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2016. 12. 8. 12:10

"<다이빙벨>부터 <나쁜 나라> <업사이드 다운>까지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연달아 세 편 배급하다 보니, 공적인 지원이 전부 끊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배급사 시네마달)도 앞으로 향방이 난망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개봉을 위해 펀딩에 의존하게 되면서 배급하는 다큐들이 양극화되고 있다.

펀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스타성 있는 감독이나 영향력 있는 분들이 언급할 수 있는 다큐나 세월호 다큐처럼 전국적인 이슈가 있는 작품들 위주로 배급이 편향되고 있다. <자백>이나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1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흥행도 하고 있지만, 통상 다른 다큐들은 2~3천 명을 동원하는 게 기본이다. 사회적인 이슈가 덜한 작품을 어떻게 배급할 것인가가 제일 고민이다."

<다이빙벨>을 배급한 시네마달의 오보라 홍보팀장이 말하는 '세월호 다큐' 배급 이후 악화된 회사 상황이다. 시네마달은 <다이빙벨> 개봉으로 인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로 세무조사 등 내사를 지목당한 배급사다. 이후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의 개봉 지원 등 예산 지원 선정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내부 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개봉 비용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 중 '다이빙벨 상영-대관료 등 자금원 추적-실체 폭로' 등의 대응 방안 등이 포함된 '청와대의 언론 통제ㆍ문화 검열 주요 내용 분석 결과'를 공개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광부)를 농단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독립영화계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독립영화제2016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CGV아트하우스에서 토크 포럼 '독립영화 배급과 마케팅, 오늘을 진단하다'를 개최했다. 이날 토크 포럼은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가 진행을 맡고, 영화 제작자이자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연출자인 김조광수 감독과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 인디스토리 김화범 이사,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 시네마달 오보라 팀장 등이 참석했다.


"영진위 싫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없으면 어려운 독립영화 현실

 서울독립영화제2016 토크포럼'독립영화 배급과 마케팅, 오늘을 진단하다'가 5일 오후 서울 CGV아트하우스에서 열렸다.

서울독립영화제2016 토크포럼'독립영화 배급과 마케팅, 오늘을 진단하다'가 5일 오후 서울 CGV아트하우스에서 열렸다.ⓒ 서울독립영화제

"상업영화를 해보니, 상업영화 관련 영진위 예산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상업영화도 흥행 성공이 어렵지만, 산업적인 시스템 안에서 충분히 굴러갈 수 있다. 상업영화에 지원하는 예산만 독립영화로 돌려도 예산 규모가 엄청 늘어날 것이다." (김조광수 감독)

"우리 시대의 공적 지원 제도는 몇 개 지원 제도를 만들어서 그 안으로 들어와라, 이 개념이 아니다. 이 시대의 공적 지원 제도는 네트워크다. 네트워크가, 영진위가 해야 할 일을 사적 기업이나 개개인에게 떠넘기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진보적인 시장들이나 도지사들이 독립영화인들을 만나 '얼마 주면 돼요?' 라고 물을 때면 화가 난다." (고영재 대표)

"영진위 싫지만, 영진위의 개봉 지원이 없으면 당장 독립영화들은 개봉을 못 한다. 상·하반기 두 번 개봉 지원을 해 주는데, 몇십 편이 지원하면 실제로 단 몇 편만 지원을 받는다. 사실 개봉 준비 과정에서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황인데 그 지원금이 없으면 개봉을 못 한다. 사비를 들이는 것도 그렇고, 실제로 불가능에 가까운 행위다." (진명현 대표)

상업영화 연출과 제작을 병행하는 김조광수 감독을 제외하고, 토크 포럼 참석자들은 모두 현재 독립영화 제작/배급사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독립영화인들의 대표 격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영진위의 독립영화 지원책을 성토하고 나섰다.

대안적인 독립영화 배급과 마케팅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지만, 현재 영진위의 독립영화 지원책이 퇴행한 현실과 그 지원책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필수라는데 다들 공감하고 있었다. 더욱이 MB 정부 이후 정권 차원의 '영화계 좌파 척결'이란 허황된 주장이 계속되면서, 민간 독립영화전용관 지원 철폐를 비롯해 영진위의 독립영화 제작/개봉 지원책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정권의 <다이빙벨> 내사나 부산국제영화제 압박 역시 연장 선상이라 볼 수 있다.

