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리뷰2014. 10. 4. 13:02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경순 감독 대담회 "다큐멘터리, 내가 보고 싶은 세상을 살기 위한 길"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진영 님의 글입니다 :D







신나는 다큐 모임과 인디스페이스가 함께하는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이하 한다감)이 김태일, 태준식 감독에 이어 세 번째 대담회를 열었다. 9월의 감독은 경순. 모더레이터로 영화평론가 변성찬, <독립의 조건>을 연출한 다큐멘터리 감독 김보람이 패널로 함께했다.

한다감은 오랜 시간 묵묵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온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작품들을 다시 봄으로써, 한국 다큐멘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비평의 영역을 발굴하며, 한국 다큐멘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보려는 기획이다.

9월 경순 감독전에 상영된 영화는 <민들레>(1999),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4), <쇼킹패밀리>(2006), <레드 마리아>(2011), 이렇게 4편이다. <레드 마리아>의 상영이 끝난 후 대담회가 시작되었다.



- <민들레>(1999):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서 진행한 농성을 다뤘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4): <민들레>에 이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활동과 내부적 문제점들을 다뤘다.

- <쇼킹패밀리>(2006): 세 여성의 삶과 시선을 통해 한국의 가족주의를 신랄히 비판했다.

- <레드 마리아>(2011): 필리핀과 일본, 한국 세 나라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를 묻는다.




▲ 대담회 참석자. 왼쪽부터 변성찬 영화평론가, 경순 감독, 김보람 감독




변성찬: 먼저 경순 감독이 이번에 상영된 영화 네 편을 고른 이유와 각 작품을 하며 고민했던 점에 대해 듣고 싶다. 그리고 김보람 감독의 소감도 함께 듣고 싶다. 오늘 상영되었던 <쇼킹패밀리>, <레드 마리아>에 대한 관객의 질문도 받을 예정이다.


경순: 작품을 선정할 때, 내가 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문제의식과 영화의 내용, 형식에 있어서 가장 이야기하기 좋은 작품들을 선정했다. 초반 두 편의 작품은 공동연출이었고 후반 두 편은 단독작업으로, 골고루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영화를 늦게 시작했다. 그 전에 소위 말하는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면서 고민했던 것들이 영화에 많이 반영되었다. 책임감으로서의 운동보다 내 삶의 모습들을 보고 싶었다. 첫 번째 영화 <민들레>가 나에게는 정말 의미가 있다. 운동을 한다는 것과 영화를 한다는 것이 내 안에 혼재했던 시기였다. 영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제작에 굉장히 무지한 상태에서 시작했고, <빨간 눈사람>을 같이 했던 최하동하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시기에 배웠던 것들이 이후 영화를 만들 때 초석이 되었고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공적이면서 사적인 관계에서 감독의 포지션이나 시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에 녹여내는 어려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해 막연한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이 영화를 찍으며 많이 정리되었다. 이후 <애국자 게임>부터 이어지는 나의 영화는 내가 궁금한 주제, 질문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영화의 주제가 되었다. 나머지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분과 차차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 질문하고 있는 김보람 감독




김보람: 경순 감독을 남몰래 정말 좋아해왔다. 그래서 이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에 4편의 작품을 연달아 꼼꼼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의 다큐멘터리 감독인데, 경순 감독의 작품을 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경순 감독 작품을 보며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은 정말 유쾌한 사람이고, 인터뷰 대상들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 대상들이 감독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특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카메라가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것이 신기했다.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거리낌 없이 따라붙고, 끝까지 쫓아가서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기 꺼릴 만한 것들도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레 말하는데, 이런 관계는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감독이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도 <독립의 조건>을 연출한 후 마음고생을 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한 채 타협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런데 경순 감독의 작품들은 이후 작품에 이전 작품에서 했던 고민이 나오고, 이전 작품에서 이후 작품에 대한 힌트가 나오기도 한다. 한 편에 모든 이야기를 담을 필요는 없겠다, 나중의 작품을 위한 기반으로 가져가면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경순 감독의 작품에 담겨 있는 고민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레드 마리아> 속 여자들은 개개인의 투쟁을 하고 있다. 사실 그 각각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런 큰 생각을 담아내기 위해 10명의 주인공이 등장했는데, 제작 과정에서 절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10명을 만나고 촬영할 때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경순: 내가 가진 질문의 가장 밑바닥은 ‘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 굴러가는 것일까’이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늘 그것이 궁금했고, 그것이 출발이었다. 영화를 한 편 만들 때, 집중은 하지만 질문이 다 풀리지가 않았다. 그래서 내 영화에 사람도 많이 나오고 이야기도 많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런 스타일로 찍고 싶어서 그랬다기보다, 하다 보니 내 영화가 이렇더라. 

