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2013. 11. 5. 13:53

어렷을때는 늘 무엇인가 일이 터지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했던거 같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이해가 안되면 묻고 어려우면 또 물어보고 

풀리지 않으면 끝까지 풀려고 했다.

근데 그런 일들은 늘 내 일이라기 보다는 남의 일이었고

그 일을 내일처럼 늘 개입해서 풀어내고는 햇었다.

중학교때는 교회에서 그런 일을 도맡아 했던거 같고

고등학교때는 가출한 친구를 수소문해 찾아오는 일이 빈번히 있었고

대학때는 상처받고 잠수하는 후배나 친구들을 찾아 전국을 헤메기도 햇었다.

아르바이트를 할때는 다른 친구의 부당함을 대신하다 나를 아끼는 관리자 선배들과 금이 같고

친구들의 문제를 들어줄때는 다른 친구를 옹호하다 친구를 잃기도 했었다.


재밌는건 그 모든 것이 영화를 만들때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계속 하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냥 속을 풀어내기 위해 감정을 토해내기 위해 그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위해 

그냥 문제를 이야기 하는지도 모른다고.

그런일은 일상에서도 정치에서도 역사에서도 고스란히 보인다.

사실은 그 문제가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게 아니었다는거.


그래서 요즘은 가능한 개입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노력은 하는데 마음까지 편한건 아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그런 문제들이 보이지 않는것도 아니다.

이것이 요즘 내가 고민하는 일들 중 작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서 당분간 조금 덜 보고 조금 덜 듣고 조금 덜 가까이 가려고 하지만

역시 내게는 참 어려운 숙제들이다.

해결을 위한 방법은 의외로 쉬운데 해결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는건 정말 도를 닦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요즘 풀어야 할 이승의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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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