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2013. 12. 10. 12:02

밖에 날씨가 차가운가 보다.

사무실에서 잔 날 중 가장 춥게 잔거 같다.

전기장판 온도를 최고로 해놓고 잤는데도 바닥이 앏아서인지 콧날이 시큰거렸다.

그래도 일어나니 다시 사무실에 온풍기가 나오고

커피를 마시니 몸에 다시 열이 난다.

이미 스마트폰에는 여러개의 메세지가 도착해 있다.

주말에 푹쉬었냐는 친구부터

일본에 저렴한 숙박처를 알려주는 카톡과

일보다 몸이 먼저라고 몸을 챙기라고 안부인사를 보내주는 친구엄마까지.

메일을 여니 친구의 메일이 도착했다.

도쿄에서 저렴하게 묵을 만한 곳이 있었는데 이미 사람이 찼다는 내용.

그리고 이어진다.연말은 아픈 엄마 돌보느라 정신이 없을거 같다고.

하지만 도쿄에 있는동안 꼭 시간내서 밥이라도 먹자고. 

여기저기 누군가 있고 누군가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 마음을 건네준다.

앗...누가 하트를 하나 보내줬다.ㅋ

그럼 애니팡 한판 하면서 하루를 보람차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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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8. 22. 17:12

10월말 일본 도쿄에서 레드마리아를 개봉한다.

근데 개봉하기 몇달전부터 일본 배급사에서 여러차례 레드마리아 시사회를 하고 반응을 보고

그리고 다시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한달전인 다음달에 신문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잡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봉전에 여러가지 준비를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웬지 더 촘촘하고

여유있게 하다보니 이후에 발생할만한 여러가지 일을 미리 수정하고 준비하게 되는거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따지고 챙기고 의견을 수렴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 모습들이 이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 영화를 위해 애쓰는분들의 노고가 새삼 고맙기 그지 없다.


우자지간 그덕에 다음달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일본에 가는데

가는김에 그동안 제작비문제로 미뤄왔던 레드마리아2 일본촬영을 위한 사전조사를 이참에 하기로 했다.

도쿄에서 기자인터뷰를 응한후 오사카로 넘어가 그동안 자료로만 봐왔던 이야기를

직접 글을 썼던 분들을 통해 확인하고 좀 더 추가로 취재해야 할 분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섭외를 하자니 어디서부터 줄을 대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의외로 쉽게 레드마리아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로 부터 연락처를 받기도 하고

직접 오사카에 사는 친구로 부터 소개를 받기도 하면서 목록이 촘촘히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사카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3박4일로 좀 빡빡한 일정이라 걱정도 된다.

미리 연락을 한다고 해서 다들 만날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 만난다고해도 여러사람을 만나다보면

일정이 겹칠 수도 있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거의 매일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다시 메일을 보내고 하는일이 일과가 되었고

중간중간 촬영할 일도 점점 많아지고 보면 볼수록 봐야 할 자료들도 점점 산더미라

몸도 마음도 분주하고 산만하고 정신이 없다.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자꾸 흥분되는 이 마음은 뭔지...ㅎ


우자지간 일본취재전에 해야 할 것들을 다시한번 정리해보자.

일단 항공권은 에약을 끝냈고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오사카로 가는 신칸센 예약을 부탁하고

오사카에서 3명이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알아보고

만나야 할 분들의 목록을 다시한번 체크하고

가기전에 서울에서 촬영해야 할 일정을 조율하고

중간중간 촬영분 로깅을 체크하고

가기전에 꼭 봐야할 자료들을 읽고 정리하고

가장중요한 몸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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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3. 1. 19:28

일본 출국전 미리 이야기 한 것처럼 ACW2의 총회는 바로 레드마리아의 첫촬영이 있었던 곳이다.

미리 ACW2의 대표인 이토 미도리를 만나기 위해 전 날 출발한 나는 공항에서 그녀와 조우를 했다.

예전보다 헬쓱해지고 인상도 좀 부드러워진 듯한 미도리에게 '귀여줘졌다'고 말하니 웃는다.

만나자마자 우리는 반가운 포옹이 끝나기도 전에 일본의 최근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미도리의 말에 의하면 쓰나미와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무엇이었든지 간에 삶에 있어서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건

참으로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말이었다.

그것이 돈을 버는 것이든 집을 사는 것이든 교육을 향한 열정이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욕망의 순위가 바뀌었다는 건 혁명이거나 재앙을 격은 후의 선택지이다.