나한테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공부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굉장히 즐겁다. 영화를 찍을 때 내가 또 다른 삶을 경험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제작 기간 동안 많이 놀고 그 사람들과 더불어 지낸다. 오늘 오기 전에 <레드 마리아>에서 만났던 이치무라에게 한국에 온다는 메일을 받았다.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니까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나처럼 다큐멘터리 영화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영화가 자신의 삶에 즐거움을 주지 않으면 고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보여주는 즐거움이 아닌 나 자신의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또한 내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찍으면서 알아가려고 했다. 늘 무지(無知)한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다. 그래서 내 영화를 보면 영화적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형식적 측면은 없어도 나의 고민을 풀어가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실험 아닌 실험이 되었고 항상 시도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 질문에 대답하는 경순 감독




변성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나타나는 카메라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김보람 감독이 질문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천부적인 뻔뻔함인 것 같다.(웃음) 한 감독의 스타일에는 자신의 성격과 기질, 체질과 문제의식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데, 반드시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런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한국의 의미 있는 다큐를 보면 개인적 성격이나 작품 속 카메라의 움직임에서 극단적인 낯가림의 미학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을 통해 굉장히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전한다. 그래서 부러워는 하되, 꼭 따라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웃음)

<쇼킹패밀리>와 <레드 마리아>는 감독의 기획과 실제 촬영 사이의 타협,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표현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궁금하다. <쇼킹패밀리>는 원래 출연하기로 한 인물이 5명이었는데 3명으로, <레드 마리아>는 원래 3개국 12명이었는데 10명이 되었다. 각 영화에 만약 원래 기획한 분들이 다 들어갔다면 지금과는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포기한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왜 포기하게 되었는지 듣고 싶다.


경순: 다른 감독들은 자신이 찍으려는 인물을 미리 확정한다. 그 인물에 대해 조사하고 파악하고 그 인물에 맞는 세팅을 한다. 나는 그게 조금 싫었다. 어떤 한 사람을 통해 이슈화할 수는 있지만 나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나는 100명이면 100명이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을 싫어해도, 그 사람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그런 것들을 채집한다. 그런 과정에서 깔끔함을 포기했고, 내 영화는 거칠다. 또 나의 방식으로 영화를 찍기에는 많은 스텝과 함께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카메라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레드 마리아>는 방대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대담을 하고 있는데, 종로에서는 누군가 술을 마시고 있고, 필리핀의 누군가는 자고 있고 이런 식의 동시성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여러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정말 담고 싶었던 사람은 막판에 쓰지 못했는데, 그런 부분은 정말 불가항력인 것 같다. <쇼킹패밀리>는 처음부터 5명으로 밀고 나가다 결국 3명이 되었다. 빠진 두 명 중 한 명은 단골 술집의 아는 언니였다. 이 분이 조카와 함께 살게 되면서 차마 그 진실을 드러내지 못했다.(동성애 관련 이야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얻은 노하우는 설득해서 될 일과 아닌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찍은 영상을 내보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기획과 다른 현장 속에서 계속 구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변성찬: <쇼킹패밀리>에서 빠진 두 인물은 한 명은 동성애, 다른 한 명은 성노동과 관계된 사람이었다. 결국은 영화에 담지 못했던 이유는 영화를 통한 커밍아웃의 현실적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두 번째 분에 관해 갖고 있는 경순 감독의 문제의식은 <레드 마리아>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레드 마리아> 속에서 빠진 한 분은 플렌테이션 농장에서 일하던 분이라 영화가 나가면 살해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빠졌다고 들었다. 나머지 한 분은 누구인가.


경순: 우리 제작진 중 한 명을 넣으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을 찍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그것을 엮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완벽한 기획을 하고 간 것이 아니어서 그 모든 이야기들을 묶을 수 있는 고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가 고민한 과정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편집할 때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서 잘라냈다. 


변성찬: <레드 마리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리타 할머니의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4번에 나눠서 나왔는데 실제로는 한 번에 찍은 것인가. 그리고 처음에 할머니는 영어가 아닌 팜팡가어를 하는데 어떻게 소통했는지 궁금하다.


