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리뷰2013. 4. 3. 10:25

레드마리아 (경순, 2011)[2012.08.14]

레드마리아 (경순, 2011)

동시대를 사는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하나의 범주 안에서 기록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다만 가장 구체적인 삶의 조건으로 내려가서, 이 여성들이 공유하는 어떤 지점들, 즉, 전지구적 자본주의를 사는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그리고 그 노동과 분리될 수 없는 몸에 대해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때 그 몸의 상처, 고통, 활동, 그러니까 그 몸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우리는 아마도 그간 남성들의 시선, 언어에서 누락된 아시아 여성들 각각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완결적이지 않고 통합적이지 않으며 파편적이고 희미하지만, 오직 정서적이고 경험적인 연대로 가지를 뻗어가는 아시아 여성들의 지도. 아마도 경순 감독의 <레드마리아>는 그 지도의 첫 장이 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일본, 그리고 필리핀을 오가며 감독은 많은 여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일상과 그 일상을 꾸려가기 위한 그들의 노동과 그 일상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시작한 그들의 저항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는 엄마이기도 하고, 성노동자이기도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하고, 위안부 여성이기도 하고, 이주민 여성이기도 한 이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공통된 지점들로 엮어내면서도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이들 사이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차이들을 발견한다. 이를테면 한국과 일본의 파견 노동자들이 기업들의 해고에 맞서 어떤 투쟁을 하고 있는지, 한국과 필리핀의 성노동자들이 사회의 편견에 맞서 어떤 식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생존을 꾸려 가는지 이어서 보여주는 식이다. 여기에 영화는 특별한 설명을 덧붙여 각 국가의 여성들이 당면한 현실을 분석하고 비교하는 대신, 그저 그들의 세계 각각을 오갈 뿐인데, 그 과정에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쟁점을 만들어낸다. 요컨대, 오래 전 일본 군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강간을 당했던, 지금은 노인이 된 필리핀 여성들 중 한 명이 현실의 성노동자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그들을 ‘여성의 권리’ 안에서 망설임 없이 받아들일 때, 두 집단은 시스템의 폭력 안에서 자신들의 몸-경험, 혹은 몸-역사로 교집합을 발견하고 끌어안는 법을 터득한다. 그것은 그 어떤 지식인 페미니스트들의 주장보다 급진적이다. 혹은 영화가 유사한 상황에 처한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을 오갈 때, 우리는 그 유사한 상황 속에서도 계급, 섹슈얼리티, 민족 등의 차이가 빚어내는 다른 삶의 조건들을 보게 되고, 단순히 여성이라는 범주로 포괄할 수 없는, 그 안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착취와 피착취의 무수한 권력관계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도입부와 끝에서 감독은 자신이 만난 수많은 여성들의 배를 얼굴 없이 찍었다. 늘어지고, 터지고, 불룩한, 각양각색의 형상을 한 신체의 기관, 아니, 여성의 개별 과거를 고스란히 담은 흔적이자, 지금도 살아 숨쉬는 활동으로서 어쩌면 가장 숭고하고 가장 추한, 그리하여 어쩌면 가장 논쟁적인 여성 몸의 일부, 아니 전체. 거기, 얼굴이 잘린 이 배들은 이상하게도 대상으로서의 신체 일부가 아닌, 그 자체로 충만한 세계로 느껴진다. <레드마리아>는 무언가 메시지를 역설하거나 어떤 답의 뿌리를 찾기 위해 각국의 여성들의 삶을 모아 깊게 들어가는 대신, 서로를 서로의 질문으로 만들어 즐겁게 펼쳐가며 스스로 네트워크가 되려는 영화다. 무엇보다 이 여성들이 붙잡은 삶의 의지를 기꺼이 끌어안고, 그들의 친구로서,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그 삶들이 마주한 세계들을 바라보려는 영화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아직, 시작이다.

/ 글: 남다은(영화평론가)

원문출처 http://www.kmdb.or.kr/docu/board/choice_list.asp?seq=1133&GotoPage=1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3. 28. 18:31

머리속에만 빙글빙글 있던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니 남은건 책밖에 없네.

10일간 20여권의 책을 사서 공부를 한거 같다.

어떤책은 사고보니 이미 가지고 있는 책도 있었고

어떤책은 한페이지를 위해서 보기도 했고

어떤책은 서문만 읽은 것도 있다.

그래도 기획안을 써내려가는데 충분히 근거가 되준 책들이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치 영화 한편을 벌써 다 만든것처럼 진이 빠지고 조금 허탈하다.

결국은 제작비를 위해 써내려간 이야기고

그 이야기들은 본격적인 촬영을 하면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로

변신을 하겠지만 일단은 마음이 다르다.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그 출발점에 서있는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

이제부터 좀 더 차분하게 다시 사다놓은 책들을 들여다 봐야겠다.





Posted by 빨간경순
기사와 리뷰2012. 12. 27. 15:22

이번달 초에 여성국제연대행동네트워크에서 레드마리아 상영이 있었다.

그 모임에 주도적인 참여자 중 하나인 쥬드가 영화가 참 좋았다고 하길래

리뷰로 보답하라고 했더니만 글을 보내왔다.

리뷰에 대한 피드백을 해달라고 하기에 그랬다.

나는 내영화를 보고 쓴 어떤종류의 글이든 비평이든 다시 비평하지 않는다가 원칙이라고.^^

 

어디 블러그에 올려진 글도 아니기에 하두 고마워서

내 블러그에 올리겠다고 허락을 받았다.