쓰나미와 원전사고의 여파는 바로 일본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문제의식을 심어 준 거였다.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09. 3. 14. 16:49

사람의 관계라는게 참 묘하다. 관계에 집착하면 할수록 의무와 책임감 사이에 던져지는 자잘 한 고민들로 상처와 고민을 반복적으로 안게 되지만, 관계를 열어놓고 받아들이면 수많은 관계들이 다시 알을 까듯이 새로운 관계가 이어져 말그대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니 말이다.

일본에서의 촬영도 역시 그 관계의 힘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관계속에 묻어 두었더라면, 그렇게 우리에게 소개를 해주고 우리가 만날 수 있게 연결해준 그 사람들의 열린관계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수많은 사람들.

모르는 사람이지만 우리에게 숙소를 제공해주신 오오즈 선생님 부부를 알게된 것도 텐트에서 살고있는 이치무라씨을 소개해준 페민의 아카이시씨를 만난 것도, 그리고 파나소닉사를 대상으로 해고무효투쟁을 벌이는 사토씨를 일하는 여성의 네트워크 대표 미도리씨를 통해 알게 된것도 지금 시즈오카에서 촬영중인 재일교포 개호사 조순자씨를 알게된 것도 모두가 새롭게 만나고 새롭게 연결된 관계를 통해서였다.

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관계가 이제는 우리의 관계가 되었고 우리를 통해 또 누군가가 그들과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관계의 좋고 나쁨은 그 관계를 맺는이의 몫이니 이후야 어찌 소개해준 이의 소관이겠는가. 다만 소개해준 이의 마음에 보답하고 또 새롭게 만들어진 관계를 잘 잇기위해 서로가 노력하는 것이 남을뿐.

그렇게 관계를 생각해보니 우리시대의 관계 맺기가 참 자본주의 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관계든 친구관계든 물론 그보다 훨씬 관계를 확장시켜보면 알겠지만 참 돈과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구지 돈이 아니어도 그 방식 그대로 관계를 소유하려들고 내가 아는 관계를 나만이 알고 있으려하는걸 마치 대단한 관계인냥 스스로를 기만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사람들은 관계를 소유하고 싶은 것일까? 왜 관계를 소유하면서 관계가 확장되는 것에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고 하는 것일까. 가끔 그렇게 답답한 관계들을 보면 할말이 없지 않지만 할 말을 다한다고 해서 풀리는 것도 아니고 보면 관계라는 건 역시 상호적인것보다는 다분이 내속에서 일방적인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내영화에 출연한 인연으로 두 번째 영화를 같이 하고 있는 경은을 만난 것도, 그렇게 먼나라 필리핀에서 어쩌다 내앞에 나타나 준 아람과의 인연도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어느날 나에게 인사를 건네며 도움을 기꺼이 주겠다고 말해준 영란까지 이들을 생각하면 늘 어메이징한 관계의 힘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나를 더더욱 어메이징하게 만들어주는 또 한명의 친구가 있는데 영란이 돌아간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고 있는 혜진이다. 요즘 내주변에 혜진이 왜이리 많은지..ㅎㅎ 우자지간 그녀를 만나 이곳에서 또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맺어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그녀에게 그랬다. 니가 나를 만나려고 십년동안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었구나.하하하 물론 그녀의 표정은 안봐도 알겠지만 황당무계하다는 표정.

이제 남은건, 그렇게 맺어준 훌륭한 관계까지는 좋았지만 카메라에 담겨진 내용도 좋아야 하는데 그것이 고민이라는거. 이건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해결되기 힘든 나만의 몫이니 죽는 소리 해봤자 나만 골치아프겠지.^^ 게다가 지금은 눈까지 다쳤으니 일단 쉬는게 상책이다. 아침에 급하게 일어나다 말그대로 눈깔을 카세트에 뽀족하게 나온부분에 그대로 박아버렸다. 어찌나 세게 박았는지 각막이 찢어지고 눈깔이 탱탱부었다. 병원에 가서 15만원깨지고(물론 이건 산재처리 해줘야해 흑) 눈은 하루종일 뜰수가 없어서 며칠간 촬영 종치게 생겼는데 경은이 자기가 해보겠다며 대신 촬영을 나갔다.

이런, 아람이는 도쿄에서 경은은 시즈오카에서 졸지에 카메라맨이 둘이나 생겼다. 물론 난중에 그러겠지. 경순이 시켰으니 그림이 안나와도 지들 책임 아니라고. 그렇게 발뺌하고 싶겠지만 사람이 어디 똥 눌때와 똑같은가. 엉터리로 찍어오기만 하면 걍 캭!!! 흐흐흐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