경순: <레드 마리아>는 원래 인터뷰를 넣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말라야 롤라스의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듣고 싶었다. 비춰지는 것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래서 리타 할머니께 작정하고 여쭤보았다. 영어-팜팡가어를 통역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할머니가 언짢거나 기분 나빴을 수도 있는데, 할머니도 우리를 믿어주시고 실제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대화가 가능했다. 그리고 영화 전체에서 리타 할머니가 길잡이 역할을 하게끔 네 번에 나눠 배치했다. 그 인터뷰는 세 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 마지막 발제를 하고 있는 변성찬 영화평론가




변성찬: 경순 감독은 운동하면서 가졌던 집단적 대의와 개인의 구체적 삶 사이에 괴리가 있고, 긴장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생기는 갈증을 달리 해결할 방법은 없고 그런 화두는 영화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 그것이 경순 감독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질문인 것 같다. 경순 감독이 자료에 썼던 질문인 ‘왜 진보 운동은 진보하지 않는가.’ 이 질문은 그녀의 여성주의적 질문과 뗄레야 뗄 수 없다. <민들레>를 다시 보니까 굉장히 이상한 작품이었다.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이야기를 담는 듯했는데, 카메라가 정작 담고 있는 것은 어머니들의 백스테이지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표면적 주제는 의문사 연작인데 그 작품 안에서 가장 특이하게 다가오는 순간은 그 주제와 카메라가 약간 빗겨나갈 때였다. 대의 아래 놓쳐지는 것들의 대표적인 하나로 여성수사관이 목표와 성과 아래서 사퇴 압력을 받았다가 버티고 이런 현실을 잡아내는 순간이 있다. 이는 아까 말했던 집단과 개인의 문제와도 연관되며 다음 작품인 <쇼킹패밀리>와 <레드 마리아>로 일관되게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문제 제기를 하고 싶은 부분은 <레드 마리아>와 <쇼킹패밀리>에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레드 마리아>는 리타 할머니의 표면의 말 이면의 속마음을 붙잡아내는데 성공했고, 그것이 이 영화에 굉장히 큰 의미와 동력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쇼킹패밀리>는 처음에 나왔던 아줌마들의 막춤이 후반부에 합을 맞춘 자기 퍼포먼스와 시각적 대조를 이루는데 그것이 대상화된다는 느낌이 있다. 이야기를 충분히 기다리고 듣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솔직히 말하면 <쇼킹패밀리>에 유쾌함은 있는데, 통렬함은 없는 것 같다. 경순 감독의 영화적 화두는 적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 못지않게 늘 우리 자신의 성찰이 항상 섞여 있고 공존해 왔는데, <쇼킹패밀리>의 경우 그것이 느슨해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순 감독의 문제의식에 근본적으로 동의를 하면서, 이후 감독의 영화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우려도 된다. 출발할 때의 문제의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했는데 적당히 봉합하는 것이 영화적 수사법으로 상투화될 위험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 감독의 의견을 듣고 싶다.


경순: 내가 어떤 사람을 찍었는가에 따라 타협이냐 봉합이냐가 결정된다. 나는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에 따라 그 방식이 달라졌다. <쇼킹패밀리>는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였다. 주변의 스텝들이 같이 참여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이 정도해서 마무리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봉합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내 개인적으로는 <쇼킹패밀리>가 착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분노하는 사람들은 많더라.(웃음) 우리가 보는 것 이상으로 출연했던 당사자들은 굉장히 재고 따지고, 자신 있게 흔쾌히 이야기했지만 뒤돌아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아마 그런 점이 나를 그런 방향으로 가게 했던 것 같다. 덕분에 영화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었는데 나 개인적인 불만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게끔, 자신의 이야기를 활용해 굉장히 쉬운 텍스트로 다가갔던 것은 좋았다. 하지만 원래 생각했던 문제의식은 사람들이 자기 식대로 생각하고 있었고, 영화가 그렇게 이야기되고 있었다. 그래서 <레드 마리아>를 하게 되었고, 그마저도 개운치 않아서 <레드 마리아2>를 하고 있다.(웃음)


변성찬: 나도 그런 느낌이다. 모성 신화라는 것이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여성 내부에서 작동하고 있는 문제다. 이 영화는 모성 신화를 내면화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편하거나 불안하게 만들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착한 영화가 되었고, 그 빈틈을 자기 퍼포먼스로 메꾸고 있는, 그곳에 멈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퍼포먼스 장면들은 굉장한 재능인데 그냥 걱정이 되어서 한 소리다.(하하)



변성찬: 현재 <레드 마리아2>를 작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한 소개와 마지막 인사를 부탁한다. 김보람 감독도 함께한 소감을 말해주면 좋겠다.


김보람: 두 분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감사한다.


경순: 요즘 <레드 마리아2>를 작업하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왜 이 이야기가 이렇게 불편한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아직 우리가 이 정도인가’ 라는 생각 때문에 조금 우울하기도 하다. 영화를 만들며 나는 늘 즐기는 편인데, <레드 마리아2>에서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낙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다른 영화와 분위기가 다르다. 미리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이 불편해서 조용히 작업 중이다.(웃음) <레드 마리아2>가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 나 역시도 궁금하다.


