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피해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8.28 젠더포럼에서 레드마리아를 이야기하다
  2. 2013.08.15 역사와 이미지 2
제작일기2013. 8. 28. 15:21

어제 이대 리더십개발원 주최로 여는 젠더포럼에서 레드마리아를 보고 

여성의 노동에 대한 많은 부분 중 성노동에 대한 이슈를 특화시켜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메인 발제를 하고 두명의 토론자들(조중헌,김엘리)과 함께 이야기를 해보는 자리였다.

포럼이나 토론에 익속하지는 않지만 어제의 자리가 기억에 남는건

주제가 성노동이기는 했으나 참여한 분들의 토론문(토론문은 블러그 리뷰 코너에 올려놓았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노동만 떼어서 이야기할 수 없는 맥락이 있는 것을 다들 공감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늘 레드마리아를 보고 관객과의 대화를 하거나 혹자의 리뷰를 보아도

정작 레드마리아가 이야기하는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빠진듯 하여 영화를 총체적으로 보는 느낌이 없었다.

아마도 그래서 어제의 자리가 조금은 뿌듯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야 비로서 레드마리아가 보여주고자 하는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편견을 조금 덜어내고 이야기되는구나 싶었다.

영화를 어떤 맥락에서 보느냐에 따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고

하나의 이야기로 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가 묻어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수많은 과정... 그것이 역사고 사건이고 관계고 윤리고 가족이고 노동인 모든 것들이 해명되지 않고서 

어떻게 가부장사회에서 만들어진 현재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틀로만 말 할 수 있겠는가.

문득 이런 이야기들을 다시 하는 과정도 결국은 레드마리아2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연장이 아닌가 싶어

매번 곰곰히 되씹게 된다.


오늘 성노동자 연희와 그의 동무를 만난다.

간만에 밥도 먹고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자리기는 하지만

그녀와 다시한번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얼만큼의 너의  자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 자리는 누가 만들어 주었으며 그 자리가 편하고 좋은지.

그리고 사실 그런 이야기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수많은 할머니들과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쩌면 돌아가신 분들이 많으니 유령과의 만남을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살아오는 동안 당신들의 공간은 어느만큼 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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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8. 15. 12:29

어제 찍은 촬영본을 검토하고 오늘 찍을 내용들을 검토하다가 

그냥 사무실에서 잠이 들었다.

사무실에서 자면 늘 일찍 일어나게 되는지라 오늘도 일찍 일어나 

구내식당에서 2500원에 먹을 수 있는 밥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가다보니 복도도 사무실도 온통 컴컴하다.

이건 뭐지 하면서도 오늘이 광복절이라는걸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새벽에 먹을거라도 사다놓을걸 하면서 

커피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하며 기사와 메일을 잠시 훑어본다.

그래 광복절이 맞긴 맞구나.


어제 위안부할머니들의 수요집회를 찍고 왔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위안부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과 나비부채를 들고 뜨거운 땡볕에도 불구하고 두시간정도를 앉아서

위안부문제가 해결되기를 기원했다.

그런데 수많은 취재진들 사이에서 참석하신 두 할머니를 보고있자니

마음이 착찹했다.

할머니들을 찍기위한 취재진의 경쟁을 보며 마치 연예인을 취재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을 해보았다.

저 많은 취재진들이 수많은 셔터를 눌러대면서 

고르고자 했던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물론 우리는 그 이미지를 바로 그날 저녁 방송이나 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봐왔던 그 이미지는 할머니들의 긴 역사중 

오로지 한시기의 상징으로만 고착되어 온 이미지이며

그 이미지로 우리는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를 바라보고 그것만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라는 것도 어찌보면 그런 이미지를 찾는 과정의 연속이기도 하다.

이미지를 어떻게 영화속에 각인화 하느냐에 따라 보는 이의 연상작용이 강화되기도 하고

해체되기도 할 것이기에.

그래서 영화는 무서운 각인이기도 하다.

역사도 비슷한거 같다.

마치 역사를 상징하는 몇개의 단어만으로도 우리의 의식은 가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것이 사실이었던 것처럼 믿고 있으니.


그래서 나는 역사를 들춰보는거 별로 안좋아한다.

역사의기술이라는 것이 늘 찾은 만큼의 자료를 통해 유추하고 해석하는 것일뿐

내가 알고싶은 민중의 시선이나 여성의 시선이라는 건 

늘 소소한 발견과 해석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올바른 교과서라는 것도 엄밀히 따져보면

남성의 역사의 이쪽과 저쪽의 시선으로 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득 어제 참석한 수많은 여고생들의모습이 생각난다.

그들이 보는 역사란 무엇일까 하는.

그리고 그들이 암기하고 정답이라고 배우는 역사는 무엇일까 하는.

나도 한때는 그것을 암기했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기에.

물론 암기에 약한 나는 틀린 답을 많이 써내고는 했지만.


레드마리아 두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역사를 좋아하지 않던 내가 역사를 바라보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내가 궁금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미지화되지 않은 혹은 각인되지 않은 여성의 역사다.

여성의 역사라는 것도 발견되지 않고 묻혀있는 것이 훨씬 많기에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도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문득 나도 내 영화의 끝이 궁금해졌다.

과연 내가 보고자 하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고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일지.

창밖을 보니 벌써 해가 중천이다.

촬영 나갈 시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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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