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기
있잖니 내가 니 얼굴을 보고 있다보니까 내가 왜 사람들을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
나는 사람들의 비슷한 모양새 예를들면 눈 코 입 귀를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데
저마다 다른 그 얼굴과 성격 마음이 죄다 다르다는게 늘 신기했거든.
너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이쁜 얼굴의 윤아가 어떤 성격과 마음으로 성장하게 될지를 생각하면
마구 가슴이 뛰네.
지금 이모가 니 얼굴을 얼마나 많이 쓰다듬었는지 몰라.
근데 촉감을 느낄 수가 없어서 너무 슬프다.
당장이라도 볼에 손에 발에 그리고 배꼽에 뽀뽀를 수도없이 하고 싶은데
그럴 수없다는게 너무 슬프네.
우리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우리가 만날 때쯤에는 윤아가 이모 하면서 부를 수 있을까?
너 한국어도 꼭 배워야 한다.
이모가 영어도 서트른데 프랑스어로 니가 말하면 참 거시기 하잖니.하하하
나는 요즘 새로운 영화 제작비를 모으느라 혈안이 되어있단다.
일본에서 찍어야 할게 많아서 제작비가 의외로 많이 들거든.
영화 내용도 미담이라기 보다는 좀 까칠한 내용이라
공적 지원을 받지 않으면 좀 힘들거 같아서 지금 부지런히 제작비를 모으는 중이란다.
이 다음에 윤이가 커서 이모의 영화를 본다면 음...멋져요라고 해야 할텐데.
그럴려면 더더욱 열심히 잘 그리고 멋지게 만들어야겠다 싶네.ㅎ
너는 아침에 몇시에 일어나니?
사실 난 한국시간으로 오후1시가 되서야 일어났단다.
늦잠 자는게 습관이 되서 늘 이모냥이네.
그래두 할 일은 다 하고 지내니 넘 걱정 말라고 엄마에게 전해주렴.
여전히 어깨가 문제기는 하지만 다른데는 다 건강하고 좋아.
참 오늘 일본 도쿄 이미지포럼에서 레드마리아 개봉하는 날이다.
하루 두번 상영이고 단관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레드마리아가 관객을 만난다는게
참 좋은거 같아.
아마 도쿄상영이 끝나면 다른 지역도 좀 돌거 같아.
그나저나 이번달에 방콕 촬영도 가야하고 중간중간에 제작지원 피칭도 준비해야 하고
또 중간중간에 울엄마도 찾아뵈야 하고 여전히 바쁜 한달이 될거 같다.
참 울엄마는 오늘 병원에서 퇴원한단다.그러니 너희 엄마에게 너무 걱정말라고 전해줘.
니엄마가 은근 걱정이 많은 사람이거든.
그리고 너는 부지런히 먹고 싸고 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해.
사실 니 엄마 아빠가 철이 좀 없기는 하다만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깊고 넒은 사람들이란다.
그러니 내가 친구로 있는게지.그러니까 니 엄마 아빠가 가끔 니 똥귀저귀 갈면서 심통을 부려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렴. 니 엄마아빠도 너처럼 성장기를 거치는 것 뿐이니까 말이야.
참 서울의 할머니랑 이모는 잘 다녀가셨니?
니엄마가 색다른 한국음식을 많이 먹어서 너도 젖으로 된장맛이며 김치맛이며 좀 구경은 했겠구나.
할머니가 너를 보면서 얼마나 신기했을까.
서울이모도 장난아니게 널 이뻐했을테고.
지금은 그저 사랑받는게 일이되는 시간이구나.니가 쫌 부럽다 얘.
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생각하지 않고 오래 살았던거 같아.
물론 친구들이 그리고 엄마가 그리고 수림이가 날 사랑해준다는걸 알지만
그냥 사랑만 받고 그게 일인 시기는 너무 오래전에 지나간거 같아서 그게 있었던 일인지
가물가물하거든.
어쩌면 너도 이다음에 크면 그런 기분이 들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모가 꼭 이야기해줄게.
엄마랑 아빠랑 그리고 샹후스의 많은 나무와 풀과 하늘과 구름과 별들이 얼마나
윤이를 사랑하고 있었는지 말이야.
이모가 돈 좀 벌어야겠다.
너 볼려면 항공권이 필요하잖니.
내년이 될지 후년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우리 꼭 만나자구나.
그리고 너두 나두 꼭 건강하게 잘먹구 잘 싸고 잘 자자.
세상에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다.
사랑해 윤아야.하지만 내가 니 엄마도 참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 질투하지는 말아줬음 좋겠다.알지?^^
서울에서 윤아를 무지무지 사랑하는 빨간이모가.
윤아에게 꼭 이 편지를 읽어주세요 윤이 어머니.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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