변성찬: <레드 마리아2>는 이전까지 경순 감독의 작품과는 다른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해 본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10월에는 홍형숙 감독이다. <두밀리-새로운 학교가 열린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경계도시>, <경계도시2>가 상영된다. 한다감은 격주 월요일에 2편씩 총 4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두 번째 상영 후 대담회가 열린다. 인디스페이스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6000원이다. 대담회 참석자와 주제는 매월 첫 번째 상영 전, 인디스페이스 홈페이지와 신나는 다큐 모임(http://cafe.naver.com/shindam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서출처_ http://indiespace.kr/2036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4. 9. 18. 00:48

영화를 만들면서 한번도 그간 만들었던 작품들을 돌아보거나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신다모의 주최로 감독전이라는걸 하게 됐고

원고를 써야했다.

상영할 영화 4편을 감독이 직접 정했고

영화를 선정하면서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들었구나 

새삼 많은 생각이 들었다.

거칠지만 이번에 상영하는 4편의 영화를 선정한 이유를 써보았다.


작품 선정 이유


1. 민들레/1999년

 첫 장편이면서 최하동하 감독과 공동연출작이었던 <민들레>는 나에게 첫작품임과 동시에 영화제작에 무지했던 나에게 일종의 영화학교와 같은 역할도 해주었던 작품이다. 사실 그 당시 <민들레>와 함께 <애국자 게임>을 동시에 찍고 있었는데 영화에 대한 많은 것을 이  두 영화를 만들면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깨졌다. 아마도 영화를 만들면서 경험하게 되는 생존의 문제부터 영화적인 고민까지 최악의 조건과 최선의 선택을 수시로 결정해야만 했던 당시의 열악했던 조건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열악하니 모든 것을 몸으로 때워야 했던 시기.다시 그 상황이 재현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당시의 경험들이 이후 영화를 만드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것 같다. 영화적인 스타일도 인물에 대한 고민도 그리고 편집에서의 중요한 지점들을 그당시의 고민에서 많이 배웠기 때문이다.예를들어  <민들레> <애국자게임>은 서로 다른 형식으로 만들어졌지만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각각 다양한 버전으로 편집본이 나오기도 했었다. <민들레>가 최종본으로 나오기 전에 나레이션을 넣어보기도 하고 소제목을 넣어보기도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편집과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촬영의 컨셉과 주제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됐다. 특히 <민들레>는 유가협(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죽은자식들의 명예와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하시는 어머님 아버님들의 이야기다 보니 대상과의 관계나 거리 유지가 영화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많이 깨닫게 해준 영화였던 것 같다. 노구를 이끌고 거리로 나가 전경과 싸우고 노숙투쟁을 일상처럼 하고 죽은 자식들의 이름이 나올때마다 눈물과 분노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들에게 카메라는 자칫 이성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대상을 이해하면서도 내 시선을 고수한다는게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그때 온몸으로 체험을 했던 것 같다. 죽은 자식들의 무게와 사회적 위치가 다 똑같지는 않았고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는 분들과 의문사를 밝히기 위해 싸우는 부모님들간의 이견도 있었다. 그리고 다 다른 가정사 속에 투쟁을 하시니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다는 건 마치 내가족의 속내를 들여다 보듯이 답답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편집하는 과정은 바로 그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 영화를 우리가 왜 만들었는가에서 답이 나왔던 것 같다. 인권에 대한 소재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유가협의 부모님들. 함께 싸우다 죽은 동지들을 우리는 잊고 있었는데 여전히 죽은 자식들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그분들을 뵜을때 느꼈던 깊은 부채감과 존경스러움. 영화는 그 시작의 느낌을 살리는데서 타협이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 소재로서의 영화를 찾는 건 내 영화에서 사라졌고 늘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가 영화를 찍는 모티브가 됐다.

 

