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30'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03.30 레드마리아2 리뷰_ 강바다 1
  2. 2016.03.3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뷰 _ 송재상
기사와 리뷰2016. 3. 30. 09:48

엄마가 돌아가셨다. 엄마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감독의 내레이션 자막으로 시작된 다큐멘터리는 곧이어 한국의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GG, Giant Girls)활동가, 성노동자 연희, 혜리, 밀사의 활동과 노동의 일상을 따라간다.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성 노동자들의 실태조사 및 연대를 위해 출국한 연희와 밀사는 일본의 스와쉬(SWASH, Sex Work and Sexual Health) 활동가 가오린과 유키코를 만나 일본과 한국의 성산업 인식과 노동 환경의 차이를 체감한다. 사회가 낙인한 이미지로서의 성노동자가 아닌, 그녀들 스스로 정의하는 성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그녀들이 되묻는 여러 질문과 대화를 통해 그 동안 삭제되고 숨겨진 존재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이고 일상을 살아가는, 또한 침묵하지 않고 발화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강제연행의 유무, 한일 내셔널리즘의 문제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각적인 측면의 위안부 문제 및 운동에 대한 그들의 의견과 삭제되었던 위안부 여성들의 삶을 구술한다. ‘정대협’에서 10년간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고 운동을 했던 야마시타 영애는 그 운동 안에서의 남성중심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위안부 담론을 비판했다. 정부, 언론, 한국 운동 단체 등에서 일본인 위안부는 매춘부, 한국인 위안부는 성노예로 규정하여 매춘부 출신의 위안부가 운동에서 배제됐던 과정, 일본 안에서 담론화 되지 않는 일본인 위안부 문제를 마주하고 다른 시각을 갖게 되면서, 야마시타 영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결국은 다른 결로서 이런 담론 및 규정에서 출발했음을 환기하고, 개인의 정체성 역시 동일화하거나 양자택일 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최초로 밝힌 배봉기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기술된 『빨간 기와집』의 르뽀작가 가와다 후미코는 일본과 조선의 근대사적인 측면의 도식적이고 관념적인 관점으로는 배봉기 할머니의 인생을 기록할 수 없음을 깨닫고 위안부 라는 낙인 뒤에 가려져 있던 가난한 환경과 전쟁 안에서 배봉기 할머니의 삶의 궤적을 5년간 취재하고, 5년간 저술했다. 배봉기 할머니는 단순히 취재 대상으로서가 아닌 가와다 후미코가 개인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녀의 응축된 감정과 개인의 역사, 배봉기 할머니의 삶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편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위안부 연구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으면서, 이 다큐멘터리는 그간 내셔널리즘 문제로 크게 퉁친 다음, 숨기고 취하지 않았던 역사의 잔해와 쟁점들을 오롯이 직면한다. 그간 역사와 사회에 공식적으로 기록되고 재현된 여성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감독의 어머니를 비롯 가부장 사회의 성윤리속에 지워진 많은 여성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기록하여 이 다큐멘터리 자체로 기록 그 이상의 것을 성취한다.  


강바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2016 인디다큐페스티발 올해의 초점 프로그램 노트


Posted by 빨간경순
기사와 리뷰2016. 3. 30. 09:38

경순 감독의 첫 영화 <민들레>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의 국회 앞 천막 농성을 기록한 영화다. 422일간의 이 투쟁은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의문사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독재 정권은 무너졌지만, 그 결실을 모두가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정작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웠던 이들, 이름 없이 죽어간 희생자들, 그리고 그들의 유가족들은 여전히 법 앞에서 이방인이었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야 했다. 기나긴 투쟁 끝에 의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 소속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가 출범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경순 감독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그 이후에 이어진 또 다른 싸움을 기록한다.


  특별법은 오랜 투쟁 끝에 얻어낸 결실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를 가졌다.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에는 민간 조사관과 파견 공무원들이 소속되어 있다. 대부분이 희생자들의 동료인 민간 조사관들은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원한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조사를 할 권한은 주어졌지만, 그 조사를 위한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강제할 권한은 없었다. 그들은 국가 기관을 포함한 피의자를 상대로 협조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었다. 기무사, 경찰, 검찰 등에서 파견된 조사관들은 민간 조사관들과 섞이기 힘들었다. 국가 기관 소속인 이들에게 국가가 저지른 죄의 진실을 밝히라는 것은 어쩌면 모순된 요구였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들의 대부분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간 조사관들을 적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한계 안에서 정해진 기간 안에 진행되어야 했던 조사의 결과는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혔다. 사건들의 반 이상이 밝혀지지 않거나,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로 인정되지 않아 기각되었다.


  이것은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과거가 청산되기를 바라지 않는 자들, 그렇게 해서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다. 그들에 의해 승인된 법은, 이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닌 그들만의 법이다. 감독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싸움의 기록 끝에 덧붙인 감독의 말(“난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럽다.”)에서 하나의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회 안에서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안전하지 않다.


송재상/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2016 인디다큐페스티발 올해의 초점 프로그램 노트



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