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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12 레드마리아 26 - 일본 ACW2 상영준비
제작일기2013. 2. 12. 12:07

ACW2는 일본의 대표적인 일하는 여성들의 네트워크로 여성일반노동조합이다.

2009년 레드마리아 일본 촬영을 앞두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이조직의 대표인 이토 미도리씨를 주인공중 한명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일본의 첫 촬영도 ACW2의 총회 장면이었다.

일이 풀리려고 했는지 그날 총회에는 역시 주인공 중 한명인 이치무라가 초대가 됐고

결국 그녀의 발언은 이 영화를 이끄는 중요한 줄기가 됐다.

영화를 찍으면서 느끼는 쾌감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인데 두마리의 토끼를

첫 촬영에서 건질 수 있었던 기쁨이 바로 그런 것.


그래서 의도치 않게 일본의 분량이 늘어났고

70일간의 일본 촬영중 그 첫날의 장면이 영화 전체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재밌는건 이토 미도리를 며칠간을 쫓아다니다가 

후쿠시마에 사는 사토상을 만나게 되었고 결국 나는 미도리상을 버리고 사토상을 낙점했다는 야그.

하지만 누가뭐래도 이모든 성과에는 이토 미도리상의 공로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자지간 그런 연유로 이래저래 ACW2총회와의 인연은 나에게 아주 의미가 있는 만남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홈리스인 이치무라가 '일하는 여성들의 총회'에 참여해서 일하는 것에 대한 절망을 이야기 한후

오랜시간 노동운동을 해온 일본의 선배노동자들의 쇼크를 먹은 표정과 발언은 영화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과연 한국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교차를 하면서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던 그시간이 떠오른다.

사실 그때 일본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워낙 표정들이 생생해서

나는 그 표정만을 따라가며 촬영을 했고 알 수없는 팽팽한 기운속에 의미가 얼핏 전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의 팽팽한 토론 이후 4년.

그 총회에서 다시 레드마리아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영화를 초청했고

내가 거꾸로 그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현재 일본은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이후 그 충격과 여파가 아직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천재지변의 대 격동을 겪으면서 일본사회에는 그동안 회자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고

노동운동 역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는 점에 공통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듯 했다.

미도리상의 전언에 의하면 이런 상황에서 노동의 의미를 다시 재고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레드마리아를 통해 그이야기를 토론해 보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반갑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역시 만만치 않게 보수적인 그들의 생각에

얼마나 진전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저 준비하는 사람들의 앞선 문제의식에 지지를 보낼뿐이고 

그들의 고민과 반응이 궁금할 따름이다.


나는 그 토론회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하지만

사실 가장 궁금한건 이 영화속 주인공들을 만나는 것이다.

영화의 가편본을 보여주긴 했지만 완성된 영화를 그것도 일본에서 보는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들을 만날 생각에 나의 2월은 온통 마음이 이곳에 달려가고 있다.

결국 말도 안통하는 이들에게 소식을 전하겠다고 구글 번역기로 열심히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서바이벌 영어로 열심히 설명을 하기도 했다.

모니카와는 전화를 걸면서 영어와 서투른 일본어 단어 몇개로 의사소통을 했고

이치무라는 영어를 하기에 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았다.


오랜만에 그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듯이 기쁘다.

물론 영화를 보고 나올 수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그냥 그들을 만난다는 사실에 들떠 있다.

2월16-17일까지 1박2일로 진행되는 총회의 상영회가 끝나면 일정이 더 바쁠거 같다.

시즈오카에 사시는 조순자선생님과 메부키의 사람들을 비롯해

영화에 도움을 주시거나 출연했다 짤린 많은 분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리고 가와사키로 가서 시티유니온의 무라야마상과 모니카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보고싶은 얼굴들을 만날 예정이다.


특히나 모니카는 나랑 동갑이기도 하고 영화를 찍고난후 남편 단테가 세상을 떠나서

서로 하고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아직도 영화속의 그집에서 살고있다고 하는데

그 집에서 일박을 하며 우린 어떤 이야기들을 나무게 될까.

너는 비자도 필요없잖아라고 말하던 그 고양이도 잘있는지...

우자지간 이렇게 들떠있는 나를 위해 내일은 경은이와 남대문에서 그들에게 선물할 것들을 장을 볼 예정이다.

특히 멋진 사진으로 영화에 기여를 한 경은이는 이번에도 그들을 위해

현장스틸을 선물로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쓰다남은 엔화를 가지고 있다는 영재를 찾아가

그 나머지 엔화를 강탈해 올 예정.

누구말대로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더니 나에게 아직 뻔뻔함이 남아 참 다행이다 싶다.

쪽팔리는 민망함이 좀 있기는 해도 오래도록 지켜야 할 덕목임을 새삼 느낀다.ㅎ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