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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27 가을을 놓치다
  2. 2013.10.16 고구마
제작일기2013. 11. 27. 14:13

낙엽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그래서 콧날이 시큰거리는 그날이

내가 일년 중 가장 기다리는 계절의 백미다.

근데 이번에는 그 시간들을 즐기지 못했다.

사무실에 쳐박혀있다가 태국촬영을 가고 뜨거운 태국에서 일주일을 보낸후

한국에 돌아와 다시 사무실에서 먹고자고 하다가 그만 그 시간을 놓쳐버린 것이다.

틈틈히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갈때면 사람들의 두꺼운 옷매무새에 놀랄뿐.

지금 겨울? 그러다 결국 눈도 여러번 놓쳤다.

근데 눈이 날린다.

블라인드를 열어놓고 간만에 창밖을 보지만 눈이라기에는 너무 초라한 풍경.

창문밖의 그나마 계절을 느끼게 해주던 나무에 잎사기가 하나도 없다.

이 녀석도 겨울이라고 그동안 뭐했냐고 따지는거 같다.

뭔가 일이 시작되면 앞만보고 달리는 이놈의 질긴 성격탓에

이것저것 하나씩 놓치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일까.

영화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또 다른 세상이 너무나 크고 엄청나서

나는 감히 한눈 팔 겨를이 없다.

대체 세상은 왜케 비밀이 많은 것일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밀들이 숨어 있기에 

이렇게 애써야만 겨우 찾아낼 수가 있는 것일까.

알고보면 보편적인 상식이어야 맞고

일반적인 공교육을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이 당연한 것인데

왜 이렇게 우리는 소모적인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그나마...비로서... 아주 작은 진실 하나를 건져 올릴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그 진실은 하나가 아니다.

삶이 다르듯 진실도 참 다를 수 있는 것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그 계절을 놓치면서 쫒아가는 이 시간이 

부디 아깝지 않은 시간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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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빨간경순의 노트2013. 10. 16. 23:01

숲날은 같은 동네에 산다.

토끼자라는 등산모임도 함께 나간다.

아니 아직 같이 등반을 하지는 못했다.

소개는 내가 해놓고 나는 늘 시간이 안맞아 가지를 못하고

숲날은 나보다 훨씬 등반을 즐기고 있다.

사실 요즘 암벽도 못하고 있어서 좀 우울하다.

이번주 설악산 등반을 간다고 하는데

이놈의 어깨는 사과 몇개 드는 것도 힘들다.


우자지간 그렇게 열심히 산을 다니는 숲날이

이번주엔 토끼자 멤버들과 고구마를 캐러 갔다왔다.

주말농장에 심은 고구마를 다들 캐서 나누어 가져왔다고 한다.

덩달아 나한테까지 신선한 고구마가 한다발 왔다.

숲날이 가져온 포도주에 고구마랑 가지랑 호박을 구워서 안주로

먹으니 이렇게 좋을수가.

숲날은 나보다 일년먼저 유방암 수술을 했었고

자연치유를 선택했다.


나는 수술후 화학치료까지 받았고 방사선치료만 거부했다.

그녀는 작년에 암이 재발됐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꿋꿋하게 계속 자연치유법을 선택해서 치료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

나는 아직 재발소식은 없다.

하지만 매번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할 시기가 오면 마음이 좀 불안하기는 하다.

물론 그 순간이 지나면 또 까맣게 잊어버리기는 한다.

숲날이 그런다.

내가 술먹고 담배피우고 하는거 보면 신기하다고.

그런데 내가 담배피우면 자기도 맛있게 한대 피워보고 싶다고.


그럼 피우면되지.ㅎ

그렇게 같이 담배를 피우며 수다를 떨었다.

근데 가만보니까 다들 담배를 안피우다가도 나만 만나면

담배 한개피 달라는 친구들이 은근히 많다.

미례도 담배 안피겠다고 다짐을 했다가

우리집에오면 담배가 피고싶다고 한다.

나보고 나쁜짓을 유발하는 악마라나 뭐라나 ㅋㅋ

우자지간 피워서 좋을건 없지만 즐거운게 스트레스보다 먼저라고 생각하는지라

나도 어쩔수가 없다.


아픈친구들이 요즘 많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세상에 안아픈 사람이 또 어딨나.

그저 그중에 한가지 안좋은것 뿐이다라고

그냥 그렇게 마음 한곳에만 생각을 보관하고 있을뿐.

그래도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분들보다는 

우리가 행운아 아닐까 싶고.

죽음을 한번쯤 진하게 고민할 수 있는 것도 

이승에서 누릴 수 있는 축복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숲날이랑 오래오래 우리 참 잘 지내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음 좋겠다.

지금 더 힘들게 투병하는 성규도 자리 박차고 잘 견뎌냈다고 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구마를 생각하니 문득 보약을 받은 기분이다.

매일 매일 마시는 공기도 보약이고

매일 매일 먹는 밥도 보약이다.

매일 매일 반갑게 만나는 사람들도 보약이다.

우리 마음만은 건강하게 이 가을을 즐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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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