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일기2013. 3. 11. 15:26

3.11이라는 날짜가 이제는 역사에 고유명사로 등재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의 3.11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를

사실 잘 알지 못한다. 세가지의 재앙중에 하나만 일어났어도 큰일인데

3.11은 세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났고 그것은 천재임과 동시에 문명의 이기가 가져온

대재앙이었다.

하루아침에 재난영화속에나 있을법한 일들이 현실이 된

사람들에게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재앙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생각보다 깊고 넓으며 치명적이다.


지난달 레드마리아 상영차 일본을 방문했을때

영화 이야기를 뺀다면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후쿠시마 원전과 쓰나미고 붕괴된

동북부지역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변에 암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토상의 말은

삼성반도체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생각나게 했고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시즈오카의 원자력 발전소가

걱정된다던 조순자선생님의 말은 한국의 무수한 원자력 발전소를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아직도 전국에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진계의 움직임을 보여주던 

일하는 여성들의 전국센터 대표 미도리상의 암울한 표정은

열심히 일해도 제자리를 돌거나 더더욱 추락하고 있는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겹쳐졌고,

반핵운동과 함께 붕괴된 도시를 찾아가 고통받는 사람들 중에서도

다시 밀려나 있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는 노숙인 이치무라의 행보를 통해

우리의 여성운동을 돌아보게도 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나를 통역해 주었던 가토상은

신사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해주며 일본이 제국주의 길로 들어서며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신을 어떻게 천황과 신사를 중심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는지를 설명해 주었는데

그 이야기는 묘하게도 다시, 일본의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이영채교수로 부터

들은 최근 일본을 들쑤시는 우익들의 반한기류와 독도문제로 이어졌다.


이명박이 독도를 방문해 깜짝쇼를 벌인후

준비했다는듯이 들끓는 독도문제는 일본의 우익과 한국의 보수적인 지사들의

전쟁터가 되었고 그 사이 종북을 이야기하는 한국의 반공우익들은

북한의 핵문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참 연결하면 연결할수록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

심지어는 동아시아에 대한 연구까지 이에 훈수를 두고있지만

정작 아이러니한건 그곳에서 가장 치열하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연대에 대한 모색 그리고 문제의식의 공유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오늘이 3.11 대재앙이 일어난 2년 후의 3.11.

수많은 싸움의 현장이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연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어떤 현실과 싸우고 있는 것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찾아보면 여기저기 흩어져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터

그들의 이야기와 고민들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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