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일기2013. 2. 12. 12:07

ACW2는 일본의 대표적인 일하는 여성들의 네트워크로 여성일반노동조합이다.

2009년 레드마리아 일본 촬영을 앞두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이조직의 대표인 이토 미도리씨를 주인공중 한명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일본의 첫 촬영도 ACW2의 총회 장면이었다.

일이 풀리려고 했는지 그날 총회에는 역시 주인공 중 한명인 이치무라가 초대가 됐고

결국 그녀의 발언은 이 영화를 이끄는 중요한 줄기가 됐다.

영화를 찍으면서 느끼는 쾌감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인데 두마리의 토끼를

첫 촬영에서 건질 수 있었던 기쁨이 바로 그런 것.


그래서 의도치 않게 일본의 분량이 늘어났고

70일간의 일본 촬영중 그 첫날의 장면이 영화 전체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재밌는건 이토 미도리를 며칠간을 쫓아다니다가 

후쿠시마에 사는 사토상을 만나게 되었고 결국 나는 미도리상을 버리고 사토상을 낙점했다는 야그.

하지만 누가뭐래도 이모든 성과에는 이토 미도리상의 공로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자지간 그런 연유로 이래저래 ACW2총회와의 인연은 나에게 아주 의미가 있는 만남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홈리스인 이치무라가 '일하는 여성들의 총회'에 참여해서 일하는 것에 대한 절망을 이야기 한후

오랜시간 노동운동을 해온 일본의 선배노동자들의 쇼크를 먹은 표정과 발언은 영화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과연 한국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교차를 하면서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던 그시간이 떠오른다.

사실 그때 일본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워낙 표정들이 생생해서

나는 그 표정만을 따라가며 촬영을 했고 알 수없는 팽팽한 기운속에 의미가 얼핏 전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의 팽팽한 토론 이후 4년.

그 총회에서 다시 레드마리아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영화를 초청했고

내가 거꾸로 그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현재 일본은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이후 그 충격과 여파가 아직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천재지변의 대 격동을 겪으면서 일본사회에는 그동안 회자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고

노동운동 역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는 점에 공통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듯 했다.

미도리상의 전언에 의하면 이런 상황에서 노동의 의미를 다시 재고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레드마리아를 통해 그이야기를 토론해 보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반갑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역시 만만치 않게 보수적인 그들의 생각에

얼마나 진전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저 준비하는 사람들의 앞선 문제의식에 지지를 보낼뿐이고 

그들의 고민과 반응이 궁금할 따름이다.


나는 그 토론회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하지만

사실 가장 궁금한건 이 영화속 주인공들을 만나는 것이다.

영화의 가편본을 보여주긴 했지만 완성된 영화를 그것도 일본에서 보는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들을 만날 생각에 나의 2월은 온통 마음이 이곳에 달려가고 있다.

결국 말도 안통하는 이들에게 소식을 전하겠다고 구글 번역기로 열심히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서바이벌 영어로 열심히 설명을 하기도 했다.

모니카와는 전화를 걸면서 영어와 서투른 일본어 단어 몇개로 의사소통을 했고

이치무라는 영어를 하기에 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았다.


오랜만에 그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듯이 기쁘다.

물론 영화를 보고 나올 수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그냥 그들을 만난다는 사실에 들떠 있다.

2월16-17일까지 1박2일로 진행되는 총회의 상영회가 끝나면 일정이 더 바쁠거 같다.

시즈오카에 사시는 조순자선생님과 메부키의 사람들을 비롯해

영화에 도움을 주시거나 출연했다 짤린 많은 분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리고 가와사키로 가서 시티유니온의 무라야마상과 모니카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보고싶은 얼굴들을 만날 예정이다.


특히나 모니카는 나랑 동갑이기도 하고 영화를 찍고난후 남편 단테가 세상을 떠나서

서로 하고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아직도 영화속의 그집에서 살고있다고 하는데

그 집에서 일박을 하며 우린 어떤 이야기들을 나무게 될까.

너는 비자도 필요없잖아라고 말하던 그 고양이도 잘있는지...

우자지간 이렇게 들떠있는 나를 위해 내일은 경은이와 남대문에서 그들에게 선물할 것들을 장을 볼 예정이다.

특히 멋진 사진으로 영화에 기여를 한 경은이는 이번에도 그들을 위해

현장스틸을 선물로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쓰다남은 엔화를 가지고 있다는 영재를 찾아가

그 나머지 엔화를 강탈해 올 예정.

누구말대로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더니 나에게 아직 뻔뻔함이 남아 참 다행이다 싶다.

쪽팔리는 민망함이 좀 있기는 해도 오래도록 지켜야 할 덕목임을 새삼 느낀다.ㅎ 

 


Posted by 빨간경순



 

<레드마리아>



 

캐릭터 영상 5‘이치무라가 보내는 편지공개!


 

 

 


* <레드마리아> 캐릭터 영상 5탄 '이치무라가 보내는 편지'
* 캐릭터영상은 각 인물별로 차례차례 공개됩니다. 