  

영화 시작 , 붉은 흘림체로 씌어진 제목, 레드 마리아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일반적으로 마리아는 항상 결혼식장에 순수하오라고 광고하며 들어가야 하는 신부들의 하얀 드레스와 같이 백색의 뽀얀 이미지다. 정상적인 성교도 없이 아이를 잉태했으니, 오죽이나 하얗고 순수 하실까. 앞에 피처럼 흘러내리는 글씨체로 레드를 붙여 놓았으니, 감독의 익살스러움에 웃음이 난다. 크리스테바의(Julia Kristeva) 책에 자주 등장하는 비체(abstract), 주체를 비체로 구성하기 위해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고름, , 토사물, 배변 등이다. 감독은 피의 색을 통해, 백색인 마리아를 비체의 영역으로 끌어들이진 않았더라도, 신화적 순수함을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렸음은 분명하다.

레드 마리아는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살고 있는 적지 않은 여성들의 삶을 98 안에 숨차게 보여준다. 그러나 들쭉날쭉 끼워 맞춰진 그녀들의 삶은 놀랍게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영화는 한국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현장을 화면에 담는다. 이들은 가정에서 어머니, 부인, 며느리의 역할 외에 사회에서 정규직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다. 가부장적인 냄새가 물씬 배어있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이들은 누군가가제대로살기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존재이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여성 노동자의 부당한 현실은 일본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예고 없이 해고당한 사토의 투쟁과 일본사회 내에서 이루 말할 없는 부당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재일 조선인 순자, 사회복지사 직업의 고단함을 보여준다. 화면 그녀의 노동이 매우 고달프게 조명되고 있진 않지만, 그녀의 월급이 자막으로 제공될 , 우리는 급작스럽게 그녀가 하는 노동의 고단함을 체험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사회에서 그래도 여성의 노동으로 인정해 주는 부류를 보여준 , 영화는 굳건한 가부장이 종교 또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여성에게 이중 잣대를 드리우고 있는 노동자 삶을 보여준다. 카톨릭의 막대한 영향력이 곳곳에 미치고 있는 필리핀에서 마리아는 여성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사회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주점에 나가 노동을 해야 하는 여성들의 죄책감은 고단한 그녀들의 육체적 고통 위에 남성중심적인 종교가선사하는 다른 정신적 노동이다. 이들은 그들 사회에서 모든 이들에게 존경 받는 마리아가 되기는 틀린 것이다. 1970년대 한국의 외화벌이를 위해 군사 독재자 박정희가 적극적으로 나서 설립한 홍등가가 당시 100군데가 넘었다. 이들은 외화벌이의역군으로 칭해지며, 때론 미군으로부터현모양처들을 지키기 위한 보호막이 되고, 일본인들의 유흥을 돋구기 위한 노리갯감이 되었다. 사회 필요악이라는 명분으로 전체 GDP 1~2% 차지하는 성산업에 여성들을 대거 유입시키더니, 이제는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여 그들을 사회 구석에서조차 몰아내고 있다. 한국의 젊은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런 맥락에서 필리핀 여성들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영화는 이러한 사회에서 조차 인정하지 않는 여성의 노동, 가정 내에서의 노동을 비춘다. 소위 배운 한국 여성들이 기피하는 농촌, 곳엔 동남아시아 부인들이 있다. 하이힐을 신고 비료를 나르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녀도 농촌 일이 익숙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있다. 이상 한국여성들이 하지 않아 비워진 자리를 그녀들의 노동이 채워주고 있다. 무임금으로그녀의 노동은 그녀의 남편이 농사를 짓게 하고, 한국인들이 농산품을 소비하게 하는데, 무임금 보조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사회가 정해놓은 노동이라는 개념을 주체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노숙자 이치무라를 보여준다. 그녀는 일본사회가 그녀에게여성의로서 요구하고 있는 노동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요구하고 있는 노동도 모두 거부하며, 여성의 몸이 생산하는 노동 생리를 위한 노동만 참여한다. 그것은 바로 생리대 만들기이다. 그녀의 이러한 행위는 사회에서여성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다른 여성들에게 위협적이다. 이러한 위협은 일하는 여성들의 모임에서 발언한 여성들의 속에서 읽을 있다. 그러나 사회 속에서, 여성으로 느끼는 그녀의 절망감이 무노동으로 발현되고 있음을 느낀 참가자들은, 그녀의 행동을 용감한 행위로 칭하며 남편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희생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영화는 가부장적인 사회가 여성에게 내어 주긴 했지만, 온전히 주지 않은노동자의 자리 비정규직 투쟁으로, 사회가 남성을 위해 허가한 성산업을 사회 뒷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의 비가시적노동으로, 가정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의 노동을 무임금 노동으로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사회가 부당하게 여성에게 지우고 있는 가시적, 비가지석 노동을 모두 거부하는 삶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이렇듯, 여성에게 사회가 부가하고 있는 다층의 노동 개념을 현장에서, 그녀들의 목소리와 행위, 투쟁을 통해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사회 여성의 역할에안주하며살고 계시는 그리고 나라의 여성지위가 세계 108 것에 분노 없이, 그저 비둘기처럼 구구 거리며 사회에 순응해 살고 계시는 많은 여성들에게 힘들고 불편한 영화 것이다. ? 고민해야 하니까? 그래, 감독의 말처럼, 영환 친절하지는 않다. 그러나 말은 해야겠다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Posted by 빨간경순

등록 : 2012.11.30 20:44수정 : 2012.12.02 10:42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만난 김연희씨는 자신의 ‘직업’이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아줘도 새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부탁으로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2. 11. 4. 20:57

우리 사회에는 수없이 많은 노동이 있다.하지만 임금을 받고 하는 노동과 임금을 받지 않는 노동이 분리되고 감정을 파는 노동과 팔지 않아도 되는 노동이 있고 인격을 유지시키며 할 수 있는 노동과 그렇지 못한 노동 등 수많은 노동이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분리되기도 하고 혼재되기도 해서 매우 복합적으로 복잡한 구조다. 그런데 그중 자신의 노동으로 자부심을 느낄만큼 스스로 가치있게 생각하는 노동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이 그 가치를 임금에 둔다든지 자신이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있다는 다소 착각에 가까운 자부심으로 노동의 의미를 확대포장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Posted by 빨간경순
기사와 리뷰2012. 5. 17. 17:57



[review] 리뷰원문보기 >>


출처: 하쿠나마타타♥ http://blog.naver.com/dudu1348







레드마리아,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










영화를 만나기 전,

 

영화를 만나기 전 ‘레드마리아’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 나는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를 생각했다.

