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8.26 커피와 소주
빨간경순의 노트2013. 8. 26. 13:11

커피와 소주는 빈속에 먹어야 맛있다.

그래서 커피는 일어나자 마시는 첫잔이

소주는 배가 좀 고플때 한잔을 들이키는 첫잔이 맛있다.

그런게 머리속에 주입되면 버릇이 되고 일상을 지배한다.

아침이 되면 눈을 비비면서 자연스럽게 내손은 커피를 갈게되고

촬영이 끝난후 혹은 친구들과 만나 식당에 들어가면 일단 소주를 시켜

한잔씩 들이키고 고추장에 오이를 찍어먹는 그 순간이 젤로 좋은 것이다.

물론 요즘은 하두 더워 그 자리를 맥주가 대신하긴 한다.


그런식으로 습관이 된 문화가 참 많다.

옳거나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익숙해진 습관들.

그래서 익숙해진 것이 때로는 맞는 것이 되고 

익숙해진 것이 진실처럼 되버리는 것들.

여성 혹은 성소수자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둘러보면

그런 익숙한 것들이 진실처럼 되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가끔 그런것들이 일상에 얼마나 많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지를 느끼면

힘이 쫙 빠진다.

아니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무섭다.


내가 알고 있는것들이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이라고 하는 것들이

내게 익숙하게 눈물과 감성을 흔들어 놓았던 모든 것들이 위증임을 느낄때.

그런것을 염두에 두고 생긴 버릇은 아니지만

나는 그래서 떼로 무엇인가를 정의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도 습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을 보는 것이고

개인이 다 다르다는 것이고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개인과 집단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


때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진보나 보수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국가,민족,여성 등등의 이름으로 프레임화 되면

집단이 내포하는 혹은 보이고 싶어하는 이미지만 그들을 대변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순간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어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공포영화가 있을까.

마치 한편의 SF를 보는 것 같은 아찔함.


커피를 마시면서 참 좋다고 느끼는 시간인데

결국 글이 이렇게 정리된다.

빈속에 마시는 오늘의 첫 커피가 나에게 주는 상념이랄까.



'빨간경순의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폰 분실  (0) 2013.09.21
인생은 우연  (0) 2013.09.20
주섬주섬  (2) 2013.08.12
소리가 난다  (0) 2013.08.03
반가운 전화  (0) 2013.08.02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