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2012. 11. 19. 23:15

나는 겨울이 오기 전 바로 이 순간에만 맡을 수 있는 이 냄새를 좋아한다.

낙엽이 거의 떨어질 무렵이어야 하고

비가 한번 때려주어야 하고

기온이 확 떨어져야 하고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불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맡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 차갑고 스산한 냄새를 요즘 맘껏 맡는다.

지금을 놓치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맡을 수 있기에

부러 냄새를 맡기위해 밖을 한번 돌다 들어오고

부러 자전거를 타고 커피를 사러가고

부러 망원시장에 나가 뭔가 살것이 없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차갑고 스산한 냄새가 강하게 날수록

신기하게 사람냄새도 좋다.

뭔가 들떠 있는 사람들.

뭔가 긴장된 사람들.

뭔가 기대하는 사람들.

뭔가 불편한 사람들.

뭔가 아쉬운 사람들.

뭔가 안쓰러운 사람들까지...


근데 그 분위기에 가끔 싸움을 거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냄새를 즐기지 말라고 구지 싸움을 건다.

뒷골목에서 일대일로 싸운다면 실컷 싸워주련만

가끔 싸움도 눈치를 봐야한다.

눈치를 보는 싸움은 참 스트레스다.

그래서 다시 한번 스산한 냄새를 맡으러 밖에 나간다.

코를 벌렁거리면서 냄새를 들이 맡다보니 목이 탄다.

그래 막걸리 딱 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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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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