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경순의 노트2013. 6. 1. 13:01

자꾸 밥을 놓친다.

오늘도 느즈막히 일어나 일찍부터 어깨 물리치료 받으로 병원엘 가야하는데 놓쳤다.

하지만 두번째 약속은 지켜야지 하면서 서두르는데 순간 배고 좀 고프다.

밥을 먹어야 할지 잠시 걱정을 한다.

두시에 상영하는 파스빈더의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영화를 보러가려니 밥을 먹기 힘들고

밥을 먹자니 영화도 친구도 만나기 힘들다.

이후엔 바로 병원엘 가서 엄마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커피한잔 마시고 이래저리 잠시 머리를 굴리다

냉장고속에 있는 새싹봉지들이 생각났다.

평택에서 레드마리아 상영이 끝난후

지역민이 기증했다는 새싹을 잔뜩 선물로 받아왔던 것이다.

동네친구에게 몇봉지 건네주고는 잊고 있었다.

순간 생각이 깔끔해지면서 그냥 밥만 생각이 난다.

새싹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를 넣어 비벼먹으라고 했지.

갑자기 입에 침이 돈다.

일어나자마자 고민스러웠던 하루 일정이 깔끔히 머리에서 삭제가 된다.

그래 일단 밥을 먹는거야.

쌓여있는 설겆이 사이로 간신히 밥통을 씻고 쌀을 씻어서

밥을 앉힌다.

슬슬 김이 모락모락 압력추가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코가 행복해진다.

아무생각도 안난다.

물리치료야 다음주에 하면되지.

파스빈더야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친구도 이해할거야.

그리고 오늘은 그냥 밥묵고 세탁기 밖으로 넘쳐 나오는 빨래를 좀 돌리고

병원에 있는 엄마랑 노는걸로 정리하는거야.

갑자기 마음이 즐거워진다.

빨리 밥을 먹고 싶다.

'빨간경순의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50대를 넘어선 동료들  (2) 2013.06.15
오랜만의 감기  (0) 2013.06.11
불안  (0) 2013.05.29
카페에서  (2) 2013.05.27
성인의 날 해프닝  (2) 2013.05.21
Posted by 빨간경순