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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23 연결과 단절
빨간경순의 노트2013. 9. 23. 09:35

이틀전에 전화기를 분실하고 집에 돌아와서 수림이 전화기로 

계속 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었다.

몇번의 시도끝에 누군가 전화를 받았고 전화기를 습득한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망원동식당에서 란다.

그럼 전화기를 지금 받을 수 있겠냐고 하니까 자기는 신사동이란다.

아니 전화기를 분실했다고 인지한지 30분이 채 안되는데 어떻게 신사동에 그 전화기가...

생각해보니 내 뒤에서 밥을 먹은 사람들 같다.

주머니에서 방바닥으로 전화기가 떨어졌고 내 뒤에 있던 이 사람이 그걸 주었겠구나 싶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강한 시츄에이션.


우자지간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기를 받고 싶다고 몇차례 이야기를 했건만

이 인간이 자기는 지금 취했고 정신이 없으니 내일 다시 연락을 하잖다.

걸려온 번호로 전화를 주겠다고 하더니 그게 내 전화기와의 마지막 접속이 되었다.

어제 내내 페북 메세지로 약속을 잡고 연락을 받고 하는 동안 

그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전화기에 연결된 모든 계정의 비번을 다시 바꾸고 결국 정지를 시켰다.

그리고 나와 연결된 모든 것들과의 연결이 지금까지 중단된다.

물론 그 중단이란 고작 이틀뿐이기는 하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와 접속할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들이 

이 조그마한 전화기 한대에 연결되어 있다는게 참 웃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대체 이 연결이 의미하는게 무엇일까.

그리고 이 단절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스마트폰은 이제 들고다니는 리모콘처럼 나의 연결된 모든것들을 조정한다.

사실 내가 필요한 거 같지만 내가 조정당하기 위해

나를 조정해 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들고다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접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는지 가끔 섬뜩할때가 있었는데 

오히려 지금 이 단절이 잠시의 해방감을 준다.

물론 그렇다해도 나는여전히 무선인터넷을 통해 어딘가에 접속이 되어 잇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잠시후 전화국에 임시폰이라도 받으러 가야겠는데

다시 연결될 많은 것들을 향해 자진해서 걸어가는 내 자신이 왜케 비굴해보이는지.

세상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제대로 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때마침 본 영화 디스컨넥트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이 연결을 원하면 원할 수록 네트워크는 점점 더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는 것.

아니 외로운 사람들이 저점 더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자신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를 잊게 해주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그 연결은 단절과 맞 닿아있는 가상의 세계라는 걸 우리는 인지하지 못한다.

동전의 양면같은 이 연결과 단절의 아이러니가 우리 현실이라니.


잠시 이 우화같은 세계를 조금 비켜나서 생각 할 시간을 준 나의 슬픈 리모컨에 감사하며

이제 슬슬 다시 이 세계와 접선할 무기를 찾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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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