2.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세번째 영화면서 혼자서 연출을 시작한 작품이기도하다. 공동연출일때는 늘 의논하던 상대가 있었는데 이 작품은 스텝도 없이 오롯이 혼자서 영화를 찍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또 다른 좌충우돌 경험이 많았었다. <민들레>를 찍을 당시 담지 못했던 죽은자들의 동지를 찍고 싶었었는데 부모님들에게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까지 담아내기 힘들었다. 결국 때를 기다렸는데 때마침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민주화운동 당시 죽거나 의문사했던  이들의 '동지'였던 사람들이 민간조사관으로 참여를 했다. 나는 세상의 변화를 꿈꿨던 많은 사람들이 진정 만들고 싶어했던 삶이나 세상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들이 위원회라는 공적 공간에서 무엇을 찾고자 하는 것인지 조사과정과 함께 그들의 생각을 담고 싶었었다. 하지만 위원회에 그들만 있는건 아니다.대통령직속 기관이었고 수사관과 헌병대 검사 변호사 그리고 많은 공무원들이 함께 일하는 곳이었다. 그곳을 부담없이 다니려면 그곳의 일원처럼 행동해야 했고 늘 신속해야 했다. 촬영에 대한 기술도 부족했지만 영화적인 미학을 고민 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찍는 동안 생각했던 건 일단 위원회의 모든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기록을 충실히 하자였고 또하나는 긴장감을 위해 들고 찍자는 거였다. 다행히 나는 많은 조사과정에 참여 할 수 있었고 수사관들의 협조도 잘 얻어냈지만 3시간 넘는 조사과정이나 인터뷰 등을 무식하게 들고 찍은 많은 장면들은 지금도 봐주기 힘들만큼 부끄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무모함 덕에 기동성 있게 현장을 포착해 낸 장면들은 결국 영화를 편집할 때 소중한 소스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그리고 이 영화를 찍으면서 관찰과 주관이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어떻게 작용되는지를 많이 깨닫게 된 것 같다. 그건 누가 찍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듯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찍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대상과 사물이 다른 생명력을 갖게 된다는 사실 이었다. 나는 세번째 영화를 찍고서야 머리가 아닌 몸으로 그 사실을 체득하게 된것 같다.

 

3. 쇼킹패밀리/2006년

 <쇼킹패밀리>는 처음으로 스텝들과 작업을 한 작품이면서 처음으로 일부기는 하지만 제작지원을 받아 하게된 작품이다. 제작비를 위해 스텝들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고 함께 생활하고 함께 공부하면서 만들었던 작품이라 이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쇼킹패밀리>는 가족주의를 유쾌하게 비판하고 싶다는 출발이었지만 역시 가족문제는 사적이었고 예민한 이야기인지라 어떻게 찍고 담아낼 것인지가 관건 이었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듯이 ,다른 가족사와 비슷하지만 다른, 각각의 복잡한 이야기를 영화속에 어떻게 녹여 낼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그래서 영화속에서도 다르지만 비슷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시선이 필요했다. 일단 제작진을 포함해 가까운 곳에서부터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수집해야 겠다고 생각 했고 영화가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촬영은 일관된 컨셉보다는 다양한 시선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수집하기로 했다. 카메라를 처음 잡아보는 조연출에게 카메라를 가르쳐서 찍게 하고 딸 수림이가 찍은 셀카나 스텝들이 찍은 셀카 등 촬영본에 원칙을 두지 않았다. 거칠지만 생생한 현장이 중요했고 다른 시선들이 많을 수록 좋았다. 주인공도 처음엔 세명이 아니었다. 사양한 사례로 생각한 인물은 5명정도 됐는데 결국 사적인 이야기가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 했던 두 명이 막판에 빠지면서 결국 3명을 중심으로 한 영화가 됐다. 영화에서 빠진 두명의 주인공은 내내 아쉬움이 남는다. 한사람은 동성애와 관련이 있었고 한사람은 매춘을 하면서 집안을 먹여 살렸던 사람이었다. 아마 그 두사람이 영화에 나왔다면 쇼킹패밀리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현실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항력의 결과는 매번 영화를 찍을때마다 반복된다. 그리고 그것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한계이면서도 묘미라는 생각을 한다. 덕분에 영화를 찍으면서 밀어부쳐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에 대한 판단이 빠를 수록 좋다는 것을 배운 것 같다.

 

4. 레드마리아/2011년 

 <레드마리아>는 여성의 몸과 노동이라는 주제로 기존의 노동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여성에 대한 문제는 잘사는 나라에서도 가난한 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목민처럼 이동하는 여성들의 경로와 함께 국가나 가족이라는 틀로 해결되지 않는 이야기를 한 눈에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그리고 그 차별의 시작이 바로  여성의 몸 특히 배로부터 시작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 일본 필리핀 세나라의 여성들을 찍기로 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나열해 보고 싶었다. 그 나열된 다양한 경험과 직종의 여성들이 결국 하나의 몸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를 한다면 노동에 대한 차별이 바로 여성에 대한 차별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많은 출연진을 생각했기에 그들을 공통적으로 엮어줄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들의 일상과 배,그리고 얼굴을 사진으로 담기로 했다. 촬영 포인트는 각기 다른 세나라의 환경적인 조건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공기를 담아내는 문제였던 것 같다. 일본의 이치무라는 노숙자지만 가장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풀샷을 많이 사용했고, 필리핀의 그레이스는 가난하지만 남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 대화 장면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그렇게 신경을 썼음에도 주인공이 10명이다보니 촬영에 집중된 시간이 주인공에 따라 개별적인 차이가 생겼고 역시 불가항력의 현실적 문제들이 생겨  촬영 소스가 균질하지 못했다. 특히 평택의 성노동자들을 찍을때는 성매매특별법으로 단속이 심해져 카메라로 현장을 많이 담아낼 수가 없었다. 내내 아쉬움이 컸던 부분이다. 하지만 결국 아쉬움이 다음 영화를 고민하게 하는 출발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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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2014. 9. 18. 00:46

