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2012. 11. 27. 15:04

수림이가 호주에서 돌아온 후 그리고 내가 유럽여행을 갔다온 후

우리 모녀는 각자의 빈지갑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했다.

그녀는 다시 취직을 했고 나는 강의 하나로 연명을 하고 있다.

그녀는 그럭저럭 자기 쓸돈은 자기만을 위해 쓰니 고만고만 한데

나는 나갈돈이 너무 많아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슬쩍 그녀에게 말했다.


야 호주에서는 방값 비싸게 내고 있었을텐데 난 이십만원만 받을게.

월세의 반도 안되는거 알지?

그리고는 눈치를 슬슬 보는데 웬일...알았어 하는거다.

이런 횡재가...하며 모른척 받고 있는데

어제 그녀가 그런다.

엄마 혹시 나 오만원만 빌려줄 수 있어?

오만원?....음...그래 빌려줄게.

그랬더니만 너무 좋아하면서 귀염까지 떨면서 그런다.

있잖아 월급나오면 방값 20만원하구 보온병값 4만원하구 빌린돈까지

29만원 바로 부칠게용.

아싸...


근데 너 요즘 개털인가보구나.

웅...

나두 개털인데.ㅋ

너 혹시 동전이라도 좀 줄까?

웅...

지갑에 모아둔 동전을 세보니 4천원이 넘는다.

그돈을 받아들고는 어찌나 좋아하는지

몇십만원 용돈을 투척한듯 나두 갑자기 흐믓.


우린 서로 각자 쓰는 돈을 묻지 않는다.

최근에 그녀가 열심히 교회를 다니는통에 

십일조며 헌금이며 이것저것 교회에 쓰는돈이 많아진거 같은데

그것도 그녀의 기쁨이니 내가 신경쓸일은 아닌듯 하고

내가 땡빚을 내서 유럽을 가든 암벽을 하든 그녀도 뭐라하진 않는다.

그렇게 각자의 돈을 각자가 알아서 쓰지만

이렇게 서로 모자랄때 약간의 도움이라도 된다는게 참 즐겁다.


방으로 들어가면서 그녀가 말한다.

엄마 아무래도 나 책 중독인거 같아.

사실 오늘도 책을 좀 샀는데.....어쩌구저쩌구....

이책 엄마도 한번 읽어볼래?하면서 이병률의 <바람이분다 당신이 좋다>를 건낸다

지난번에는 <안철수의 생각>을 건네더니...쩝

그래서 책을 간만에 들춰본다.

나도 이제 책보는 습관을 좀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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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