죄 없는 사람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난 뒤에는 계운경 감독의 ‘언니’라는 영화를 생각했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 관심을 가졌고, 슬픈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면 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만난 후,

 

요요기 공원의 노숙하는 분이 ‘일은 절망이다.’ 라고 했을 때도 누군가 머리를 때렸고, 누군가 반박하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건 주변에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당신이 노숙자로 살아갈 수 있다.’ 고 했을 때도 ‘아’하고 뒷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이 영화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를 판단하고, 누가 나쁘고 누가 착하다는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라서 좋다라는 생각을 가장 처음 했다.

 

영화를 만나면서 왜 감독님은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보통사람들이 연민을 느끼고 동정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렸을까에 대한 기획의도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멘탈이 약한 나로써는 그들 모두가 나보다 힘든 사람이 아닌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 용감하고 대단한 사람들도 느껴졌다. 그래서 애석하게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시대가 어떻던, 상황이 어떻던간에 투쟁의 마음과 의지만을 가진 사람이 아닌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희망적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모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지언정, 마지막 비하인드 컷 장면처럼 걱정이 그렇게 많은 그녀가 웃을 수 있다는 것에 관객으로써 행복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계운경 감독의 ‘언니’라는 작품이다. 사실 우리학과에 강의를 나오셔서 ‘언니’라는 작품을 접하게 되었었다. 그 작품에서는 원하지 않으면서 성매매를 하는 성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대부분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그 영화에 그려진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성노동자의 전부였기에 레드마리아에 나오는 성노동자들의 성매매법 반대에 대한 시위나 데모를 이해할 수 없었다.

 





 

GV, 주인공을 만난뒤,

 

그래서 마련된 것이 아마 GV가 아니었을까싶다. GV를 하는 내내 무식하면 사람을 죽이고도 뻔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로 말하면 속이 조금 거북하기도 했다. 그건 아마 내가 모르던, 생각해보지 않은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일 것이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기 때문에 경순감독님의 또 다른 영화 제목인 ‘컬쳐 쇼크’처럼 쇼크 그 자체였다. GV내내 두 분께서는 우리를 불쌍히 생각하지 말라, 그 어떤 직업보다 만족도가 높다, 자존감이 높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런 두 분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참 많다고 느꼈다.

 

영화 속에서 일본여성은 이런 말을 한다. 일 을하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 행복할 줄 알았는데 행복하지 않다고.... 특히 취업을 앞둔 나로써.... 꿈에 대한 막연한 갈망에 두려움을 얹혀주셨다. 그리고 성노동자 한분이 동경하는 직업을 갖게 되어 꿈을 이뤘는데, 꿈을 이루고 보니 행복하지 않더라고 했다. 그 다음 차선의 꿈을 이뤘는데도 행복하지 않더라고 했다. 나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꿔워던 하나의 꿈이 있는데.... 내가 이 꿈을 이뤘을 때 행복하지 않으면 어떻하지? 그럼 나는 과감하게 돌아설 수 있을까? 내게 수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서 뜻깊었다. 비록 그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던 성노동자는 어떤 이미지였나? 나는 솔직히 말해 무식해서 성노동자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그리고 그 말이 내 귀에 익숙해지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왜 이런 말을 나두고 그동안 창녀 라는 말만 통용하고 썼는지 나의 무식함에 한탄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믿고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착각, 편견, 오만, 고정관념이다. 처음에 그들이 자기소개를 하며 ‘성노동자입니다.’라고 말했을 때부터 나에게는 쇼크였다. 그렇지만 지금, 이제 모든 걸 탁 튼 상태로 생각해보면 그들이 자기의 직업을 소개했는데 내가 구지 놀래야했던 이유는 뭘까라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하며, 추천!

 

사는 것이 고달프지 않다면... 우리가 언제 한번쯤 ‘남’의 고민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겠나? 하고 싶다고 해도... 우리가 보고 듣는 정보는 틀에 박힌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극히 제한된 사실 일뿐이지 않나? 그런 것들이 쌓여서 무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하려면 그건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어야한다. 그러기에 이 영화는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준다. 분명 뒷통수를 몇 번이고 맞을 지 모른다. 자신에게 수많은 물음을 던져야할 지 모른다. 그래서 머리가 아픈 건 영화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내가 몰랐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예술영화가 익숙한 사람에게 강추! 나처럼 멘탈이 약한 사람에게 강추 하는 영화 ‘레드마리아’였다!

 

 

ps, GV 시간이 초과되고... VIP룸에 다시모여 GV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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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마리아 Red Maria

2011┃HD┃98min┃Documentary┃color┃16:9┃Dolby 5.12012.04.26 개봉!

 

 

SYNOPSIS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만난 레드마리아, 

 

당찬 그녀들의 거침 없는 생활사!

 

 

나(감독)는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

 

결혼 10년 만에 친정을 방문한 이주 여성 제나린,

50년이 지나서야 진실을 밝힐 용기를 얻었다는 위안부 할머니 리타,

열여섯 어린 나이에 아빠 없는 딸을 낳은 성 노동자 클롯,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종희,

일하지 않을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는 도쿄 홈리스 이치무라,

24시간 일하는 가사 노동자는 물론, 철거 위기에 놓인 빈민 지역 여성들까지.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한 가지 질문에 도달했다.