영화를 만들면서 중요하게 느꼈던 지점

 

 

나는 영화를 늦게 시작했다. 학생운동을 거쳐 노동운동을 하면서 늘 대의에 가려진 팩트에 아쉬움과 답답함이 많았었다. 조직과 대의, 집단과 개인 사이에서 운동이 해 낼 수 있는 것들과 놓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 글로써 많이 풀었고 해서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슴에 안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너무 앞서 갔고 늘 관념적이 되었다.나에게는 운동과는 다른 현장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영화는 그런 나에게 새로운 현장이 되어주었고 나는 운동이 놓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매료가 되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뒤늦게 뛰어든 영화는 드라마 같은 세상을 구체적인 현실로 경험하게 해주는 삶의 또 다른 시간이었다. 평소 게으르고 무지한데다 빈둥거리는 걸 좋아하는 나는 그 시간들을 통해 가장 치열한 고민을 하고 가장 생생한 공부를 했다. 무엇보다도 세상을 사는  다양한 즐거움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보고싶은 현장을 통해 내가 무엇에 더 관심이 있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많이 명쾌해 졌다.

 

처음 <민들레>를 만들면서는 사실 운동에 대한 대의적 미련들이 많이 혼재했던 시기였다. 내가 만드는 영화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많이 고민했었고 창작과 운동사이에서 감독의 포지션이나 시선에 대한 내부적 충돌이 많았던 시기였다. 소박하게 인권영화를 만들겠다는 마음만 컸지 영화가 스스로 말하게 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이다. 더구나 죽은 자식들 앞에 무서움이 없는 유가협의 부모님들과 그분들에게 사회가 부여해주는 도덕적 권력앞에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제대로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그건 마치 내가 운동의 대의가 놓치는 것들을 영화를 통해 다시한번 경험하게 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운동과 영화의 애매한 줄다리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되었고 나름 다른방식으로 현장과 영화가 연결되는 방식을 도모했던 것 같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영화적 형식과 내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한 것 같다. 물론 늘 부족했고 늘 시도만 했던 것 같기는 하다.위에 언급한 다섯편의 영화는 그런 고민들의 결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하지만 영화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왜 이렇게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왜 세상은 이리도 답답한 것일까. 왜 진보운동은 진보하지 않는 것일까 등등의 질문들은 내영화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던게 사실이니 말이다. 때론 가족주의에 대한 질문이 때론 애국주의나 국가주의에 대한 질문들이 늘 나를 창작의 불길로 이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내 영화는 사람이 많고 질문이 많고 여러개의 결들이 겹쳐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하다보니 그리됐고 뒤돌아보니 내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구나 알게된 사실이긴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단순화된 도식을 많이 싫어하는 것 같다. 그런면들이 자연스럽게 인간을 단순화시키는 생각이나 범주들을 파고들게 만드는 것 같고.

 

하지만 영화라는 세계는 너무 광활하고 담아야 할 이야기들은 넘쳐난다. 여전히 새 술이 필요하고 새 부대도 다시 필요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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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정보2014. 9. 1. 18:52

제공 인디스페이스 http://indiespace.tistory.com/1980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③] 경순 감독 

다큐멘터리내가 보고 싶은 세상을 살기 위한 길” 

통념에 대한 저항과 대안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영화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새로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투쟁과 운동으로서의 기록을 넘어서서 감독의 성찰과 고민을 담아내는 예술로서의 영화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바탕에는 오랜 시간, 꾸준하게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감독들의 노력이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 비해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인정과 회고, 비평은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오랜 시간 묵묵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온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작품들을 다시 봄으로써, 한국 다큐멘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비평의 영역을 발굴하며 한국의 다큐멘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경순 감독은 최하동하 감독과 함께 독립다큐 제작 집단 “빨간눈사람”을 결성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서 진행한 농성을 다룬 <민들레>(1999), 한국 사회에 만연한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기록인 <애국자 게임>(2001)을 “빨간눈사람”의 이름으로 제작했습니다. 이후, <민들레>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활동과 내부적 문제점들을 다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 세 여성의 삶과 시선을 통해 한국의 가족주의를 신랄히 비판하는 <쇼킹 패밀리>(2006), 필리핀과 일본, 한국 세 나라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를 묻는 <레드마리아>(2011)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빨간눈사람”시절부터 현재까지 경순 감독의 작품들이 보여주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민족주의”, “가족주의”, “여성에 대한 인식” 같은 사회 통념들에 대한 거침없는 질문과 비판입니다. 15년이 훌쩍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말처럼 작품을 한다는 것이 “내가 보고 싶은 세상을 살기 위한 길” 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경순 감독님이 직접 선정하신 네 편의 작품- <민들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쇼킹 패밀리>, <레드마리아>를 함께 볼 예정입니다. 9월 29일 월요일 <레드마리아>상영 후 진행되는 대담회에서는 경순감독과 함께 변성찬 영화 평론가,<독립의 조건> 김보람 감독님을 모시고 지속적으로 사회의 통념들을 깨는 이야기들을 해 오실 수 있었던 내적 동력, 최근 여성이라는 소재로 집중하고 계신 이유, <애국자 게임>이후 이어져오는 다양한 형식적 시도 등 경순 감독님의 작품세계에 대한 여러 고민과 질문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

