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여성다큐 <레드마리아>

고정갑희 교수와 함께 한 '여성학개론 2탄'

 

 

 

05/02 (일) 20:00  @아트하우스 모모

진행: 황혜림 프로그래머 (<레드마리아> 배급위원장)

참석: 고정갑희 교수(한신대학교 영문과 교수 / <성이론> 저자 & <레드마리아> 제작위원)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연일 다양하고 화려한 게스트들과 깊이있는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본격여성다큐 <레드마리아>! 이 날은 <성이론>의 저자이자 제작위원이신 고정갑희 교수님과 함께 <레드마리아>를 교재로 하는 본격 여성학 강의 두번째 시간을 가졌답니다:D 성노동자 지지활동을 하셨던 고정갑희 교수님이신 만큼 '성노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까지 엿볼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는데요, 그 현장을 지금 전해드립니다!

 

 

 

 

▲ 왼쪽부터 경순 감독, 고정갑희 교수, 황혜림 프로그래머

 

 

 

 

 

 

황혜림 프로그래머:
<레드마리아>에는 많은 제작위원님들이 계시고, 대부분 경순 감독님에게 엮였다는 표현을 많이 쓰시던데 (웃음) 고정갑희 선생님은 어떻게 제작위원이 되셨나요.

 

 

고정갑희 교수:
저도 엮인거죠 (웃음) 먼저 여성영화제에서 엮였고, 그 이후에 경순 감독님이 <레드마리아>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오셨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제가 “해라”고 얘기했죠. (웃음)

 

 

경순 감독:
‘성노동’이라는 말은 저한테도 생경하고 당황스러운 단어였기 때문에, 제 스스로 그 단어를 좀 민망해 하는게 부끄럽더라구요. 그 때부터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레드마리아>를 기획할 때 중요한 화두였던 몸과 노동에 대해서도 성노동을 불편해하고 거기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그 지점에서 시작해야 많은 이야기가 풀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성노동자들을 찾아갔고, 거기서 만난 고정갑희 선생님을 제가 찍었죠 (웃음) 선생님이 성노동과 관련해서 많은 이론서와 많은 토론을 하셨고, 성노동자를 지지하는 대표주자로 나서셨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켜보는게 저한테 굉장히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그리고 그 와중에 아 이분도 당연히 제작위원을 해주셔야겠다, 당연히. (웃음)

 

 

 

 

 

 

▲ 고정갑희 교수 (한신대학교 영문과 교수, <성이론> 저자, <레드마리아> 제작위원)

 

 

 

 

고정갑희 교수:
저는 2004년 당시 9.23 성특법이 시행되던 시점, 그리고 그 이전부터 불편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 이게 '노동'인데 왜 노동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하는 부분 하나와 그런 지점에서 어떻게 이 운동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지점에서 이 문제를 피하지만 말고 여성이론이라는 데서 같이 얘기하고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경순 감독:
전작 <쇼킹패밀리>를 끝내고 자본주의 안의 가부장과 맛물려 있는 지점들을 좀 더 파고들고 싶다, 그게 뭘까 하는 고민을 했고, 시작이 된게 여성의 노동에 대한 노동이었어요. 그리고 그 출발은 일단 남자하고 다른 여성의 몸으로부터,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일들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고민을 했엇죠.

 

이야기를 아시아로 확장하게 된 것은 전작 <쇼킹패밀리>를 일본에서 상영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경제대국이라고 하는 일본의 여성관객들이 <쇼킹패밀리>를 보면서 왜 이렇게 공감하고 좋아할까 하고 여쭤보기 시작했는데, 그 분들이 갖고 있는 삶의 틀이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는거죠. 예를들면 똑같이 '밥'으로부터 출발해서 '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밖에 나가서 일하면서도 집에 가서는 밥을 해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밥을 해야하고 이렇게 얽혀있는 틀이라는게 잘사는거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더라구요. 우리가 여성의 권리를 부르짖은지 100년이 지났지만 무엇이 바뀌었나.  이 자본주의가 굉장히 고도로 발달했지만 여성에게는 관심이 없구나 하는 것들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국가경제수준과는 상관없이 같이 얽혀있는 여성들을 같이 다뤄야 되겠구나 생각을 넓혔죠.

 

‘성노동’은 제 고민을 촉발시키는 역할을 했어요. 제가 여성의 몸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을 때- 예를들면 출산이나, 여성의 몸에 대해 가해지는 윤리들이 우리가 선택하는 직업과 일에 얽혀있다는 것을 성노동에 대해 고민하면서 같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 축의 위안부 할머니와 또 다른 한 축의 부클로드의 성매매 여성들이 어쩌면 여성의 노동의 끝과 끝을 지탱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거죠. 그래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을 한번에 꿰야지만 우리가 한꺼번에 이 문제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서, 애초에 기획부터 주인공들을 많이 잡았었구요. 사실은 그나마 등장인물이 줄은겁니다 (웃음)

 

 

 

 

 

 

 

 

 

 

 

 

