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일기2015. 1. 15. 02:34

아직 완벽하게 번역과 프리뷰가 끝난건 아니지만 지난 연말 

정확히 12월 27일부터 편집을 시작했다.

촬영내내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구성 방향이 프리뷰를 하면서 조금씩 수정이 되고

일단 느슨하지만 편집 방향이 좀 잡혔다.

그리고 직접 내용들을 다시 찾아보면서 생각보다 좋은 그림이 많구나 새삼 놀라기도...ㅎ


우자지간 그렇게 연말과 연초를 보내면서 한달전에 올린 후원금통장은 뒷전이 됐다.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려 보겠다고 했지만 이 한겨울 떨어질 감이 어디 있겠나 싶기도 했고.

세명의 후원자가 보내준 후원금이 바닥을 치게 되어서야 

혹시나 싶어 통장을 찍어보았다.

허걱.......감이.... 떨어져.... 있었다.

그것도 50만원짜리 감이.ㅎ

이미 통장에 들어온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우리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후원금을 넣어준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다.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후다닥 친구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제서야 친구가 줄줄이 후원금을 보내게 된 이야기를 말해준다.

아기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다가 이제사 놀이방에 좀 다니게 되서

일주일에 한번 동네에 있는 콘도 청소 알바를 했다고.

그리고 12월 한달간 일주일에 한번씩 5일 일해서 번돈.

그돈을 후원금으로 투척해서 너무 마음이 좋다고.


젠장 이 지지배는 늘 이렇게 사람을 놀래킨다.

순간 눈물이 쭉...

아 썅...너무 행복해서 미치겠다.

근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나를 더 흐믓하게 만들어 주는건

이친구가 요즘 돌이 겨우 지나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딸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있다는 거다.

아이가 생겨서 다채로운 삶을 느끼는건 좋지만 벌써 아기는 자기 삶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좀 허전하다고.


'....

아이한테서 새삼스럽게 인생을 배우고 있어. 

멈추어 있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될 때까지 수백번을 다시 시도하고,  
마치 오늘 하루가 끝인 것처럼 미칠 듯이 놀고, 늘 순간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행복해하고, 아기의 삶에서 인생의 비밀을 보는데, 난 아직 그걸 내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네.
여튼, 오늘 두시간 넘게 낮잠을 잘 자고 있는 아기가 얼마나 예쁜지. ㅋㅋㅋ
그리고 영화 잘 만들어야 돼.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명료하게!! 
나 요즘 정말이지, 너무 단순하게 살아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가거든
.....'

하하하..어찌나 재밌고 실감나는 글인지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서 키득거리며 몇번을 읽었다.
아기가 벌써 자기 삶을 찾아가고 있다는 그 말이며
그걸 벌써 알아 챈(?) 친구의 허전함이며...크크크
갑자기 며칠전 남대문시장에 등산용품 구입하러 갔다가
주인할머니로 부터 뜬끔없이 염색 좀 하고 다니라고 충고아닌 충고를 들었던 생각이 겹친다.
비슷한 또래의 사람에게 들었다면 그럴수도 있겠다 대충 넘어갔을텐데
칠십은 족히 넘은듯 보이는 어르신이 그런말을 나에게 하니....하하하
그 날도 비슷하게 혼자서 계속 키득거리며 웃었는데
오늘도 역시 비슷한 감정이 계속 나를 웃게 만든다.
대체 이건 무슨 화학반응인지...ㅎ
그날도 그 웃음이 묘하게도 나를 참 오래 흐믓하게 했는데
오늘 이 웃음도 오래동안 나를 설레게 할거 같다.

우자지간 중요한건 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친구를 위해 쉽고 명료하게 영화를 잘 편집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하하하

요즘 자기 삶을 찾아간다는 이 친구를 보니 에너지가 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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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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