● 일시 : 9월 15일(월) 18:00 <민들레> | 20:0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9월 29일(월) 18:00 <쇼킹 패밀리> | 20:00 <레드 마리아> + 대담

● 대담회 참석자: 경순 감독, 변성찬 영화평론가(모더레이터), 김보람(패널, <독립의 조건> 감독)

● 장소 :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입장료 : 6,000원 (인디스페이스 후원회원/멤버십 무료입장)

● 주최/주관 : 신다모(신나는 다큐모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민들레 Mindullae 

경순, 최하동하 |1999 | 60분


한국의 근현대사는 많은 굴곡을 겪으며 이어져 왔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노동인권을 외치다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 이들도 있고, 민주쟁취, 독재타도를 외치며 분신한 학생들도 있다. 이처럼 민주화를 위한 투쟁 속에서 희생된 죽음의 역사는 한국의 지난한 민주화의 과정만큼이나 길다 죽은 이들의 가족은 1986년"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약칭 유가협)를 결성하였다. 그들은 자식들의 명예회복과 이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고, 이제는 자식들에 못지 않은 투사가 되었다. 인권 대통령이길 희망하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겨울 그들은 "희생자 명예 회복"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각 당사를 찾아다니며 집회를 하고, 농성장을 찾아오는 이들을 대접하고, 하루의 투쟁을 정리하는 회의등..... 농성이 길어지면서 농성장의 생활도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크고 작은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부모님들간의 갈등도 생겨났다. 좁은 농성장 안에서 부대끼는 여러 가지 일상사들도 결국은 죽은 자들의 부모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98년이 다가기 전에 끝날 것 같던 농성은 1년이 넘게 지속되고...마침내 농성 419일째 되던 1999년 12월 28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영화는 바로 그들의 투쟁에 관한 기록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What Do People Live For

경순 | 2003 | 111분


유가족들의 422일간의 투쟁으로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한시적으로 설립됐다. 그 위원회에 죽은자들의 동지였던 민간조사관들과 군,경찰,기무사,국정원에서 파견된 공무원 출신 조사관들이 함께 일을 한다.그들의 목표는 진상규명이지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은 여러 가지다. 미비한 권한과 높은 대의 그리고 그속에 준비되지 않는 사람들의 갈등과 모순.위원회는 바로 우리시대의 얼굴이다. 



쇼킹 패밀리  Shocking Family

경순 | 2006 | 111분


가족은 늘 개인의 존재를 망각한다. 국가는 자주 그 '가족'을 이용한다. 

그리고 개인은 종종 국가와 가족의 이름으로 자신의 존재를 상실한다. 이런 가족 안에서 오늘도 힘겨루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20대 세영, 30대 경은, 40대 경순과 혈연 중심의 한국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미국입양아 빈센트의 성장 이야기.



레드마리아  Red Maria

경순 | 2011 | 98분


한국, 일본, 필리핀에는 다양한 직업과 역사를 지닌 많은 여성들이 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들 중에서 가사 노동자, 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위안부 등으로 불리는 여성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메라는 그녀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그녀들은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그들의 일상적 삶의 모습은 제각기 달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한 가지 공통점에 의해 국경을 넘어 서로 연결되고 있다. 그들의 몸과 노동이 그것이다. 어떻게 서로 다른 노동이 그토록 비슷한 방식으로 ‘몸’에 연결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우리는 또 다른 질문과 마주치게 된다. 사회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의 ‘노동의 의미’가 그것이다.




경순


Filmography

1999 <민들레 MINDULLAE-Dandelion> DV Cam, 60min.
2001 <애국자게임 Patriot Game> DV Cam, 90min. 
200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What Do People Live For]> DV Cam, 111min. 
2006 <쇼킹 패밀리 Shocking Family> DV Cam , color, 111min.
2011 <잼다큐 강정Jam Docu  KANGJUNG>HD,COLOR,104min
2011 <레드마리아 Red Maria> HD, color, 98min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5. 9. 11:17

몇일전 아는 선배와 술자리를 했다.

