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2015.04.24 16:42

나는 가끔 멀리있는 친구에게 고해성사같은 이야기들을 쭉 풀어내고는 한다.

이따금씩 느껴지는 어떤 변화들이나 고민 그리고 감정의 모호한 상태에 대한 것 등

잡다한 이야기들이 쌓일때쯤 한번씩 이야기를 하고나면 웬지 고해성사를 하고난 사람처럼

속이 편해진다.

어제도 그랬다.간만에 스카잎 접속을 하고 두시간이 넘게 그동안의 생각들을 줄줄이 풀어냈는데

생각해보니 최근에 느껴지는 나의 어떤 변화가 몇년간 지속적으로 쌓여왔던 것이라는걸 알게됐다.


늘 닥치는 일을 해결하고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나에게

인생은 그저 현재를 살아내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가득찬 시간이었다.

그 즐김은 고통스러운 어떤 현재를 대면하는 것도 포함되는 일이었고.

근데 요즘 뭔가 인생의 시즌2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그저 느낌이 그렇다.

결국 인생이란게 자신이 대면하는 세계에 대한 태도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아마 나의 태도가 조금 바뀌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사람을 만나는게 재밌었는데 사람들이 지루해지고

늘 일을 벌렸는데 그 일이 신나지 않고

닥치는 일을 처리하는건 여전하지만 속도와 성의에 차이가 생기고

어려운 일은 늘 식구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데

고통의 체감이 높지 않고

영화제작비로 바닥에 바닥을 치고 있는데도 그 절실함에 노력도 하지 않는...

그니까 한마디로 뭔가 체념한 사람처럼 혹은 의욕이 상실된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 상태가 현상인데

거꾸로 나는 지금의 이상태가 나쁘지 않다는게 속내라는 것.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건 변화라고.


친구에게 중얼중얼 줄줄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나서 그런 내모습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사람들이 지루해졌을까.

왜 나는 일을 벌리는게 신나지 않고

성의있게 하던 그 비슷한 일들에 속도를 내지 않았을까....

이것저것 주섬주섬 말했던 것들을 곱씹어보다

무언가 반복되는 어떤 패턴들이 나를 지루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생각하니 지난시간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예전과는 다르게 반응을 보였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나의 감정과 행동들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정리가 된다.

참 재밌다. 이른 느낌 이런 생각들이...


그래서 여전히 지구인으로 산다는게 참 재밌구나 생각을 하게된다.

무엇인가를 느끼고 깨닫고 알게되는 하나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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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 경순이야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