관객:
얼마전 개그맨 김구라씨가 몇 년전 위안부 할머님들을 창녀에 비유했었던 발언이 불거져 연예계 은퇴를 할 정도로 떠들썩했는데요,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성적으로 침략을 당한 여성과 자발적으로 몸을 파는 타락한 여성만의 이분법이 굉장히 뚜렷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화가 이런식으로 위안부 피해 여성과 성노동 여성을 같은 축에 놓은 것이, 영화를 보는 일반 관객에게 반발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정말 과감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경순 감독:
이전에 이승연씨 사건도 있었지만, 저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예전부터 답답하고 화가 났던 부분이 있어요. 김구라씨의 그런 수준의 생각에도 굉장히 화가 나지만 한편으로는 또 과연 우리는 제대로 할머니들에게 귀를 기울이려고 했었던가 하는 부분에서 많이 화가 나요. 예를들면 전쟁으로 인해 여성이 침탈을 당하고 고통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1차 책임을 일본이라고 한다면, 사실 이렇게 피해를 당한 할머니들이 그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영화에 나오는 말라야 롤라스 할머니들은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과는 다르게 하룻밤에 단체로 강간을 당하신 경우인데도 말하는 데 50년의 세월이 걸렸거든요. 할머니들이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건 단지 일본때문인가. 아니라는거에요. 우리들이 갖고 있는 어떤 시선과 편견들 때문에 그것이 두려워서 말을 못한거죠. 이런 2차 가해에서 과연 우리만 쏙 빠지고 뭐가 자꾸 일본만 거론하고, 뭔가 일이 생겼을 때 대의적으로만 분위기를 이렇게 몰아가고. 항상 우리는 빠져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정갑희 교수:
이 영화가 어떻게 보면 폭넓게 제시하고 있는게 있어요. 저는 일단 ‘성노동' 이라고 하면 성적 노동, 우리 사회에서 성노동자와 관련하여 주로 생각하는 '섹스워크로서의 '성노동'도 있지만 저는 그보다 더 포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 ’성노동‘이라는 단어가 섹스워크뿐만 아니라 '젠더워크'라고 할 수 있는, 남성과 다르게 여성에게 ’성별화된 노동‘ 이런 것들도 성적인 노동이고 성노동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성별화된 노동 안에는 가사노동같은 것도 같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
저는 여잔데 외모나 목소리가 약간 이래서 (웃음) 제가 대학 1학년 때 친구들과 술먹고 천호동을 지나가다가 천호동 집창촌을 지나가는데 저를 부르는거에요. 순간 너무 호기심이 생겨서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거기를 들어갔어요. 너무 떨렸는데, 제가 목소리도 허스키하고 이러니까 거기 언니가 속으신거에요. 그래서 방에 들어가서 얘기를 했어요. 너무 미안한데 정말 궁금해서 들어왔다고. '성노동' 자체가 교수님 말씀처럼 포괄적으로 볼 수도 있는 문제지만, 그 분은 정말 좀 집안도 너무 어렵고 계속되는 가난과, 좋은 대학을 다녔어도 대학 등록금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대요. 본인 말로는 자기는 자본주의의 피해자로서 이 일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하시더라구요. 그걸 계기로 저는 성노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성노동이 그렇게 볼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고정갑희 교수:
섹스워커라고 하는 성노동자는 꼭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이나 트랜스젠더와 같이 다양하게 있지만, 사회적으로 드러나는건 여성이고 집창촌인데, 많은 수의 여성들이 성노동을 한다라고 하면 이유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거에요. 그렇지만 그 중에 경제적인 이유가 없을 수가 없고 크게 작동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성노동이 아니라도 돈이 필요하면 알바든 뭐든 해야하는 것처럼 성노동도 빈곤, 가난 이런 것들이 그 노동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정갑희 교수:
<레드마리아>는 일단 발로 뛴 영화라고 생각해요. 발로 뛰어서, 일본이든 필리핀이든 한국이든 왔다갔다 하면서 만든 영화여서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보면서 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나오고 감독은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일까 고민을 했는데, 어떤 연대지점들이 있구나, 그런데 그게 꼭 하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면 ‘배', 뭐 이런식이 아니라 굉장히 여러 가지가 깔려있는 그러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황혜림 프로그래머:
사실 <레드마리아>는 4년, 5년이 걸려서 완성된 영화이고, 365일 얘기해도 모자랄지 모르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이 영화가 자본주의라는, 평소 잘 생각하지 않고 살지만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안에서 잘 살고 싶은데 잘 살기 어려워하고 헤매고 있는 ‘나’와 아주 가까운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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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마리아 Red Maria

2011┃HD┃98min┃Documentary┃color┃16:9┃Dolby 5.12012.04.26 개봉!

 

 

SYNOPSIS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만난 레드마리아, 

 

당찬 그녀들의 거침 없는 생활사!

 

 

나(감독)는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

 

결혼 10년 만에 친정을 방문한 이주 여성 제나린,

50년이 지나서야 진실을 밝힐 용기를 얻었다는 위안부 할머니 리타,

열여섯 어린 나이에 아빠 없는 딸을 낳은 성 노동자 클롯,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종희,

일하지 않을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는 도쿄 홈리스 이치무라,

24시간 일하는 가사 노동자는 물론, 철거 위기에 놓인 빈민 지역 여성들까지.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한 가지 질문에 도달했다.

어떻게 서로 다른 노동이 그토록 비슷한 방식으로 ‘몸’에 연결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작정하고 그녀들의 ‘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주름지고 짓무른,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그 ‘배’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Contact

 

Facebook.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redkyungsoon


Twitter.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redkyungsoon
           시네마 달 
@cinemadal

 

Blog. http://redmaria.tistory.com/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