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2013. 10. 30. 14:14

수림이는 하루종일 알바뛰느라 밤늦게 들어오고

나는 계속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보니 집이 갈 수록 개판이다.

물론 남들이 보면 평소에도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겠지만

나도 드문드문 집안꼴을 봐서인지 무슨 창고에 들어와서 잔거 같다.ㅎ

어제는 밤늦게 들어오니 수림이는 벌써 지쳐 자고있는데

이건 영화에서 쫓기는 사람들이 폐가에 들어가 하루를 신세져야 하는 처지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이불도 장난아니게 어지럽고 책상은 왜케 지저분한데다

싱크대는 말라 비틀어진 그릇들이 물을 애타게 찾고 있는...

지친 나도 그냥 본채만채 쓰러져 잤는데

느즈막히 일어나서보니 그제서야 적응이 된다.

식탁을 뒤져 커피분쇄기를 찾아내고

뒤엉켜있는 책상위에서 전화기를 찾아내고

가방속 맥북을 책상위에 꺼내 놓으니

이제야 모든게 제자리처럼 보인다.

역시 떨어지면 서먹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가보다.

커피한잔 마시며 글을 쓰고 있으니

집이 정겹게 보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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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