 


 

 


이치무라가 보내는 편지

 

일하지 않아도, 겡기데쓰!
 

 

 

 

 


한가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바쁜 홈리스입니다.
면 생리대를 만들어 팔고 있구요,
여성 노숙인들과 함께 티파티를 즐기기도 합니다.
굴러다니는 쓰레기로 하는 ‘천막리폼질’은
노숙생활의 크나 큰 묘미랍니다!

 

 

지난 10년간 푸른 천막집에서 지내면서,
일하지 않을 권리를 찾고 있어요.
일이라는 게 절망으로, 권력다툼으로,
서로 죽고 죽이는 폭력으로 느껴진달까요.
‘일’하지 않아도, 이렇게 활기찬걸요!
매일같이 다른 ‘일’과 함께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즐거운걸요!
거리의 모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해요.

 

 




 

 


 


 

<레드마리아> 작품정보 >>

 

 

메인포스터 보러가기 >>

 

캐릭터 이미지 5종 보러가기 >>

 

 

캐릭터 영상 1탄 '제나린이 보내는 편지' >>

 

캐릭터 영상 2탄 '리타가 보내는 편지' >>

 

캐릭터 영상 3탄 '클롯이 보내는 편지' >>

 

캐릭터 영상 4탄 '종희가 보내는 편지' >>
 

 

 

 

***

 

 

 

레드마리아 Red Maria

2011┃HD┃98min┃Documentary┃color┃16:9┃Dolby 5.12012.04.26 개봉!

 

 

SYNOPSIS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만난 레드마리아, 

 

당찬 그녀들의 거침 없는 생활사!

 

 

나(감독)는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

 

결혼 10년 만에 친정을 방문한 이주 여성 제나린,

50년이 지나서야 진실을 밝힐 용기를 얻었다는 위안부 할머니 리타,

열여섯 어린 나이에 아빠 없는 딸을 낳은 성 노동자 클롯,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종희,

일하지 않을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는 도쿄 홈리스 이치무라,

24시간 일하는 가사 노동자는 물론, 철거 위기에 놓인 빈민 지역 여성들까지.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한 가지 질문에 도달했다.

어떻게 서로 다른 노동이 그토록 비슷한 방식으로 ‘몸’에 연결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작정하고 그녀들의 ‘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주름지고 짓무른,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그 ‘배’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Contact

 

Facebook.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redkyungsoon


Twitter.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redkyungsoon
           시네마 달 @cinemadal

 

Blog. http://redmaria.tistory.com/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10. 1. 21. 12:19




 








 


 

지난 10월 이치무라상이 한국에 방문했지요.
물레동 예술집단인 랩39에서 이치무라상을 초대한거였지요.
옥상 프로젝트로 '도시는 우리의 것이다'라는 주제로
영화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그때 한국에 며칠 머무르는 동안 이치무라상과 북한산에 오른 일은
제작스케치로 알려드린바 있구요^^
경순과 나란히 서 있는 이쁜 처자는 일본어 번역 서포터즈인 희사씨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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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9. 11. 2. 11:26
























 



 

북한산에 올랐다. 단풍이 한창이다.

이치무라상이 문래동 LAB39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고,
그녀와 함께 촬영이 아닌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경순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일본 번역 서포터즈 상히도 함께 했다.

산에 가면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앞서가는 사람과 뒤쳐지는 사람. 혹은,
날아가는 사람과 네 발로 가는 사람. 그리고
정상을 찍는 사람과 중턱에서 막걸리를 먹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도 대략 비슷한 풍경이 연출이 되지.
사진으로 확인하시라.

오전 11시에 산행을 시작해서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하나는 모르것고,,
봉우리 네개를 찍고 능선을 타고 내려오니 4시쯤이었나.
산에 가기전 경순왈, 이치무라상도 피곤할테니 심플하게 다녀오자고 했다.
코스를 다 합치면 5킬로 정도가 될 것 같은데 그럴 줄 알았으면 등산화를 신을 걸 그랬다.
경순의 심플은 대략 컴플렉스하다.

마지막 코스는 여지없이 수정탕,
뒤쳐졌던 나와 상히는 절대기력부족으로 자진귀가.
수정탕 엣지 쥑이는 마사지를 이치무라상에게 선물했단다.

뭐 대략 중딩실력인 영어로 얘기하는데 그닥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 조연출 아람은 유창한 일어로 얘기하지만)
통하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눈빛이어도 충분하니까.
갔노라, 보았노라, 통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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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09. 5. 3. 17:10




 








 






홈리스 예술가 이치무라상이 사는 요요기공원의 텐트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달에 한번 텐트를 접어야 한다.
아침 9시경 공원관리인이 순찰을 돌며 텐트가 철수되었는지 확인한다.
그들이 가고 나면 바로 텐트를 다시 올린다.
너무도 뻔한 형식적인 절차지만 이곳 사람들은 으례 그러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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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