어떻게 서로 다른 노동이 그토록 비슷한 방식으로 ‘몸’에 연결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작정하고 그녀들의 ‘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주름지고 짓무른,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그 ‘배’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Contact

 

Facebook.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redkyungsoon


Twitter.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redkyungsoon
           시네마 달 
@cinemadal

 

Blog. http://redmaria.tistory.com/

 

 

Posted by 빨간경순

 

 

본격여성다큐 <레드마리아>

성노동자권리모임'GG'와 함께 한

<레드마리아> 집중탐구: "나는 성노동자입니다"

 

 

 

05/09 (수) 20:00  @아트하우스 모모

진행: 황혜림 프로그래머 (<레드마리아> 배급위원장)

게스트: 연희 (성노동자 &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활동가)

             혜리 (성노동자 &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활동가)

             밀사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활동가)

참석: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레드마리아>의 주제별로 집중해서 탐구해보는 시간! 그 첫번째 주제는 바로 '성노동' 입니다. <레드마리아>에 나오는 수 많은 이야기중에서도 가장 논쟁적이고 민감한 주제인 '성노동'- 우리는 평택 집창촌에서 일하며 성노동자의 권리를 말하는 '희영'과 아빠 없는 아이를 누구보다 씩씩하게 키우고 있는 '클롯'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현직 성노동자이면서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에서 활동하고 계신 연희, 혜리님 그리고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활동가 밀사님과 함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함께 깊은 대화를 나눈 시간을 지금 전해드립니다.

 

 

 

 

 

▲ 왼쪽부터 경순 감독, 밀사, 연희, 혜리 

 

 

 

 

 

 

황혜림 프로그래머:
여러분들은 <레드마리아>를 어떻게 보셨나요.

 

 

혜리:
대사 하나일 뿐이지만 마음이 아팠던게, 영화에서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데 이 시급으로 괜찮겠어요”, ”이거밖에 할일이 없는데 어떡하겠어요”라고 하는 부분이었어요. 저도 혼자서 아이 두명을 키우고 있고 처음에 그런 부분에서 힘들었거든요.

 

 

연희:
저는 처음 <레드마리아>에 ‘성노동자’가 나온다고 알았을 때 솔직히 거부감이 들고 싫었어요. 그런데 그런 보통의 언론과는 시각이 다른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되게 신선했어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런 영화를 만들수도 있구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올 수도 있구나 싶어서.

 

보면서는 아무래도 (성노동자) '희영'씨가 많이 눈에 들어왔어요. 제가 활동하기 시작한 무렵에는 이미 민성노련이 와해가 된 상태였지만 많이 존경하는 분이구요.

 

 

밀사:
저는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영화라고 생각해요. 처음 볼 때는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는데도 압도된다는 느낌이었고, 그리고 점점 영화보면서 감정이입하는거 싫어하는데 (웃음) 아릿한 느낌도 있고, 그 와중에 아가들은 또 귀엽고, 계속 보고 싶은 영화에요.

 

 

 

 

 

 

 

 

 

경순 감독:
사실 주변에 내가 성노동자라고 밝힐 수 없게 하는 시선들이 있는데 어떠세요

 

 

혜리:
저는 현재의 친구들에게는 거의 성노동자라고 커밍아웃을 한 상태고 이해를 해주는데, 부모님이나 할머님 같은 친족에게는 연세도 있으시고 말씀을 드려도 이해도 못하시는 부분도 있고해서 말씀은 못드렸구요, 한번은 슬쩍 말씀을 드렸더니 “넌 뚱뚱하고 못생겨서 안돼”라고 하시더라구요 (웃음) 아이들 유치원에서도 다른일을 한다고 말씀드리죠.

 

그런데 그 외에 불편하거나 불행한건 없어요. 저는 이 일이 재밌고 좋고 또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성노동자'에 대해 생각하시는 이미지가 불행하고, 저학력에, 빚도 많고- 물론 빚은 많습니다 (웃음) 근데 그게 보통 사회생활 하는 분들도 평균 빚이 3,4천 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만큼은 아니구요. 생활도 전에 다른 직업으로 일했을 때보다 편하게 하고있고,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성노동자라고 밝히는데에 불편함은 없어요. 근데 다른분들이 불쌍하게 봐요. 얼마나 불행하고 못배우고 할게 없으면 아이까지 있으면서 저런일을 할까, 인생 막장이라고 보시고 (웃음) 그래서 그 분들이 보시는 만큼 저는 불행하거나 일에 대한 만족도가 낮거나 하지 않다는걸 알아주셨으면 하죠.

 

 

연희:
저는 사실 2009년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너무 싫었어요 제 자신이. 저도 20초까지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창녀, 할일없고 게으르고, 그런 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잇었기 때문에 제가 그 일을 하게 되었다는게 내가 사회 쓰레기가 되었구나 싶어서, 맨날 일 끝나고 술먹고 자고 술먹고. 몸도 안좋아지고. 처음에는 그렇게 자기파괴적인 행동과 생활을 했었죠. 그러다가 2009년 말쯤에 조금 생각이 변했어요. 생활이 급박한걸 조금씩 수습하면서 키우던 동물들에게 애착도 갖고 제 생활에 애정을 조금씩 갖게 되니 안정이 되면서, 일을 해서 먹고사는건 같은데 이게 왜 나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구요. 내가 당사자니까 합리화를 하는건가, 이런 생각은 나 혼자 하는건가 싶었던 때에 인터넷에서 처음으로 성노동관련해서 올라온 글을 봤어요. 이렇게 생각하는게 나말고도 있구나, 그리고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저는 부모님 친구 다 제가 하는 일을 알고 있는데, 이런 성노동권리운동을 하면서는 좀 더 스스로 당당해지고 즐거워진 것 같아요. 더 열심히 살려고 하고.

