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리뷰2015. 11. 23. 17:53
2015 서울독립영화제 특별초청 프로그램 노트

신은실/인디다큐페스티발2015 집행위원

시아를 횡단하며 여성들을 만났던 <레드마리아>, 속편에서는 남한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들로 여겨지는 ‘성노동’과 ‘위안부’ 문제를 직시한다. 영화 속에 인터뷰이로 등장하
는 야마시타 영애 . 박유하 교수 등이 여러 각도에서 지적하여 때로 논란을 부르기도 했
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작금의 논의가 지닌 한계. 그것은 바로 모두가 “강제 연행
이 있었는지”를 규준으로 삼고 다툰다는 점이다.
강제 연행이 있었다면 문제지만, 없었다면 문제가 안 된다? 그렇다면 당시 공창제가 동원
한 일본과 대만 등지의 ‘매춘부’들은? 조선 출신 위안부는 과연 예외였던가? 그들이 강제로
연행되지 않았다 한들 성노예가 아닌가? 그리하여 일본군의 집단 강간과 전쟁 범죄행위가
사라지는가? 영화는 “강제 연행” 여부와 그 증명에만 얽매여 “가해자가 피해자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새기고, 그 “침묵의 의미를 생각”하려 한다.
운동에 필요한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버렸던 역사의 잔여도 <레드마리아2>는 곡진히 길어
올린다. 이를테면 시로타 스즈코 . 배봉기 씨의 삶, 그들을 잊지 않으려 기록하고 기리는 이
들의 존재를. 씨줄과 날줄로 엮인 쟁점들은 ‘내셔널리즘’이란 교차점 위에서 만난다.
또, 2차대전 중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하는 예의 틀과 현재 성노동 문제의 근친
관계를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카메라가 명료하게 보여준다. 성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사
회적 낙인은 타당한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비범죄화’되지 못하고 파견 형태 등으
로 변형된 매매춘은 성노동자들을 위험한 일터로 내몰 뿐이다. 한국전쟁 때 자국민을 위
안부로 강제 동원하고 그 뒤로도 오랫동안 미군을 상대하는 성노동자를 직접 관리하며
외화벌이에 나섰던 이 나라에서 살기 위하여, 꼭 봐야 할 작품이다.


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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