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2:00 기상
비오는 줄 알고 깜짝 놀라서 깨다. 선풍기 소리 한 번 거창하네.
오늘은 비오지 않는 올드부끌로드 앞 일출을 찍으리라 맘을 먹고 있던 터라. 씨겁했네..
주섬 주섬 챙겨서 펭과 함께 트라이앵글 공원으로 가다.
이런. 두 번째 깜짝 놀라다.
왜 아무도 없는거니? 니들 여기서 자고 있어야 되는거 아냐? 놀고 있든지.
허탈한 마음에 편의점에서 라면과 커피를 사다가, 애들대신 공원 벤치에 박스 깔고 앉아서 먹고 눕고.
니나노....
앗. 누군가 부시시 왔다갔다 한다. 그녀들은 클롯과 로즈. 부시시 나타나서 체육관 스탠드에 가서 꼭 끌어안고 자고 있다.
아까는 클롯과 헤어졌다고 나랑 결혼하자더니...ㅜ.ㅜ 그래, 마음가는대로 할 수 있을때 하렴.

AM 4:00
쟌리, 크리스티나, 마일린 어디선가 박스들고 등장.
얘들은 또 어디있다가 동시다발로 튀어들어오는거야. 동시다발로 벤치마다 박스깔고 잠자기 시작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까 잠깐 비가와서 다른 건물에 들어가 있었다고.. 그럼 열려있는 건물이 있긴 있나본데...
 
AM 5:00
얘네들 늘 그렇듯이 왔다 갔다 장난치고.
그러다 어느순간 애들이 눈앞에서 다 사라졌다. 아씨..어디간거야 또.
아무래도, 찾아나서야지. 목도 마르고.
졸리비를 지나 두리번 거리며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누군가 저 뒤에서 부른다.
'세영~!'
'누구지??'
뒤를 돌아보니, 내가 찾아헤매던 애들이 길모퉁이에 쪼르르 앉아서 손흔들며 이리 오라고 한다.
애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어디가?' '으음....물 사러..' '물사려면 저~쪽으로 가서 사오면 돼'
'니들 찾고 있었어'라고 말하기가...그냥 나도 옆에 쪼르륵 대열에 합류한다.
담배를 피려고 하니, 자기들도 달라고 한다.
뉴페이스의 언니도 하나 있고. 우린 한국어도 필리핀어도 영어도 아닌 옹알이로 매우 의사소통을 한다.
크리스티나 언니 매우 용썼다. 고마워^^
오늘은 쟌리가 기분이 좋아보이네. 그녀의 텅빈 앞니가 오늘따라 사랑스러워 보인다.
애들이 갑자기 내 사진 찍겠다고 지들 핸드폰 들이댄다. 마침 나에게 있던 디카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어쨌건, 공원에서 손님 없을때 아침 무렵에 건물앞에서 남자들 낚기도 한다고 한다.
내가 있어선지, 여기 있어봐야 실효가 없어선지 다시 공원에 돌아가자고 한다.
 
AM 7:00
이미 해는 다 떳고, 쳐 자던 애들 경찰 오니 부시시 일어난다.
여기서 박스깔고 자는게 불법이라며 짜증내는 경찰. 얘네들이 골칫거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크리스티나 언니 커플을 공원을 쓸고닦고 청결유지 1등공신이다. 크리스티나 언니는 부끌로드에서도 청소하고 여기서도 청소한다. 정말 저커플과 그녀의 아들 둘을 보면 마치 한국에 있는 소위 정상가족을 보는 듯하다. ㅎ
이런 사이, 쟌리는 손님 만나러 공원을 빠져나가고. 최대한 카메라 피해서 나간 그녀의 뒷모습만 보인다.

AM 8:00
트라이앵글. 크리스티나 커플, 마일린, 조슬린, 쟌리 등과 함께 아침을 먹다.
여기서 같이 노닥거리는 언니 하나가 밥도 판다. 비닐봉지에 따끈한 밥과 따끈한 반찬을 1인분씩 들고 와서 니들도 먹자고 내민다.
펭과 나도 돈을 지불하고, 같이 테이블에 밥 펼쳐놓고 미친듯 먹는다. 아...맛있고 배부르다.
'이거 아주 편리한 시스템인데..ㅎㅎ'
처음 이 곳에 왔을땐 30분의 시간이 어색하고 길었는데, 이제 우린 아무렇지 않게 6시간을 흘러 보낼수 있다.
점점 나 역시 이 공간에 적응되버린다.
여기 있으면 하루가 스~윽 흘러간다.
모든게 가능하다. 밥도, 친구도, 이벤트도, 일도, 사랑도.
또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
이렇게 하루 하루 가다보면 12시간, 24시간...어느새 그들과 같아지겠지.
그건 또 반대로, 내가 서울에서 하루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 못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AM 9:00
아나(알마딸) 트라이앵글 도착.
쟌리, 아나와 짧게 대화 후 혼자 장보러 감.
나는 쟌리의 시장보기를 팔로우한다.
아침 먹거리 혹은 반찬 사서 화이트하우스로 터덜터덜 가는 그녀.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까를로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다.
까를로. 지엄만줄 알고 미친듯이 네발짐승처럼 기어온다. 둘은 만 하루만에 또다시 극적 상봉을 한다.
쟌리와 까를로를 보고 있자니,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내가 알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쟌리는 엄마다. 엄마의 모습이 있다....엄마라...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