 

 

밀사:
저는 전부터 성노동에 대해 선입견은 없었는데, 2010년 말에 대학에서 여성학 교양을 듣게 됐었어요. 물론 많은 여성학 강사분들은 반성매매 입장이세요. 그런데 강의중에 본 영상물에서 '탈성매매 여성'이라고 자막처리된 분이 말씀하시길 지금 하는 일이 예전일(성)보다 돈은 적지만 그 돈의 가치가 다르다고 하는데, 저는 그 말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는거에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한 생각이 내가 해보면 알겠지, 무슨 깡이었는지 (웃음) 그래서 어디 조건만남 같은 데에 접속해서 한달여간 해봤어요. 인터넷에서 만나서 돈받고 섹스하고. 본 직업으로서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경험해보면서 많이 느끼고 얻었죠. 여이연에서 나온 책들도 보면서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그러다가 ‘지지’에 낚여서 (웃음) 활동하게 되었죠.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경순 감독:
사실 <레드마리아>가 성노동만 나오는 영화는 아니지만, 굉장히 중요한 한 축이에요. 여성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윤리적 시선의 양 끝과 끝에 리타 할머니와 성노동자들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성노동자들을 많은 비정규직노동자, 가사노동자들과 같이 똑같이 살고 있다고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성노동자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당황했던 경험이 제가 레드마리아를 찍게 된 중요한 계기중의 하나에요. 대체 왜 그렇게 당황했었을까를 생각해봤더니 제가 이전에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더라구요. 그냥 막연히 뭘 돈을 주고 섹스를 해, 아 난 그런거 싫어,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반성매매 해야지 라고 생각했지, 실제 일하는 분들에 대한 고민은 안했던거죠. 그래서 그 '부끄러움'의 실체가 본인들은 당당한데도 제가 그 호칭자체를 불편해 하는 데에 있구나. 이런게 바로 우리가 많이 가지고 있는 노동에 대한 차별의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밌는건 한국은 무조건 성노동을 반대하고 금지 하잖아요. 그런데 필리핀에 가서 느꼈던게 부클로드가 반성매매 단체지만, 거기 십대 여성들이 돈이 없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시 거리에 나가서 그 일을 해야해요. 저는 좋았던게 그 친구들이 당하는 인권침해나 폭력으로부터 부클로드가 지킴이 역할을 해주는 거에요, 업주나 손님에게서. 저는 이거구나, 이게 필요한거가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황혜림 프로그래머:
저도 감독님이 '부끄러웠다'고 하셨던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오늘 관객과의 대화를 하기 전에 했는데요, 오늘 GV는 좀 특별한 분들과 함께 하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아 이거구나. 왜 지레 조심하려고 하지, 이런 생각을 저도 했습니다. 아마 여기 계신 분들도 오늘 관객과의 대화는 이런 마음을 가져고 될까 하는 당황스럽고 쪽팔린 경험을 하셨을지 모르겠어요. (웃음) 편하게 질문하셔도 됩니다.

 

 

관객:
남성이 성노동자 여성을 보는 시선과 여성이 성노동자 여성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혜리:
친구인 쪽과 친구가 아닌 쪽으로 볼 수 있어요. 친구인 쪽의 여성분들은 그냥 특별히 다른 내색 없이 일하는게 힘들겠다고만 하죠. 친구가 아닌 족의 남성분들은 쉬운 여자로 보는 분들이 많으시고, 친구가 아닌 여성분들은 "나는 너와 격이 다르다, 너와는 달리 고귀하다. 내가 고귀하다는걸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 이런 정도 (웃음) 이런 분들이 꽤 많으세요.

 

 

연희:
저는 이런게 남녀를 나누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경험적으로는 공격하시는 분들은 모두 여성분들이셨어요. 너 부모가 다른 사람하고 돈주고 섹스하면 좋냐, 자식이 하면 어떻겠냐, 하는 질문부터 너가 여유있으니까 이런 활동을 하는거다 다른 애들은 감금당하고 빚더미에 올라있고 힘든데, 하는 말씀들 많이 하시죠. 배제하고 공격하는 분위기를 많이 느껴요.

 

 

경순 감독:
왜 그럴까요. 여기 오신 남성관객분들의 얘기도 듣고싶어요.

 

 

남성 관객:
저도 '성노동'보다는 '성매매'에 더 익숙하고, 감금이나 빚의 피해자라는 인상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오늘 생각이 많아지네요 (웃음)

 

 

남성 관객:
남성과 여성이 여성 성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왜 다를까 저도 생각해봤는데,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은 여성 성노동자와 경쟁관계가 아닌데 여성은 경쟁관계라는거죠. 자연스럽다고 말하면 좀 이상한데, 좀 예상할 수 있는 그런 현상인 것 같습니다.

 

 

밀사:
요새 안그래도 여성과 여성 사이의 간극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그 간극들이 아프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자기애가 강하거나 한 사람은 자기를 확신하고자 할 때 다른 사람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데, 약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구분지으려고 하고 비교적으로 자기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려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이런 여성 사이의 간극들이 마음이 아파요. 그만큼 약하다는 반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관객:
이 일이 잘할 수 있는 일이고 또 재밌다고 하셨는데, 손님중에 진상도 있잖아요. 그런경우 서비스가 달라지나요 (좌중웃음)

 

 

혜리:
당연한 것 아닌가요 (좌중 웃음) 손님이 정말 좋고 교양있고 친절하면 저도 최선을 다해서 서비스 해드려요. 그리고 음료수도 하나 드릴거 두개 드릴 수도 있고, 수건 두장 쓰게 해드릴 수 있죠. (좌중 폭소) 반면에 손님이 개진상이면 신호를 보내서 빨리 보내버리거나 하고, 이 외에도 많은 다른 방법들이 있습니다.

 

 

관객:
트위터로 활발하게 소통을 하고 계신데, 어떠신가요. 그리고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을 듣고싶어요.

 

 

연희:
트위터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데 편견에 많이 부딪혀요. 그런 비난들에 흔들리지는 않지만요, 뭐라해도 나는 이 일을 할거고 나는 강하다 하는 생각이 있기 땨문에 제 정체성이 흔들리지는 않아요.