"상업영화 지원금을 포함한 수백억 원의 영진위 예산을 독립영화에 다 쓰면 해결될 일"이란 고영재 대표의 주장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김세훈 위원장 체제의 영진위가 주로 3D 영화 제작에 사용되는 '렌더팜' 사업에 138억을 쏟아부으면서 지난 국정감사에서 '차은택-김종덕 전 장관과의 커넥션'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진위의 예산 운용이 방만함을 넘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던 이유다. 이와 관련, 독립영화인들은 지난달 21일 시국선언을 통해 영진위와 문체부에 공식적으로 강력한 항의를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토크 포럼은 독립영화의 생존과 직결된 배급 환경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인디스토리 김화범 이사는 "대부분 독립영화나 마케팅 비용 없는 영화들에 다양성 개봉배급 지원이 이뤄지는데, 이천에서 삼천만 원이 보통이고 대부분의 독립영화 마케팅 비용이 여기서 결정된다"며 "아무리 아이디어를 내고 노력을 해도 비용 자체의 애매함이 있어서 대부분 배급툴이 같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우회적으로 제작사나 배급사 차원의 지원을 병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진명현 대표는 "창작자들도 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양해를 구한 뒤, "부가판권이 중요해지는 게 먼저 판권을 팔아서 개봉 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서다"며 "오프라인 홍보사가 너무 고생하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여타 온라인 홍보사나 인쇄, 포스터 디자인 등 마케팅 시 다른 분야 업체와 비교해 비용은 엇비슷하나 드는 품이 너무 고생스럽다"고 토로했다.

오보라 팀장은 "개봉 라인업을 잡아야 하는데, 영진위 지원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기다려야 잡을 수 있는 현실이다'며 "최근 배급한 <그림자들 섬>처럼 몇 년을 묵혀뒀다 개봉하는 사례도 생긴다. 그런 경우엔 극장을 잡기도 난감하고 홍보마케팅도 단기간에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작은 규모로 개봉해도 오천 명 정도의 관객은 들었었는데, 점점 더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평균 이삼천 명으로 줄었다. 그런 상황을 돌파하는 소위 '중박' 작품이 나와야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CGV아트하우스 등 대기업 계열 배급사는 물론 각종 재개봉 외화들과의 경쟁까지 벌여야 하는 현실에서 한국 독립영화들은 점점 더 힘겨운 배급 환경과의 싸움을 벌여 나가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참석자들은 "영진위의 구조개선"에서부터 "극장을 넘어서는 대안적인 배급 시스템의 도모", "배급/마케팅 영역의 아이디어 개발" 등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참석자들은 독립영화가 어떤 영화로, 어떻게 관객을 만나느냐는 '기본'을 강조했다.

"제작이나 연출과 다르게 배급마케팅 하는 사람들은 관객이 제일 중요하다. 올해 독립영화 진영 잘됐던 영화를 보면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들>이나 <최악의 하루>, <연애담>이 그런 경우다.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분들은 20~30대 여성들이 많고, 7대3의 비율이라고 보면 맞는데, 우리가 무언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여성 관객들이 남자 배우를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올해 너무 잘 알게 됐다.

또 관객들에게 부담이 되지 말자는 생각도 있다. 독립영화도 봐야 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선택하는 건데, 왜 자꾸 봐달라고 피곤하게 만드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 관객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독립영화들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편안하게 산책 나온 것 같은 느낌의 영화들도 많이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진명현 대표)

"독립영화를 CGV아트하우스가 걸어주느냐 안 걸어주느냐가 중요해졌다. 공감한다. 하지만 거기서 개봉을 안 해도 성공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고, 어렵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CGV가 안 틀어줘도 어떻게 관객 만날까 고민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해야 한다. 또 화제성을 갖춘 사람들이 홍보 면에서 도와주면 좋지만, 그러면 그렇지 않은 영화는 만들지도 말고, 개봉은 안 해야 하나? 결국 그런 장점을 포함해서 아이디어를 더 짜내서 관객을 만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김조광수 감독)


출처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267664&dable=10.1.4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