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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07 [시론] 또 다른 박종필들 / 태준식 <한겨레 2017년7월31일>
빨간경순의 노트2017. 8. 7. 23:21

태준식

공공운수노조 교육센터 교육국장, 다큐멘터리 감독

세상에 당연한 죽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며칠 , 너무나도 황망한 죽음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20 넘게 활동해온 영상활동가 박종필 감독의 죽음이었습니다. 모두가 슬퍼하고 고인의 뜻을 기렸습니다. 특히나 고인과 같은 일을 해왔던 영상활동가들은 소리 죽여 깊게 슬퍼했습니다. 아니, 슬퍼할 틈도 없이 고인이 해왔듯 그이의 생전 모습을 모으고 편집하며 슬퍼하는 이들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편집 모니터 속에 나타난 고인의 모습과 말들을 들으며 빈소 귀퉁이에서 소리 죽여 울고 있었습니다. 다른 박종필들영상활동가들이 지금 많이 아픕니다.


많이 참담한 연분홍치마김일란 활동가의 투병 소식이 전해진 이유도 있습니다. 김일란과 박종필은 영상활동가들에게는 하나의 나침반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방향이었습니다. 나침반이 흔들리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활동가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서 위원장 역할을 담당했었고 지난겨울 광장의 촛불을 기록하는 퇴진행동본부 미디어팀에서 활동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바로 얼마 전까지 헌신했습니다. 그런데 잔인하게도 활동가는 같은 시기 암을 얻었고 그중 명의 소중한 동지를 잃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혹한 일들이 벌어진 걸까요. 외로움과 상실감에 몸서리치는 이들 옆에서 조용히 그들의 친구가 되었던 영상활동가들.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실어 날랐고 종국에는 그들에게 싸울 있는 무기를 쥐여 주기 위해 헌신해왔던 영상활동가들.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는 것일까요?


정작 영상활동가들은 자신이 외롭고 힘든 존재임을 몰랐습니다. 몸은 거리에 있었으며 마음은 전이된 민중들의 고통 때문에 언제나 아팠습니다. 그것을 숙명으로 알았습니다. 사회의 선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던 자신의 노동이 소중한 사회적 노동임을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역할은 말해 할까요. 문화산업의 종사자로 창작자들을 대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을 사지에 몰아넣었습니다. 그나마 가늘게 있던 공적 지원을 끊어 생존의 위협을 가했던 국가의 폭력이었습니다. 영상활동가들의 친구들은 어떠했을까요?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로 영상활동가를 대할 , 헌신적인 활동가임을 인정할 , 처지를 공식화하고 제도화하는 노력에 관심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없습니다. 영상활동가들 마음속에 있는 순수한 뜻과 열정을 모른 사용 하고 있지는 않았나요. ‘노동활동으로 치켜세우며 우리들은 너무나도 시간을 잃어왔습니다. 속으로 걱정만 하고 있었습니다. 걱정은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른 박종필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활동가들과 박종필 감독의다큐인후배들. 그리고 독립다큐 창작자들은 다시 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나타날 것입니다. 슬픔을 가슴에 묻고 박종필 감독의 말처럼우리 일을 하기 위해 다시 녹화 버튼을 매만지고 있을 겁니다. 영상활동가들의 친구들께 부탁드립니다. 잠시나마 그들에게 쉬어갈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연대해 주십시오. 국가가 역할을 있게 힘을 모아주세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은 이런 독립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고 사회적 노동으로 대우받기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나라의 소중한 문화자산이자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다큐 창작자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십시오. ‘ 다른 박종필들이 고인의 뜻을 부침없이 이어갈 있도록 해주십시오. 서늘한 여름. 소중한 동지들을 이상은 잃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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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4995.html#csidxa620326c938af9db608e51ea470480c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