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마리아>2012/News2012. 2. 28. 17:59






 
빨간 경순’, ‘RED’, 그리고 ‘레드마리아’. 빨간 경순은 닉네임처럼 사용하는 것이고, 저희 제작사 이름이 ‘빨간 눈사람’이에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빨간 경순이라고 이름처럼 부르기도 하구요. 가끔 해외 촬영 때 ‘레드’라는 닉네임을 써요. 저는 기존의 마리아가 가지고 있는 순결한 이미지를 뒤집는 색깔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사실, 블랙 마리아는 여기저기서 많이 이야기됐고, 레드 마리아 자체가 기존에 쓰여지지 않았던 여성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붙인 제목이에요.
 
여성의 삶의 질이나 노동 문제가 여전하지요. 저의 이전 작품인 <쇼킹패밀리>가 일본 상영이 많아서 일본 문화나 일본 여성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데 일본이 선진국이고 경제적인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노동자 문제에 대한 시선이 한국과 다를 게 없는 거에요. 여성의 지위와 같은 문제가 아시아의 지독한 가부장 문화 속에서 경제발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비례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세계화가 이뤄지면서도 여성의 삶의 질이나 노동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에 이들의 삶을 좀 더 넓혀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제 이주 여성의 문제가 단지 이주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고, 성 노동자의 문제가 단지 성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성 노동자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연결해 볼 수 있는 필리핀과 한국, 일본을 선정했지요. 역시 찍어보고, 취재하고, 사람들을 만나보니 여 성노동자에 대한 문제가 다른 곳에서도 정말 비 슷하다는 것을 느꼈고요. 때문에 이 문제를 세계 여성이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방 식의 연대와 우리가 기존에 놓쳤던 새로운 부분 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획이 시작된 거죠.
 
여성 신체 중 ‘배’는 많은 일을 하고 있어 칭찬 받아야 하는데 다들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을 하고 있음에도 상처 나 부끄러움으로 남아있는 배를 보여주고 싶었어 요. 우리에게 몸은 무엇이고, 몸에서 출발하는 노동과 몸으로 규정되는 많은 것들을 한번쯤 봤으면 좋겠고, 또 그 몸이 자랑스러웠으면 좋겠고. 이런 의미에서 배 사진을 촬영기간 내내 신경써서 찍었죠. 대부분 본인의 배를 찍어주신 분은 제 기획의도를 공감해주셨어요.
한국인의 경우는 배를 찍는 것이 조금은 자연스러웠어요. 일본에서는 많이들 어려워했고요. 영화제작과정에서 쌓인 신뢰 덕분에 찍어주신거죠. 아마 처음에 얘기했으면 기겁을 했을 텐데 말이에요.
 
노동의 이유 제가 보기엔 일본, 필리핀과 근본적으로 비슷한 것 같아요. 노동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노동을 하는 이유들은 비슷하다는 거죠. 한국에서의 경우도, 일을 시작한 건 거의 가족들 때문이에요. 집이 너무 가난한데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일은 성 매매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돈벌이를 해야 했고, 하다 보니까 가정을 책임지게 된거죠. 차이가 있다면 한국사회는 문화적, 제도적으로 사람들이 일정 수준의 눈높이가 생겼기 때문에 그만큼 선입견과 편견도 더 커졌어요. 필리핀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보편적이다 보니 삶이 힘들지만 오히려 자유로운 것 같아요. 가난할 때 느끼는 정서 같은 것 있잖아요.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 말 이에요. 그런 식의 차이들을 같이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하는데 각 개인들의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았기에 최대한 서로 연결시켜서 부분으로 전체를 보고 싶었어요.
 
“일본 여성들은 너무 고립되어 있다?” 네, 맞아요. 일본은 이미 선진화되었기 때문에 일본 사회만의 질서가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그 질서는 상당히 안정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일본 여성 노동자들은 그 안정된 질서에 끼어들 수가 없어서 더욱 고립됩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는 여성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틈새가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 대해서는 일본 여성들이 한국 여성들을 부러워하는 것 같아요.
 
거리의 다름 각국의 문화적인 정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일본은 개인간에 거리감이 있는 문화적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거리를 두고 촬영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서로 가깝게 다가갔을 때에는 카메라도 역시 밀착해서촬영했고요. 필리핀의 경우는 제가 직접 그분들 하고 살짝살짝 얘기를 나누는 장면 등을 넣어 필리핀의 허물없는 문화적 정서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많았는데, 시간상 제약 때문에 덜어내야 해서 아쉬움이 남죠. 하지만 굳이 그 점을 말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상을 보면서 이러한 양국간의 문화적 정서들을 직접 느꼈으면 좋겠어요.
 

가사노동 삶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실제로는 가사노동이 별로 존중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지고 있죠. 게다가 가사노동은 노동시간도 길고, 굉장히 힘든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집안일이기때문에 과소평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사노동에 드는 실제시간을보여주고 싶었는데 시간상의 제약으로 편집해야만 했죠. 아쉬움이 남아요.
 

‘새롭게 보자’ 사실 <레드마리아> 속의 장면들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죠. 그래서 이러한 사실들을 ‘새롭게 보자.’는 것입니다. 여성주의라 말하며 여성운동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문제를 자신도 모르게 편협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노동의 가치는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다시 한번 새롭게 보자는 게 <레드마리아>의 메시지라고 생각 해요.




글 이윤주, 전은주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