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안'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08.01 난감한 일정
  2. 2013.05.09 힘이 되는 말 6
  3. 2013.04.27 기획안을 쓰다 3
  4. 2013.03.16 산만한 하루
제작일기2014. 8. 1. 01:28

이상하게 자꾸 일정이 꼬인다.

특히 제작비 마련을 위해 힘써야 할 시간이 다가올때 자꾸

일정이 꼬인다.

지난 봄도 제작지원을 하려고 집중할 시간을 가늠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돌아가셨다.

생각 할 것도 없이 제작지원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시한번 지원프로그램에 도전해 보려는데

뜻하지 않은 촬영과 처리해야 할 일들이 겹쳐서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사실 원하는 촬영이 잡힌다는건 한편으론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머리로만 생각해서는 잡히지 않는 그림들이

이렇게 불쑥 찾아와 주는 건 고마운 일임에 분명한데도

나는 난감한 고민을 하고 있으니.

오늘도 생각치 않았던 대만 촬영 일정이 잡혀 조만간 다녀와야 할 것 같고

만나뵙고 싶었던 선생님과 일정도 잡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달 잡힌 감독전과 관련된 원고도 써야 하고

기획안을 정리하려면 촬영본도 봐야하고

밀린 번역이랑 프리뷰터 해야한다.

심지어 요몇달은 혼자서 촬영을 다녔더니만

체력도 바닥이다.

젠장...왜 일은 늘 밀려서 몰아치는것인지.

제작지원까지 주어진 시간이 빠듯해 일에 집중이 안된다.

몇줄 쓰다가 중단되고 몇줄 쓰다가 중단되고.

이러다 이번에도 또 놓치게 될까 마음이 불안불안 초조해 진다.

그냥 저냥 신경 안쓰고 가면 좋으련만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려니

딸린다 딸려.

늘 이런 것들이 산이 된다.

그 산을 바라만 볼 것인지

돌아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하는지

아니면 갈때까지 가봐야 하는지.

대략 난감하고 복잡하다.

근데 왜 자꾸 암벽타러 가고 싶은 생각까지 꿈틀대는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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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5. 9. 11:17

몇일전 아는 선배와 술자리를 했다.

평소 영화를 즐겨하지 않던 그 선배는 우연히 나를 만나 레드마리아를 보았었다.

보고나서 감상평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 정말 오랜만에 그 선배와 술자리를 했던 것인데

우연히 레드마리아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선배의 말은 사실 영화를 본 후 후유증이 좀 오래갔다고 한다.

뭔지 모르겠는데 계속 머리에 맴돌아 결국은 와이프에게 상상마당에서 상영을 하니

동네 아주머님들과 가서 한번 보라고 했단다.

그리고 영화가 어땠냐고 물었더니만 아주머님들이 영화를 보며 펑평 울었다고 했다며

자기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그것이 여성에게는 보였던 모양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여성에게 다 보이는 건 아니야.여성들이 보고싶지 않은 이야기가 의외로 많고

그래서 레드마리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했다.

선배가 다시 말했다.

오히려 우리가 아는게 많아서 보지 못하는거 같다고. 그랬던거 갔다고...

나는 남자사람인 선배가 그런 고민을 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것이 너무나 좋았다.


가끔 아주 가끔.... 듣고 싶은 이야기는 그렇게 우연히 아주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나오고

그 작은 이야기가 조용히 나에게 힘을 준다.

그래서 선배에게 말했다.

나 말이야 레드마리아 2 준비하고 있어.

그 영화는 머리아프지 않고 명쾌할거야.

그 말을 하고나니 언젠가 기획안의 초안을 쓰며 보여주었던 한 친구가 생각났다.


난 잘 모르겠어.그냥 몇일간 머리가 아퍼 죽는줄 알았다니까... 

하긴 그친구는 쇼킹패밀리 때도 레드마리아 때도 늘 그런말을 하긴했다.

근데 왜 자꾸 그 친구에게 보여주는건지...ㅎ

친구란 참 묘한 것이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늘 지지해 준다는걸 알기때문인지도.

우자지간 그렇게 슬금 슬금 레드마리아 두번째 이야기가 꿈틀거린다.