 

기억에 남는 손님은 너무 많은데 (좌중 웃음) 페티쉬가게에서 일했을 때 (좌중 폭소) 어떤 손님이 고무슈트를 일본에서 제작해서 사왔다며, 10가지를 쭉 늘어놓고 하나씩 입어달라고 (좌중 폭소) 입히더니 막 만지면서 너무 좋다고 (좌중 폭소) 너무 당황스러웟죠. 페티쉬 가게에서 일하면서 인간의 성적취향이라는게 이렇게 다양하구나 하는걸 느꼈었어요. 발가락, 손가락만 빠는 분들은 너무 평범한 축이고, 뺨을 맞으러 매주 오시는 손님도 있었어요. 욕하고 침뱉고 때려달라고 (웃음) 그러나 한달정도 안오길래 내심 궁금했는데, 어느날 너무 맞아서 악관절이 나갔다고 수술을 하고 붕대 감고 왔더라구요. 그래서 왜 왔냐고 하니까, 반대쪽을 때려달라고 (좌중 폭소) 가면라이더 후레쉬맨 같은 캐릭터 복장을 챙겨오셔서는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대사를 시키시는 분도 있고 (좌중 폭소) 재밌었어요. 그리고 어제 만났던 손님은 또 저한테 "너 감금당하고 있지", 그래서 "오빠 나 출퇴근이야." 그랬더니 "뭐, 그럼 내가 구해줄 수가 없잖아" (좌중 폭소) 그래도 바득바득 넌 감금당한거라고 우기더니만 자기가 구해주겠다고 기어이 신고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도망갔었던 일이 어제 있었습니다.

 

 

혜리:
저는 트위터를 하면서 느낀게 포비아 분들은 생각보다는 별로 없으세요. 주로 만나는 두 종류는 호의적인 부류와 떡치고 싶어하는 부류가 있는데, 힘드시죠 하는 분들과 업장이 어딘지 물어보는 분들이죠 (웃음)

 

 

밀사:
저는 활동가로 일하면서 비난과 공격을 많이 받다보니 이게 활동을 하는건지 도를 닦는건지 모를 때가 많아요. (웃음)

 

 

 

 

 

 

  

경순:
여성이 하는 모든 일이나 역할에는 '의미'가 너무 많이 붙어요. 가사노동에는 양육, 보살핌 같은 여러가지가 얹혀있고, 결혼만해도 그냥 만나서 살다가 아니면 헤어질 수도 있는건데 미화가 되고 의미가 붙다보니 그런게 안되는 거거든요. 가부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의미들을 이용해먹고 있다고 생각해요. 섹스도 그래요. 섹스에 연애, 결혼 같은 의미를 붙이고 의무 같은 것들이 부담스럽게 붙어있죠. 섹스에 의미를 두는건 정말 이제는, 그냥 둘이서만 의미 뒀으면 좋겠어요 사회적으로는 말고. (웃음)

 

 

 

 

 

 

 

관객:
저는 이렇게 성노동자분들에게 얘기를 들었지만 아직까지도 '성 구매자'를 어떻게 봐야 할지가 고민이 되요. 사실 지금도 좋게 보이지 않거든요.

 

 

연희:
저는 일단 '성 구매자'를 남성으로만 얘기하는게 이제는 좀 바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혜리:
영화에서 '희영'씨가 성노동을 성인 간의 합법적인 성거래로 보자는 하는 말이 나와요. 그렇게 보시면 생각이 좀 편해지실까 싶어요. 구매자를 싫어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싫을 수 있는거죠. 차별이나 배제하는 행동은 나쁘지만요. 그렇지만 개인의 호불호는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관객:
돈을 내고 섹스하는 이유가 정서적으로 외로워서도 있을 것 같아요

 

 

혜리:
죄송하지만 저는 이게 그냥 일이어서 교감같은건 둘째치고 얼마 벌었다, 이런 생각밖에 안들거든요. 저는 그렇습니다 (웃음)

 

 

연희:
저는 구매자가 얻어가는 감정적인 그런 부분에 동감하는 편이에요. 그 시간동안 단순한 섹스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위로를 받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혜리:
'섹스'하고 '사랑'은 연결될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고, 사람마다 다른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섹스하고 사랑이 이어진다고 생각은 안하는데, 섹스가 많은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억압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냥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이게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관객:
저는 섹스는 섹스일 뿐이라는게 여성의 입장과 남성의 입장이 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과제 때문에 학교에서 밤을 많이 새는데 안좋은 일이 있었다는 얘기도 듣고 해서 굉장히 불안하거든요. 이렇게 불안해하는게 내가 여성의 몸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남자선배들이 과방에서 그냥 누워 자는걸 보면, 여자선배들은 저렇게 자는걸 본적이 없는데 남자들은 편하게 잘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여자가 느끼는 섹스와 남자가 느끼는 섹스가 같다고 하는건 어느정도 자유롭고 평등한 상황에서 가능하고,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좀 불안하고 위험한 생각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경순 감독:
지금 얘기하는 섹스는 성폭력이 아니니까요.

 

 

황혜림 프로그래머:
어떻게보면 그렇게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폭력에 불안을 갖는 것까지 여성이 몸에 대해서 갖는 불안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다른 몸’을 갖고 있다라는 것 때문에 생기는 부담인거죠.

 

이렇게 성과 섹스에 대해서 얘기를 할 기회가 보통 없잖아요. '성노동자'들이 우리 곁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 꺼려하거나 무서워할 것이 아니라 같이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몸, 성, 노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자리가 되었을거라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와 함께 한 집중탐구 시간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답니다. 앞으로도 비정규직, 이주여성과 같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집중탐구 시간이 마련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시간표 보러가기

 

>> GV(관객과의 대화) 자세히 보러가기

 

 

 


 

 

 

레드마리아 Red Maria

2011┃HD┃98min┃Documentary┃color┃16:9┃Dolby 5.12012.04.26 개봉!

 

 

SYNOPSIS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만난 레드마리아, 

 

당찬 그녀들의 거침 없는 생활사!

