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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03 재수없는 것들 2
  2. 2012.11.19 차갑고 스산한 냄새
빨간경순의 노트2014. 6. 3. 13:54

사람마다 유형이 있다면 나는 몸이 생각에 늘 복종하는 유형이 아니었을까 싶다.

생각을 하면 바로 몸이 움직이는 타잎의 사람이었다는 말인데

요즘은 몸이 생각에 복종하지 않는다.

생각이 늘 몸따위를 고려하지 않았던 많은 시간들 탓이겠다.

그래서 방식을 바꾸기로 한다.

몸따위가 그렇게 생각을 무시한다면 그냥 생각만 데리고 살지 뭐...라고

하지만 생각만 한다고 해서 생각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당장 만나야 할 사람도 한둘이 아니고 촬영도 해야하고 촬영본 체크에

이것저것 할 일이 태산인데

생각은 그저 구상만 바쁘게 하고 있다.

제기랄  생각만 많은 생각이가 점점 미워지기 시작한다.

생각이 대체 너는 뭐냐고.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왜케 몸을 무시한거냐고.

생각에 대한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생각도 슬슬 발을 빼기 시작한다.

헉....


결국 안되겠다 싶어서 그 둘을 다시 화해시켜 보자고 생각을 먼저 꼬셔보기로 한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투덜거리며 말한다.

생각이 없다면 어떻게 몸이 의미가 있냐고.몸이 너무 눈치가 없다고.

알다싶히 나는 끊임없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느라 쉴틈이 없지 않냐고.

근데 몸은 자꾸 쉬려고만 하니 나도 짜증난다고.

그렇긴 하네.

몸에게도 말을 걸어본다.

생각이 철이 없으니 그래도 묵직하게 니가 먼저 움직여 보는건 어떻겠냐고.

하지만 몸이 그런다.

생각이는 너무 이기적인건 내가 더 잘 알지 않냐고.

생각이가 자기 생각만 하기 때문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혹사 당했는지 정말 모르냐고.

왜 나는 그걸 모른척 늘 넘어가기만 하냐고.

다 나를 믿고 같이 의기투합 한건데 내가 너무 생각만 밀어줘서 생긴 일이란다.


몸이 너무 망가져서 이제는 스스로 복구가 안되니 내가 생각과 단판을 져야 한단다.

그렇구나 니말도 일리가 있네.

몸을 생각해보니 정말 헌신적으로 일을 하기는 했구나 싶다.

몸통에 칼자국이 세개나 있고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을 먹여줘도 췌장이 제기능을 못하고

그 튼튼하던 다리며 허리도 이제는 한시간을 서있기도 힘드니 말이다.

젠장 웬지 짠하다.

다시 생각을 얼러보기로 한다.

하지만 생각은 여전히 몸을 고려하지 않는다.

몸이 너무 게을러진거 아니야? 엄살까지 심해진거 아니냐고?

지금이 어느때인데 그렇게 막장 언사를 하는거냐고.

그런 상태라면 나는 몸과 일을 할 생각이 없어!!


아이쿠 내 팔자야.

연민과 동정만을 바라는 이 재수 없는 것들과 

계속 같이 가야 하는 것인지.

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2. 11. 19. 23:15

나는 겨울이 오기 전 바로 이 순간에만 맡을 수 있는 이 냄새를 좋아한다.

낙엽이 거의 떨어질 무렵이어야 하고

비가 한번 때려주어야 하고

기온이 확 떨어져야 하고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불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맡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 차갑고 스산한 냄새를 요즘 맘껏 맡는다.

지금을 놓치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맡을 수 있기에

부러 냄새를 맡기위해 밖을 한번 돌다 들어오고

부러 자전거를 타고 커피를 사러가고

부러 망원시장에 나가 뭔가 살것이 없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차갑고 스산한 냄새가 강하게 날수록

신기하게 사람냄새도 좋다.

뭔가 들떠 있는 사람들.

뭔가 긴장된 사람들.

뭔가 기대하는 사람들.

뭔가 불편한 사람들.

뭔가 아쉬운 사람들.

뭔가 안쓰러운 사람들까지...


근데 그 분위기에 가끔 싸움을 거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냄새를 즐기지 말라고 구지 싸움을 건다.

뒷골목에서 일대일로 싸운다면 실컷 싸워주련만

가끔 싸움도 눈치를 봐야한다.

눈치를 보는 싸움은 참 스트레스다.

그래서 다시 한번 스산한 냄새를 맡으러 밖에 나간다.

코를 벌렁거리면서 냄새를 들이 맡다보니 목이 탄다.

그래 막걸리 딱 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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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