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8.01 기일
빨간경순의 노트2013. 8. 1. 14:00

10일전만해도 아빠의 기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간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오늘이 기일이라는 걸 깜빡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수림에게 할아버지 제사니 저녁에 의정부로 오라했다.

그리고 미리드렸어야 했던 제사비용을 이제사 부랴부랴 입금을했다.

어제는 일찍 음식준비라도 같이 하려고 했건만

매번 음력기일을 까먹고 계산하기 어려워 헷갈리는 것처럼

이번에도 그일은 놏치고 말았다.


살아계실때 생신을 늘 음력생일로 챙기셔서 계산이 헷갈리더니

기일마저 음력으로 날짜를 맞춰서 나는 계속 익숙치가 않다.

그래서 부러 돌아가신후에 기일을 양력으로 하자고 했으나 

기일을 챙기시는 엄마의 마음이 음력에 가있으니 여전히 나만 적응을 못하고 있다.

음력과 양력은 단지 날짜가 다른게 아니라 시간을 생각하고 세월을 보내고 

사람과 사물을 기억하는 방식까지 다른거 같다.

양력은 그저 그날을 기억하면 되는데

음력은 그날을 유추해내는 방식이 아닌가.

그러니 나처럼 정신없이 사는 사람에게는 수시로 확인하고

계산하고 유추해내는 음력은 너무 힘든 일인 것이다.

아빠가 살아계실때는 전화걸어 웃으면서 또 헷갈렸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하고 응석부릴 상대가 없으니 마음만 무겁고 죄송할 따름이다.

심지어 그제는 동료감독의 모친상 장례식장에 다녀온다고 순천 까지 갔음에도

그리고 아내를 먼저보내고 혼자서 먼저간 아내의 영정사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하듯 앉아계신 친구의 아버님을 오랜시간 응시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까마득히 아빠의 기일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늘에서야 며칠간의 정신없던 시간들을 돌아보니 

문득 아빠가 참 서운했겠구나 싶었다. 

살아계실때도 늘 입버릇처럼 너는 맨날 아빠랑 안놀아주고 남들만 챙긴다고 

서운해 했었는데 기일마저 잊고 있었으니 오늘은 웬지 그말 가슴을 찌른다.

정작 그랬던 것도 아닌데 그렇게 보였으니 더더욱 미안하고 죄송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해도 아빠도 알고 나도 알듯이 이딸년도 아빠도 다시 상봉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나마는 서로를 받아들이는 폭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너무 많은 시간을 설명하고 변명하는데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하는데

아빠와도 그랬던거 같다.

다른 생각과 다른 삶의 가치와 다른 성격의 사이와 간극을 설명하기위해 

애쓰고 서운해하고 아파하고 애잔해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많은 설명해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는 현실의 확인은

얼마나 지루하고 볼품없는 일인지 이제는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내가 친구에게 그런말을 했었다.

순천에서 장례식을 해서 사람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형제들이 많아 참 다행이라고.

그랬더니 그녀가 그런다.

언니 동생하고 아버님 돌아가셨을때 언니혼자 다해서 너무 외로워보였다고.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 것인지.

그녀에게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자리에 니들이 있었잖아.그래서 나 외롭지 않았고

아마  아빠 동생도 느꼈을거야...라고 말이다.

생신을 챙길때는 그 생신이 나와 연결된 역사가 없어서인지 가벼웠는데

기일은 매번 자꾸 여러생각을 하게 한다.

이러니 역사라는게 끝도없이 다른 기억을 재생해 내는구나 싶다.



'빨간경순의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리가 난다  (0) 2013.08.03
반가운 전화  (0) 2013.08.02
집으로 가는길  (0) 2013.07.26
섹스와 후원금  (0) 2013.07.23
일어공부  (0) 2013.07.17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