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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4 레드마리아 10 -일본 촬영 준비
제작일기2009. 1. 4. 21:48

이래저래 벌써 새해가 4일째 된다.정말 시간이란...

책상위엔 작년초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산 일본어 책이 먼지가 수북한채 놓여있다.

웬일인지 일찍부터 일어난 나는 간만에 책을 들여다 본다.

고래까라 오세와니 나리마스...앞으로 신세지게 됐습니다

도조 요로시꾸 오네가이시마스...잘 부탁드립니다.


정말이지 뭔가를 외우는 것에 소질이 없는 나는 무슨 형벌로 이번 작업을 하면서 여러나라 말을 배운답시고 헉헉 대는지.사실 헉헉댄다는 말은 좀 무리긴 하다.헉헉대지 않았으니 이제와 눈앞에 닥친 말이 급해진 것이니.우자지간 번개치기라도 해야지 뭐.

필리핀 촬영과는 달리 일본 촬영은 좀 두렵다. 필리핀은 일년간 머물면서 나름 이것저것 이해의 폭을 넓혀놓은 베이스가 있었으니 두달간의 시간이 나름 생각한 만큼 잘 진행이 되었다고 평가하는 바지만 일본은 단기간 여러번 방문한 눈치정도의 감이여서 사실 얼마나 일이 착착 진행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질서와 제도가 몸에 밴 나라의 국민들 사이를 파고들면서 일을 한다는 건 일의 추진에 불이 붙기 힘들 터이니.


더군다나 필리핀 제작비의 3배는 넘게 그것도 한참 꼿꼿하게 올라가는 엔고의 와중이다 보니 정말이지 간이 부어도 한참 부었구나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복잡한 상황이다.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는지. 그러나 일단 가기로 했다. 그것도 다섯명이 동시에. 지난 필리핀 촬영때 3명이서 갔지만 사실 영란이 합류하지 못한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고, 안그래도 복잡한 동선을 따라 영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현장의 상황파악이 필수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래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영화에 참여한 보람이 스텝들 개인의 성과로 조금이나마 남을 수 있을터이니.


신년과 함께 스텝도 한명 더 늘었다. 다큐멘터리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 그녀에게 가르치는 재주가 없으니 스스로 배우라는 말로 대충 레드마리아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스텝으로 참여하는 일년간 나름대로 먹고살 궁리며 어떻게 버틸 것인지를 고민하며 준비하는 모습이 여간 대견스러운게 아니다. 그녀가 무엇을 배울지 무엇을 얻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레드마리아를 위해 이미 휴학을 두 번이나 감행하고 있는 아람과 새로운 학교 편입을 앞두고 있음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제작위원 모집에 힘을 쏟고 있는 경은과 일본 촬영후 역시 유학을 떠나게 될 영란까지 모두의 열정 또한 만만치 않으니 그들의 앞날도 영화만큼이나 기대가 된다.


일본 촬영은 일단 도쿄의 반빈곤네트워크에 소속된 일하는 여성들의 모임을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될거 같다. 사전 섭외라는 것이 눈으로 보면 다를때가 많기 때문에 바로 그림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의 촬영일정에 맞게 그들의 모임을 주선해 주었으니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필시 괘찮은 분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은 든다. 게다가 하나씩 일본 촬영을 위해 자료를 제공해 주고 사람을 소개해 주는 친구들이 생겨나니 일단 이정도면 출발은 순조롭다 하겠다.


그리고 어제 아람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일본 촬영을 위한 후원금 모집 통장에 200만원이 들어왔다는 소식이었다. 아직 정확하게 어느분인지 파악을 못해 인사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첫 단추를 채워준 그분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쇼킹패밀리 상영료를 모아 제작팀 모두 해외여행 가자고 공동통장을 마련해 돈을 모았는데 세영의 제안으로 레드마리아에 제작지원금을 후원해주기로 했다. 물론 더블어 김미례 감독의 영화와 세영의 영화에도 함께 후원하기로 했다는 야그. 우리모두 스스로의 대견스러움에 감동했다는 야그다.


일본의 첫 촬영이 잡혀있는 이달 21일쯤은 출국을 해야 한다. 그기간 얼마나 제작위원을 모으고 후원회원을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의기충천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까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지난해 실망이란 실망은 이미 여러번 한터라 더 이상 할게 있을까 싶어 기대만 가져보기로 한다. 더더군다나 실망하기엔 레드마리아가 정말 괜찮은 영화인거 같아서 말이지.ㅎ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