 

 

나(감독)는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

 

결혼 10년 만에 친정을 방문한 이주 여성 제나린,

50년이 지나서야 진실을 밝힐 용기를 얻었다는 위안부 할머니 리타,

열여섯 어린 나이에 아빠 없는 딸을 낳은 성 노동자 클롯,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종희,

일하지 않을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는 도쿄 홈리스 이치무라,

24시간 일하는 가사 노동자는 물론, 철거 위기에 놓인 빈민 지역 여성들까지.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한 가지 질문에 도달했다.

어떻게 서로 다른 노동이 그토록 비슷한 방식으로 ‘몸’에 연결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작정하고 그녀들의 ‘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주름지고 짓무른,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그 ‘배’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Contact

 

Facebook.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redkyungsoon


Twitter. <레드마리아> 경순 감독  @redkyungsoon
           시네마 달 @cinemadal

 

Blog. http://redmaria.tistory.com/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스케치2010. 1. 10. 12:17




 


 


 

필리핀 수빅 근처 바레토 지역의 클럽앞이다.
수빅은 미군기지가 있던 곳, 그 옆동네 바레토는 여전히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클럽들이 즐비하다.
주요 고객들은 역시 퇴역군인과 한국인 인 것 같다.

그 동네를 촬영하는데 첫날은 괜시리 쫄아서 촬영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안되겠다 다시 가자 해서 두 번째로 찾은 이 날
어라? 언니들이나 가드들이 꽤나 분방해
아흐~ 괜히 쫄았어-_-;;

나중에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브클로드를 보면(거리성매매여성의 쉼터) 정말 무리 문화와 많이 다르다.
카톨릭국가에,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는 필리핀인데
성노동자들은 거리낌이 없고 당당하다.
왜 그럴까는 영화를 보시면서 사색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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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9. 9. 27. 16:39

평소 나는 고통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지 않았던거 같다. 특히 그 단어가 주체인 나에게 가해지는 상항일 때는 더더욱 해당사항이 없었던거 같다. 대부분 힘들다거나 어렵다는 말로 그 상황을 표현했지 나 자신이 고통스럽다는 말로 표현을 해본적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고통이라는 말은 나보다는 대상에 대한 상황을 표현할때 주로 썼던 말이었다. 민중의 고통이니 그들의 고통이니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작년 필리핀 촬영을 하면서 나는 내내 스스로 고통스럽다는 말을 되뇌이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놀란적이 있는데 그 이후 고통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작지않은 화두로 간간히 떠오르곤 한다.

처음 그 고통이 나에게 각인된 것은 올롱가포의 반성매매단체인 부클로드의 촬영때였다. 10대나 갓 20대를 넘어선 거리성매매 여성들을 촬영할 때의 일이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지만 우리는 서로를 관심있어 하면서 즐겁게 촬영을 했었는데 그들중 담배를 피는 몇몇이 나에게 담배 한까치씩 얻어 피우곤 했었다. 한개피에 2페소 하는 담배를 사서 피우던 그녀들에게 한갑씩 사서 피우는 내가 참으로 부러웠을 것이다. 그나마 담배라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했고 난 늘 그녀들의 요구에 선뜻 응해주었다.

종종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람이가 버릇될꺼 같다고 주의를 주었지만 돈이라면 그것이 기대가 되고 우리의 처지에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담배란 음식이 아닌가. 있으면 나눠먹고 없으면 아쉬운 것이니 그냥 편하게 생각했다. 그녀들도 역시 내가 담배가 떨어지면 피던 담배를 한모금 주기도 하고 가지고 있던 두개피 중 하나를 주기도 했으니까. 근데 문제는 담배를 나눠 피는 것으로 끼니로 해결해야 할 배고픔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대부분 아기가 있는 그녀들은 부클로드에서 기거를 했는데 최근 상황이 어려워져 부클로드에서도 그녀들의 음식까지 대줄 형편이 안되었다.

결국 어느날 부터인가 부클로드의 식탁은 나눠지기 시작했고 그녀들은 자신의 음식은 스스로 해결을 해야했다. 우리를 위한 식탁이라는 것도 변변치 않았지만 그녀들에 비하면 부러운 식탁이었을 것이다. 그녀들은 빵 한조각으로 때우기도 하고 라면으로 때우기도 하고 때로는 굶기도 하고 그랬다. 비록 담배는 나눠 필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을 해결해 주기에는 우리의 처지도 만만치 않았던터라 상황을 직시해야 하는 나의 마음은 꽤나 복잡했다.그렇다고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손을 벌리지도 않고 어떠한 도움도 청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힘든 내색도 하지 않았다.

문득 그런 상황을 대면하고 있는 나는 너무나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고통스럽겠구나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쏟아지는 고통스러움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수많은 촬영현장을 누비고 나름 극악한 상황들을 얼마나 많이 대면했는데 그렇게 대면할때도 나는 늘 담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그들은 여전히 즐겁게 아무렇지 않은듯 자신들의 생활을 즐겁게 해나가고 있는데 그들은 나에게 고통스러우니 우리의 처지를 알려주세요 라고 말하지도 않는데 왜 나는 이렇게 갑자기 고통이라는 단어에 휩싸여 스스로가 주체못해 난린가. 이건 제작비에 대한 부담으로 생겨난 스스로의 감상과 연민이 겹친건 아닐까

부클로드의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 아람이와 나는 얼마 안남은 제작비를 톡톡 털어 그들이 부클로드에서 한달정도 먹을 수 있는 쌀과 생활용품을 사주고 왔다. 나름 그 고통을 덜어보자는 수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스텝들에게 그들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당시 활율로 한달에 5만원이면 그들이 먹을 쌀을 살 수 있으니 쌀을 살 돈이라도 보내주자고 했었다. 모두들 동의를 했지만 우리는 그 일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그 일도 실천하지 못할만큼 우리는 바뻤고 또 힘들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내는 일도 역시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먹는걸 고민해야 하고 우리도 생활비를 고민해야 하고 우리도 살집을 고민해야 한다.