평소 영화를 즐겨하지 않던 그 선배는 우연히 나를 만나 레드마리아를 보았었다.

보고나서 감상평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 정말 오랜만에 그 선배와 술자리를 했던 것인데

우연히 레드마리아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선배의 말은 사실 영화를 본 후 후유증이 좀 오래갔다고 한다.

뭔지 모르겠는데 계속 머리에 맴돌아 결국은 와이프에게 상상마당에서 상영을 하니

동네 아주머님들과 가서 한번 보라고 했단다.

그리고 영화가 어땠냐고 물었더니만 아주머님들이 영화를 보며 펑평 울었다고 했다며

자기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그것이 여성에게는 보였던 모양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여성에게 다 보이는 건 아니야.여성들이 보고싶지 않은 이야기가 의외로 많고

그래서 레드마리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했다.

선배가 다시 말했다.

오히려 우리가 아는게 많아서 보지 못하는거 같다고. 그랬던거 갔다고...

나는 남자사람인 선배가 그런 고민을 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것이 너무나 좋았다.


가끔 아주 가끔.... 듣고 싶은 이야기는 그렇게 우연히 아주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나오고

그 작은 이야기가 조용히 나에게 힘을 준다.

그래서 선배에게 말했다.

나 말이야 레드마리아 2 준비하고 있어.

그 영화는 머리아프지 않고 명쾌할거야.

그 말을 하고나니 언젠가 기획안의 초안을 쓰며 보여주었던 한 친구가 생각났다.


난 잘 모르겠어.그냥 몇일간 머리가 아퍼 죽는줄 알았다니까... 

하긴 그친구는 쇼킹패밀리 때도 레드마리아 때도 늘 그런말을 하긴했다.

근데 왜 자꾸 그 친구에게 보여주는건지...ㅎ

친구란 참 묘한 것이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늘 지지해 준다는걸 알기때문인지도.

우자지간 그렇게 슬금 슬금 레드마리아 두번째 이야기가 꿈틀거린다.


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2. 12. 3. 17:16

경은이는 레드마리아의 사진을 찍어준 친구이자 쇼킹패밀리의 주인공중 한명이다.

그녀의 사진들은 그녀의 고민과 사색 그리고 고통과 평화와 따뜻함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시선은 태어난 그대로의 여자이며 살아내 온 여성의 시선이라는 것.

매번 그녀의 성장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녀의 멋진 사진전과 하루빨리 마주할 날을 기다리며.... 


아래는 월간 사진에서 퍼온 글이다.

경은이는 KT&G상상마당의 한국 사진가 지원프로그램인 스코프(SKOPF)에서 70명의 지원자 중에서 

2차 지원작가 3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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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여행일기2012. 12. 2. 01:19

전화벨소리를 듣고 잠이 깼다.

시간을 보니 오전 7시 30쯤…계속 잘거라고 인사를 하고는 다시 디비잤다.

불현듯 잠결에 이곳이 모텔이라는게 다시 생각이 났다.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었다.

얼추 12시즈음 청량리행 기차가 있다는 생각이 나서 서두르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일주일 사이로 계속 모텔에서 자고 있다.

지난주 해운대에 있는 모텔도 그렇더니

여기도 밖을 내다보기가 힘들다.

어제저녁 모텔에 들어와 담배를 물고 창문을 여는데

바로 옆건물도 모텔인지 신기하게도 건너편 건물의 신음소리가

창문너머로 들린다.

그래 모텔에서는 이런걸 해야지…하고

창문을 냅다 닫고는 TV를 켰다.

혹시 야한영화라도 기대했건만 대뜸

그제 서독제에서 잠시 본 익준이가 나온다.

케이블에서 영화’똥파리’를 상영하고 있었다.

할일도 없고 술도없이 맹숭맹숭…결국 끝까지 보고는 새벽세시가 넘어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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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여행일기2012. 9. 11. 14:33

영화를 제작할 때 특히나 편집을 하는동안 나는 운동을 많이 즐기는 편이다. 

민들레를 만들때는 등산과 수영을 즐겼고 애국자게임을 만들때는 조깅을 즐겼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만들때는 스키를 즐겼다. 

그리고 쇼킹패밀리를 만들때는 실내암벽을 시작했다가 레드마리아를 시작하면서 암벽등반을 더 이상 즐기지 못했다. 

겨우 초보딱지를 면치 못했던 암벽등반은 내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었는데 

이번 프랑스의 샹후스를 선택했던건 등산과 암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때문이었다. 

게다가 산악리더인 그레구와는 심지어 전문가가 아니던가.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