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4. 27. 11:17

새로운 기획안을 쓴다는건 참 긴장되고 설레는 일이다.

또 한번의 새로운 인생을 접하는 순간이고

가장 많은 공부를 하는 시간이며

온몸의 세포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매번 아니었다는걸 온몸으로 체감하며 경험했음에도

시작은 다시 작은 혁명을 꿈꾸는 시간이 된다.


그렇게 지금도 꿈을 꾼다.

썼던 기획안을 다시 보고 또 고쳐내려가면서

쓰여진 마음처럼 그렇게 영화가 만들어 질 날을 꿈꾸는 것이다.

한달전 1차로 제작지원서를 내고

다시 2차로 지원할 곳을 찾기위해 기획안을 다시 꺼내본다.

순간 뭉클하다.

언제 시작될지 알 수없는 이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완성되어 모습을 드러내겠지 하는 마음.


근데 순간 불안한 마음도 없는건 아니다.

지난했던 지난 작업들의 긴 시간들이 오버랩되면서

잊고있었던 많은 일들이 떠올라 조금 부담스러워지기도 한다.

돈을 구하기 위해서 고민했던 시간들이

정작 촬영을 하고 영화를 고민했던 시간들 만큼이나 길고 험했던...

그래서 영화를 찍을때는 각오가 필요하다.

다시 그렇게 그만큼 뛸 자신이 있는지.


근데 꼭 그렇게 해야만 해? 그것보다는 좀 다르게 갈 순 없어?

속으로만 속타는 고민들과 생각들이 부글부글 끓지만

결국 현실은 바뀌지 않으리라는 이성적 판단이 감정을 누른다.

그리고 다시 기획안을 보면서 마음을 정리하지만

그렇게 흔들린 마음은 쉽게 정돈되지 않는다.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한다.

왜 이렇게 짠한 것일까.


안되겠다 커피를 마셔야지.

열심히 적당한 온도에 가장 맛있는 커피를 드립해야지 하면서 정성을 쏟았지만

커피는 영 맛이 없다.

향기는 어디로 갔는지 쓰기만 하다.

쓸 때도 있는 것이지 그냥 마셔.

투덜거리다가 여기저기 바닥에 널린 빨래거리들에 눈이 꽂힌다.

온갖 빨래들을 뒤져 세탁기를 돌리고

담배를 한대 물고 다시 커피 한모금.

웬지 맛이 한결 부드럽다.


천천히 썼던 기획안을 들쳐보기 시작하는데

다시 마음이 콩닥콩닥.

그래  다 잘될거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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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
제작일기2013. 3. 16. 02:24

오늘 따라 약속이 많았다.

아침 8시에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 가서 담당의사를 만나 교통사고 진단서를 의논하고

11시에 영상교육 개인지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3시에 영화 산다 기획회의를 한후

7시에 한예종 교강사모임에 갔다가

대충 늦은 시간 제주도에서 올라온 재미교포 친구 유니를 만나야했다.


하지만 나는 8시는 이미 패스를 하고

한참 넘은 10시쯤 영상교육을 받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고서야 잠이 깼다.

두시간 전에는 일어나야 두리번 거리다가 잠이 깨고 대충 약속장소에 가는 습관이 있는지라

10시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잠이 부족하다.

30분은 더 자야 뭔가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다 싶어

결국 30분을 더자고서야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인건 약속 장소가 한강에서 촬영실습을 하기로 했다는거.

대충 이만 닦고 눈꼽만 대충 정리한후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달린다.

이것저것 촬영에 대한 기본을 설명하고 실습을 하는데

병원에 왜 안오냐고 전화가 장난이 아니다.

결국 만나서 해결해야 할 일을 중간중간 전화로 여기저기 문의하고

또 전화를 받는다.

바쁜 와중에 배에서는 꼬르륵 꼬르륵.

결국 추위를 핑계삼아 한강에 있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오손도손 후루륵 먹어치우며 촬영의 팁을 몇가지 이야기 한다.


이야기는 하는중에 계속 전화가 온다.

오늘 마지막에 만나기로 한 유니가 영어로 계속 카톡질이다.

일하는 중이라고 짧게 영어로 보냈지만

성에 안차는지 보이스톡 전화가 온다.

