문현아 (지구지역행동 네트워크) 등 영화 출연진들을 초대해 이들과 함께 다큐멘터리 <레드마리아>가 제기하는 문제 틀을 따라, 글로벌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과 아시아라는 지정학적인 위치가 분절하며 발생시키는 여성들의 노동조건 변화와 그로 인한 가난,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전략 등을 함께 인식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가 여성들 간의 연대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일하는 여성에게 어떻게 임파워링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김은실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참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파견직이든, 정규직이든, 임원이든 인생의 책임도, 무게도 같아요”
모두가 분주한 출근길. 길거리 한 복판에서 마이크를 손에 들고 ‘사람으로서 응당 누려야할 인권’을 외치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 그녀는 바로 파나소닉 영업점에서 정규직과 똑같이 18년간 일을 했지만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해고되었다는 사토 쇼코씨. 가족과 직장을 전부로 알던 그녀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같은 여성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고 선진국이라는 이름의 일본사회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고립되어 살고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해고된 후의 삶은 절망적이었지만, 해고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는 쇼코씨. 현재는 소송에서 승리해 파나소닉에 다시 복직한 상태라고. “예전에는 그냥 아줌마였지만, 지금은 전사가 되었고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요. 날 잘라준 파나소닉에 감사해요.”라고 말한 그녀는 해고 이후 더욱 단단해진 것 같았다.  

 



“일 한다는 게 절망적이에요”
“굳이 제게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과 노숙자로 살아가는 삶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전 후자를 선택하겠어요. 일 한다는 게 절망적이에요.” 이치무라 미사코씨의 말이다. 그녀는 도쿄의 신주쿠, 시부야, 요요기공원 등에서 노숙을 하면서 다른 노숙인들과 커뮤니티를 이루며 돈이 없어도 즐겁게 지내는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는 노숙인. 왜 일을 꼭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가 등 그녀가 던지는 질문은 의미심장했다. 실제 현대사회에서 자아실현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되며, 만족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일을 하기 위해선 계산을 할 줄 알아야 하고,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또 장애가 없어야 하고 … 결국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만이 일을 할 수 있고, 그런 사람들끼리도 싸우고 경쟁해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또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녀가 말한 일자리를 얻기까지의 과정과 일을 하는 과정은 가히 ‘절망적이었다.’ 지금껏 ‘나’의 시각에서 바라봐 온 ‘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노숙자’라고 하면 일단 ‘왜 그러고 살아?’하는 시선으로 우리를 쳐다봐요. 누구도 우리가 왜 이런 삶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선 묻지 않죠. 우린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이런 삶을 ‘선택’한 것인 데도요.” 미사코씨의 이 말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우리를 성노동자라 불러주세요”

경기도 평택의 집창촌. 처음으로 성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만들어 성노동자의 날 행사를 준비하는 이희영씨. 성노동자는 성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곧 고객을 성적으로 자극시키고 만족시킴으로써 돈을 받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곳에서 성노동에 종사중인 희영씨 외의 많은 여성들은 여성으로서 합법적으로 ‘일 할 권리’를 외친다. 이들은 보여주는 모습은 그동안 ‘피해자’로서 가엾고 불쌍하게 비춰져온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건강권, 생존권, 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그들의 모습은 적극적이고 당당하기까지 하다.

워크숍 도중 경순 감독은 이런 말은 했다. “처음, 성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친구를 만났을 때 참 많이 놀랐어요. 저 스스로가 그 친구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아,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이 없었구나.’라는 것을 알고 참 많이 부끄러웠어요.” 이게 비단 그녀 혼자만의 문제겠는가. 나부터도 같은 여성으로서 ‘그들’ 문제에 관심이 없고 고민하지 않는데, 남성들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 땅에서 여성이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을 무조건 막기보다 왜 그 일을 하게 됐는지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비록 공개석상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들을 대신한 경순 감독의 말은 나로 하여금 성노동자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함에 충분했다.

경순 감독은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 작업을 하면서 역시 많은 사람들을 만나 힘을 얻었다고. 이렇게 말하곤 한 마디 덧붙인다. “제가 만난 여성들을 관객 여러분도 만나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그녀가 던진 한 마디. “여성문제가 여성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성문제가 해결되어야 남성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아직도 해결되길 기다리고 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여성문제들을 비단 여성의 몫으로 남겨둘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때문인 걸까. 

 



글_11기 인턴 기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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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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