고통스럽다는게 과연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은 증폭되고 답은 잘 모르겠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없는 것도 부족해 이제는 인간관계에서 조차 감정노동이 이야기 될 만큼 모두가 힘들게 버티듯이 살고 있으니 우리는 그들보다 잘 살고 있는게 맞는 것인지. 내가 느꼈던 그 고통이 그들의 삶에 무례했던 건 아닌지. 그게 아니라면 진정 나에게 고통을 느끼게 한 그 무게는 무엇으로 부터 온 것일지.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할때 마다 난 그때 느꼈던 고통의 실체를 되묻곤 한다. 하지만 동생과 아버지를 보내면서도 정말 힘들긴 했지만 고통이란 단어는 아니었던거 같다. 아직도 그 이유를 곱씹어 보곤 하는데 한가지 확실한건 인간이 그나마 인간다울 수 있는 요소가 외로움을 느낄 줄 아는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가지 더 첨부됐다는거. 고통을 느낀다는게 참 다행이라고.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8. 9. 20. 16:33


윗사진 - 우리가 묵었던집 리타 할머니.말라야롤라스의 대표이기도 한 이 할머니는 마을에서
             그나마 영어가 되는 할머니다. 통역을 대동하지 않은 관계로 할머니와 대화를 할때는
             서로 인상을 써가며 바디랭귀지가 주를 이룬다.하지만 서로 못해서 좋은건 문법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사진 - 마을의 할머니들은 걸어갈때 늘 어깨동무를 하곤 한다. 내가 옆에 있을때는 내게도
                어깨동무를 하시던 할머니들. 그분들이 걸어가실 길이 걸어온 길보다 짧겠지.
                나도 생각해보면 걸어갈 길이 걸어온 길보다 길지 않겠구나 생각을 했다.



 

지구상 어디를가나 할머니들이 있다. 어머니라는 이름도 그렇지만 할머니인 이들은 여자와는 다른 종자가 되어 살아간다. 최근에 읽고 있는 태백산맥에 봐도 어머니는 여자가 아닌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많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종종 영화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역사책이 놓치고 가거나 숨기고 싶어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기본적으로 할머니들의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오지 않았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온통 한이 서려있고 그 한은 눈물이 되어 사람을 곤혹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처음영화를 만들면서 관객과의 대화가 싫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던거 같다. 이야기가 확장되지 못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이야기속에 갇혀버리는 매너리즘이 싫었던 순간들처럼.

말라야 룰라스의 할머니들도 남들못지 않은 한많은 이야기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고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으로 이야기가 되곤 한다. 꽃같은 나이에 순결을 잃고 여자로서 살아가기 힘들었던 그 이야기들. 가끔 증언이 주는 그 패턴화된 이야기들은 사실 할머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사회가 종용하는 패턴이기도 하다. 말라야라는 말은 자유롭게 하라는 말이고 롤라스는 할머니들이란 말인데 그런 증언들과 함께 할머니들이 자유로와지는건 어떤걸 의미하는것일까 자못 궁금하다.

말라야 롤라스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단체이름이다. 우리가 익히 알던 위안소로 끌려가 오랜기간 강간을 당해야만 했던 할머니들과는 다른 사례인데 말라야 롤라스의 할머니들은 한마을에 일본군이 쳐들어와 주둔하면서 마을전체의 부녀자를 강간하고 집을 불태우고 남자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엄마와 딸이 동시에 강간을 당하기도 하고 아내가 보는 앞에서 남편과 자식을 죽이고 마을의 집들을 불태워 버렸던 만행.

현재 마을에는 그렇게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지만 이미 반이상은 돌아가셨고 남아있는 58명의 할머니들 중 15명만이 걸어다닐 수가 있다. 할머니들의 집들을 방문하자니 홀로사는 시누이와 동서가 다같은 위안부할머니일 정도로 그들의 삶은 지겹게도 꼬여있었다. 마을의 사건이 터진후 모두가 쉬쉬하며 숨어살기도 하고 이웃동네로 이사가 살기도 했지만 결국은 가족들이 있는 그마을로 대부분의 할머니들이 다시 들어와 살게되었고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로 서로의 속을 터놓고 사는 마을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이마을에서 그나마 좀 사는 집들은 대부분 자식들이 일본에 가서 돈을벌어온 집들이다. 남자들은 건설업이나 공장에 가서 일을 했다고 하고 여자들은 엔터테이너나 성산업에 종사하다 돌아온 케이스가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마음이 착찹했다. 과연 할머니들이 늘 말하는 일본에 대한 감정과 일본정부에 요구하는 정의란 것이 현재의 그들의 삶에서 의미하는 건 무엇일지 말이다. 

우자지간 그렇게 살고있는 그 마을의 할머니들은 해마다 아니 한해에도 몇 번씩 친구들의 장례식을 치루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가 처음 방문했던날도 한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마을의 할머니들이 모여 그분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이미 죽음이 생활화되었다는 것을 참석한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이 슬픔이기엔 살아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오히려 평온한 느낌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비가 엄청 내리던 날 하나밖에 없는 바지가 다 젖었을때 우리가 묵고있던 집의 리타할머니가 속바지 같은 빨간색 바지를 내주셨다. 천이 부드러워서 좋아 하면서 말이다. 할머니 저 빨간색 좋아하는거 어찌알고 감사합니다 했다. 할머니들은 왜 다들 이런 바지를 좋아하는 것일까 속으로 궁시렁 거렸지만 사실 맘에 꼭 드는 바지였다. 결국 할머니가 직접 만들었다는 그 바지를 배낭속에 넣고 다니며 요즘 잠잘 때 입고있다. 조연출 아람이도 바지하나를 받았는데 내바지가 더 이쁘다고 난리다. 이상하게 우리스텝들은 촌스러울수록 탐을 내는 경향이 있다. 거 참...ㅎㅎ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