윤이는 한국말 쓰기가 힘들고

나는 영어로 쓰기가 힘들다.

촬영을 제대로 하는지 힐끔거리다 

결국 영어로 문자쓰기 힘들어 전화를 한다.

미안해서 어쩌니 내가 오늘 아무래도 시간이 안될거 같아.

우리 경묵이 집들이 할때 보면 안될까

하지만 친구는 그때는 자기는 서울에 없단다.

근데 어쩌냐 저녁에 교강사모임에 갔다오면 나는 녹초가 될꺼 같은데.

이래저래 주절거리다가 결국 다음에 보자고 했다.


전화를 끊고 촬영포인트를 바꾸는데 다시 전화가 온다.

영화 산다의 감독 미례다.

난데 오늘 kt총회끝나고 집으로 가는중인데 그냥 너희집에서 볼까?

우리집에서 보는건 좋은데 내가 한시간후에 병원엘 가봐야 할꺼 같아.

아침에 가야하는데 못가서 오늘 퇴근시간 전에 가서 의사를 만나봐야 해.

그래서 울집에서 보면 나는 나가야 하는데 너희는 어쩌냐.

결국 다시 미례집에서 보기로 하고 약속시간 30분전에

교육을 마치고 열라 자전거 패달을 밟는다.

집에 도착하니 커피한잔에 숨을 돌리고 싶어진다.

결국 약속시간에 미례집에 갔다가 병원에 가기는 힘들거 갔다.

그 시간을 절약해서 커피한잔으로 잠시의 휴식을 취하려는 순간

다시 미레가 전화한다.

야 나 망원동지나려는데 너 어디니?

응 나 지금 집인데....


결국 설레발 떠는 사이 그들은 집으로 왔다.

집에서 한시간만 회의를 하고 찢어지기로 했는데

병원에서 엄마가 계속 전화질이다.

간병인 오늘 돈줘야 하는데 입금했니?

아니 자기가 주는 것도 아니면서 웬 왕비자세?

하지만 목소리는 이쁘다.

거시기 엄마 내가 지금 밖이라 집에가면 바로 입금할게 하면서 거짓말이 술술 나온다.

그리고 거짓말 하는 사이 사이 속으로는 열라 돈을 어디서 구하나 머리가 돌아간다.

그리고......


결국 회의 시간에 교통사고 보험금 처리에 대한

긴급지원을 받아 병원은 패스하고

회의를 시작한다.

회의를 빨랑 끝내고 교강사회의에 참여해

오늘의 화끈한 메뉴 양고기집을 갈까 하는데

이미 시간은 7시다.

결국 이번에 같이 강의를 맡은 미례와 눈빛을 교환한후

교강사회의도 패스다.

그리고 바로 그직후 귀신같이 김동원 선배가 전화를 한다.

야 뭐하냐?

거시기 엄마 교통사고 문제로 이리저리.....


뭔소린지.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들 돌아간뒤 꾸역꾸역 책상에 안자 구상하던 기획안을 펼쳐놓고 자료를 뒤지는데

갑자기 냉장고에 있는 동태가 생각났다.

그리고 제작팀 양미가 가져온 국화주가 생각났다.

하루종일 밥알이 배속에 들어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쌀을 씻고

저녁에 사들고 온 무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저깨 사다놓은 미나리도 생각났다.

가스불을 켜고 무와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팔팔 끓인후

동태와 마늘과 고추를 넣어 다시 팔팔 끓인후

미나리를 듬뿍 넣고 새우젖과 고추가르를 뿌려 다시 한소끔 끓여내니

맛이 일품이다.

끓이는 사이 밥이 익는다.


집에서 제일큰 대접에 동태국 한그릇을 푸고

밥한그릇을 푸고

그옆에 국화주 한잔을 올려 놓으니 고루고루 따뜻한 향이 코를 후비지 뭔가.

게 눈 감추듯이 동태국이 사라지고

밥알도 사라지고

또 한 그릇을 떠온다.

갑자기 세상을 다 가진듯한 이 느낌은 뭐니.

우자지간 밥그릇을 비울즈음

뭉개 뭉개 뭉개 했던 기획안의 실마리가 슬슬 풀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산만했던 하루가 보람찬 하루로 마무리 되는 느낌.ㅎ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